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임산부석에는앉지 마오.나중에

#임산부석 #투견장 #투견 #불법 도박 #태교 #맹모삼천지교 #파이팅

by 별하

따르릉, 따르릉

"감사합니다. 형사계 S 형사입니다."

"지금 형사계도 강력반하고 함께 출동해야 하니까, 장비 준비해서 10분 후에 정문 앞으로 나와"

뚜뚜뚜

저녁 9시 정도 된 시간에 K 수사과장님에게 전화로 온 지시였다.

경찰서에서 근무를 하다 보면 1년에 한두 번 정도 이런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조금 큰 사건이고, 정보과와 정보를 공유하면서 보안유지가 필요한 사건일 때도 종종 있다.

주야비로 3교대 근무를 하는데, 오늘 우리 팀이 야간 근무조로 팀장까지 포함하면 4명이 근무를 한다

형사계 사무실을 막내에게 맞기기는 불안하고 해서 중간 선임자 한 명을 남기고 팀장님과 함께 출동을 한다.


"장비는 다 챙겼지"

"수갑 하고 방검복은 챙겼는데요, 38은 안 챙겨도 되겠죠, 팀장님"

"38 가지고 가면 복잡해, 강력에서 챙겨 올 거야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사건 현장에서 38을 쓰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사용하는 순간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많은 조사를 받아야 하고, 아무튼 복잡하다.


"지금 가는 곳은, 불법 도박을 하는 투견장인데, 갑자기 이 투견장이 이곳으로 왔어, 그래서 우리는 현장에 들어가서 불법 도박 여부를 확인하고, 불법이 발견되면 바로 조치를 하면 되고, 특히 개들이 투견용으로 살아온 애들이니까, 미친 개주인이 투견을 풀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만약을 대비해서 잘 감시하고, 일단 다치지 맙시다"


K 수사과장의 잔뜩 긴장감이 섞인 차분한 목소리가 출동차량의 무선망을 통해 차량을 메운다.

경찰서 정문에서 출발한 지 30여 분 만에 조그마한 야산에 도착을 했고, 가로등이 전혀 없이 매우 어두운 도로 갓길에는 많은 차량들이 주차가 되어있었다.

차량에서 하차해서 야산으로 올라가면서부터 희미한 개 짖는 소리가 점점 진해지고, 개 짖는 소리에 섞인 흥분한 사람들의 피 튀김의 목소리도 들리는 듯했다.

투견으로 태어났어도, 싸우지 말자...

서서히 투견장에서 나오는 희미한 불빛들이 서서히 밝아지고, 밝아지는 불빛 사이로, 4각의 철장에 갖쳐있는 개들이 보였다.

이미 사각의 링에서 한판 피 튀는 결투를 하고 나온 처참한 선수, 입술이 찢어져서 피가 나고 귀가 뜯겨서 한쪽이 없는 선수, 게임에서 져서인지 기가 죽어서 철장 한쪽 구석에서 몸을 움츠리고 있는 선수, 곧 게임에 나가야 할 선수. 정말 가슴이 너무 아팠다. 애들이 경기에 나가고 싶어서 나간 애들이 아닐 텐데, 누구의 욕망을 충족해주기 위해서 억지로 나가게 해서 싸우게 할까. 참으로 너무 가슴이 아팠다.


투견장에는 많은 사람들과 선수로 뛸 투견들과 뒤섞여있다. 경기에서 진 선수 투견은 철장에 갇혀있으면서 견주로 보이는 사람에게 온갖 욕을 들으면서 구석에 움츠리고 견주와 눈도 못 맞추는 모습도 보인다.


투견 30마리 정도가 철장에 있고, 사각의 링에는 이미 투견 두 마리가 서로 물어뜯고 입에서 피가 줄줄 나는 모습이 보인다. 눈이 붉게 충혈된 채로 서로를 죽이기 위해 처절하게 싸우는 모습이 너무 끔찍할 정도다. 사람이 이 정도로 잔인한 건가.


투견장에는 불법적인 도박의 흔적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감시를 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맹모삼천지교가 떠올랐다.

태교는 뱃속의 꼬물이와의 통화

사랑의 열매가 뱃속에 있는 듯 보이는 한 여성이 피가 튀고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게 느껴지는 사각의 링 바로 앞에 앉아서 열심히 응원하는 모습이 보이는 것이다.


"뭐야 지금 이걸 보면서 태교를 하는 건가"

나 혼자 독백을 하게 하는 임산부.


물론 사람마다 태교의 방법은 무척 틀릴 것이다. 하지만 수백 년 전 우리의 선조님을 생각해봐도, 아니 대표적으로 궁궐에서 사셨던 중전마마만 봐도, 방송국에서 방영한 조선시대 사국 드라마만 봐도, 어떻게 살이 찢기고 피가 튀고 고통의 개의 신음소리를 들으면서 태교를 할 수가 있지.


뱃속에 소중한 생명이 자리 잡고 있으면, 좋은 것만 보고, 좋은 소리만 듣고,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행동만 하고, 좋은 생각만 하고, 좋은 말만 해야 해도, 태어난 애가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갈까 하고 고민이 많이 되는데.


파이팅이 매우 넘치는 아이를 원해서일까.

분만 과정을 지나 태어난 아이가, 산부인과 의사와 간호사가 일부러 울리려고 엉덩이를 철썩하고 때리면, 원펀치 쓰리강냉이를 맛볼 수 있는 화끈한 성격과 주먹을 가진 파이팅 넘치는 아이를 원해서일까.


무척 당황스럽고, 오지랖이라면 내가 그 임산부에게 좋게 말해서 그 자리를 떠나게 하고 싶은 충동이 무척 많았지만, 참았다. 투견의 싸우는 모습을 좋아하니, 성격도 무척 투견스럽지 않을까 하는 그런 걱정.


그날은 불법 도박 혐의가 발견되지 않아, 단속은 되지 않았지만, 동물보호법 등 다수의 문제로 조기 폐장을 시키고, 관계자들을 연행하면서 현장이 정리되었다.


투견장을 나가는 임산부는, 자기가 데리고 온 투견을 데리고 나가면서도, 링위에 세우지 못함을 무척 서운해하는 모습을 보았다.


개인적으로 투견을 좋아하니 뭐라 하지는 못하겠으나. 다만 뱃속에 아이만이라도 이 세상에 나온 후에 홀몸으로 가시면 안 될까 하는 아쉬움이 많았다.


그리고 개들을 좀 개답게 행복하게 뛰어놀면서 살게 해 주면 안 되나요. 왜 억지로 싸움을 시키고, 억지로 상대를 물어뜯고 살을 찢게 하나요, 애들은 그런 마음이 전혀 없을 텐데. 무슨 죄가 있다고.


아! 그리고 당신이 아닌, 아름다운 향기를 품고 달콤함을 갖고 당신에게 와준 또 다른 생명을 위해서라도 투견장의 임산부석은 앉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은 인터넷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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