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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하 May 27. 2023

장기근속, 뿌듯함, 뉴 라이프를 위한 시작점일 듯

2002. 1. 2. 건설회사에서 나와 뉴 라이프가 시작되었던 첫날.

토목 공학도가 전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경찰 공무원으로서 새로운 탄생을 세상에 알리는 날이었다.


처음 가 본 지역 부천,

경찰의 시작은 부천에서 시작했고, 일을 배운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고, 신임이니 모든지 배우기 위해서 남들보다 먼저 뛰어다녔던 그때, 그리고 슝하고 5년은 지나가버렸다.

부천에서 인간시장이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처럼, 양귀자 선생님의 원미동 사람들을 실제로 눈으로도 보고 이야기도 해볼 수 있었던 부천,


멋지게 슈트를 입고 이마트 삼겹살 시식코너에서 당당하게 한 끼를 때우던 노숙자 아저씨,
도끼를 바닥에 질질 끌고 아무 일 없듯이 다가와서 당당하게 차량 천정부위를 내려치던 터프가이 아저씨,
한국사람은 저질이라고 소리치면서 동남아 아저씨들만 보면 작업을 걸던 빨간 옷의 아줌마,
뾰족한 하이힐 굽으로 남자친구 머리에 콩하고 박아놓았던 아가씨,
어깨만 부딪치면 주먹으로 인사를 하던 청년,
착하다고 믿었던 헤어진 남자친구로 부터 커다란 상처를 받았던 순진한 아가씨,

 

등등등 많은 사람들이 생각이 난다.

이곳에서 좋은 사람도 만났고, 업무적으로 만났던 많은 사람들,

그들에게서 인생을 배우면서 점차 경찰관으로 익어가던 나였다.

 

부천을 등지고 새로운 김포에서의 삶,

영화감독 출신이라고 하면서 관공서를 돌아다니며 진상짓을 했던, 그러나 나에게는 친절했었지, 유치장에서 나랑 만났을 때에는 얌전히 있었는데, 다음날 출근해 보니, 유치장 변기통을 뜯어 똥물로 넘치게 했던 멋쟁이,
양다리를 걸치고 있던 남자가 두 여자에게 걸려 도망치면서 차량 뒤에서 나를 밟고 가라는 여자의 말처럼 정말 차량으로 끔찍하게 그랬던 카사노바,
포클레인의 긴 코는 사람을 위한 좋은 중장비이기도 하지만, 가끔은 끔찍한 흉기가 될 수도 있음을 알게 해 주었던 가스라이팅 맨,
북한에서 열심히 살아도 사람답게 살 수 없는 비극을 끝내기 위해 목숨 걸고 넘어온 수많은 사람들, 나도 할아버지와 어머니가 북한 원산이 고향인지라, 왠지 마음을 바로 열고 다가갔던 순수한 북한이탈주민들,


다시 돌아왔다. 중앙경찰학교로,

2001년에 중앙경찰학교에서 교육을 받았던 나,

2019년에 내가 중앙경찰학교에서 후배들을 가르치려고 들어온 나,


세상은 참으로 힘차고 빨리 돌아가는 듯하다. 벌써 20년이라는 세월이 슝하고 지나갔으니까.


경찰청에서 선물한 장기근속 선불카드 포장지


20년 장기근속,

징계 한번 없고, 표창은 넘쳤고, 그러나 계급은 그리 높지 않아도, 나름 업무로는 인정받았던 나.


박수칠 때 떠나라라는 말이 있다.

아마도 지금 장기근속 선물은 공로상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또 다른 새로운 삶을 위한 시작점이라는 생각도 든다.


20년 장기근속을 했더니, 20만 원을 선물로 받았다. ㅋㅋ ㅠㅠ


10여 년 전부터 언젠가 마주치게 될 나의 새로운 삶을,

내가 직접 디자인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래서 박사학위도, 그리고 또 다른 도전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정말 내가 경찰조직을 떠나는 그날에는,

모두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라는 박수를 받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그곳에서는 "어서 오세요 환영합니다"라는 환영의 박수를 받는 그날을 위해서,  


나는 오늘 장기근속 선물을 보며

내 미래를 위한 동기부여를 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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