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 수행 중 사망하면 좋은 점 세 가지

죽음을 준비하던 마음이, 결국 나를 다시 살게 했다

by 별하

[작가 노트]

살다 보면, 정말로 ‘끝’이라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그때의 나는, 살아남는 법보다 끝내는 법을 고민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을 향해 달리던 그 길 위에서 나는 다시 삶을 배웠다.



보통 사람은 사랑을 받고 배우면서 자란다. 부모의 사랑, 형제의 사랑, 연인의 사랑…
그 따뜻한 언어를 자연스레 배우며 어른이 된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중학교 3학년 무렵, 홀로 세상에 남겨졌다. 그때부터 나는 늘 외로운 늑대처럼 살아왔다.

고등학교 때는 낮엔 일하고 밤엔 공부하며 버텼다. 그렇게 버티다 보니, 어느새 경찰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한 여자를 만나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

그녀는 나에게는 기적 같은 사람이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나도 어쩌면 이 세상 어딘가에서 잊혔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문제는 늘 같았다.

“나는 가진 게 너무 없었다” 얇은 지갑, 낮은 월급, 늘 빠듯한 생활, 내 아내와 아이들은 나를 선택했는데, 나는 그 선택에 걸맞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내가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선물은 무엇일까” 그리고 나는 결심했다.


공무 수행 중 사망하자.

듣기엔 웃기지만, 나에겐 가장 실현 가능한 계획이었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공무 중 사망하면 좋은 점이 세 가지나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경찰청장 장례식
범인을 체포하다 죽으면 경찰서에서 지방 경찰청장으로 장례를 치러준다.

국가유공자로 추서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가족은 영웅의 가족이 된다.


둘째로는, 국가유공자 예우
아이들에게는 공무원 시험 가산점이 주어지고, 나라에서 유공자 가족으로 예우를 받는다.

셋째는, 유족연금
남겨진 가족은 생활 걱정 없이 연금과 위로금을 받게 된다. 죽음마저도 ‘계획적’이어야 한다고 믿었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나는 사건 현장마다 맨몸으로 달려들었다. 칼을 든 범인 앞에서도 방검복 없이 뛰어들었다.


“찔러봐!” 소리치며 몸싸움을 벌였다.

심장이 멎는다면 그 순간이 바로 내 ‘퇴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단 한 번도 다치지 않았다. 오히려 사건마다 범인을 생포했고, 체포율이 높다는 이유로 표창을 받았다.


이건 내가 바라던 결과가 아니었다. 나는 죽으러 갔는데, 사는 쪽으로만 밀려났다. 그렇게 죽기 위해 뛰다 보니, 청장 표창이 줄줄이 내려오고, 사람들은 나를 '사명감이 투철한 형사'라 불렀다.

나는 웃었다. '이럴라고 한 게 아닌데'


그러던 어떤 어느 날,

문득 아이들이 커 있는 모습을 봤다. 죽기 위해 하루하루 살다 보니, 아이들의 키가 나를 넘어서 있었다.
그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니, 처음으로 ‘살아있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무렵 누군가 내게 말했다. "공부 한번 해봐” 그 말이 이상하게 가슴에 남았다. 나는 다시 책을 폈다. 밤마다 공부했고, 그러다가 시간이 흘러 2020년, 마침내 행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죽음을 향해 달리던 사람이, 결국 학위 논문으로 ‘삶’을 정리하게 된 것이다. 아이들은 이제, '공무 중 사망한 영웅의 아버지' 대신 '박사인 경찰 아버지'를 자랑하게 되었다.


인생은 반전의 연속이다. 그리스 신화 속 ‘기회의 신 카이로스’를 아는가, 앞머리는 풍성하지만 뒤통수는 민머리라서, 그가 지나갈 때 앞머리를 빠르게 잡지 않으면 두 번 다시 잡을 수 없다는 신이다.


나는 자살을 공무 중 사망으로 위장하려고 미친 듯이 뛰었다. 하지만 그 미친 열정이 결국 카이로스의 앞머리를 붙잡았다.


표창, 학위, 그리고 가족의 웃음,

죽음을 준비하다, 삶이 내게 반전을 선물한 것이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그럴 바엔, 미친 듯이 살아보다 죽어라. 자살을 준비하지 말고, 인생의 마지막 승부를 준비해라.


사업이 망했다면, 다시 일어나기 위해 죽을 듯이 뛰어봐라.

공부가 너무 힘들다면, 공부하다 죽을 각오로 한번 해봐라.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기회의 신 카이로스가 당신 앞에 서 있을지도 모른다.



[소 에필로그]


이제 내 머리엔 흰머리가 많아졌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믿는다.
죽음을 고뇌하던 그 시절의 내가 있었기에 지금 살아 있는 내가 있다고.


오늘도 나는 미친 듯이 달린다. 죽을 각오로, 살아가기 위해.


'죽음의 끝에서, 나는 삶의 시작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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