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지면식(客地眠食) : 밤의 요정

by 별하
(나) “어디청 소속”
(교육생) “경기남부입니다”
(나) “집이 어디”
(교육생) “제주입니다”
(나) “공식적인 가출을 선택한 거네”
(교육생) “네, 엄마 잔소리에서 벗어나 보려고, 아주 먼 곳으로 신청했죠”


가끔 교육생 중에는 훈련이 끝나고 나면, 가족과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가서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친구들이 많다. 마치 독립운동가의 거룩한 마음가짐과 비례하는 듯한 부푼 감성의 기대치를 품고 독립이라는 것을 하면, 나름 누군가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고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독립적인 생활을 기대할 테니 말이다. 독립하면 자유가 있을까?, 자고 싶을 때까지 자고, 자기 싫으면 자고 싶을 때까지 눈을 뜨고 있고, 참으로 하고 싶은 게 많을 것이다. 그러나 자기가 해야만이 되는 책임감이라는 잔소리가 스스로 울리게 되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기초적인 청소부터 여타 귀찮은 일도 많아진다는 것을 알아가면서 진정한 어른으로 변태를 할 테니 말이다.


나는 객지 생활을 참으로 많이 했다. 어렸을 때부터 고향을 떠나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으니까 말이다. 나에게 고향은 항상 따뜻함을 준 것보다는 상처를 많이 주었으니까. 나름 트라우마로 오는 친척들도 많았고,


군 제대하고 나서. 우연히 알게 된 해외 취업 알선책을 통해 일본으로 넘어가 일을 하려는 웅대한 계획을 품었던 때도 있었고, 원양어선 타볼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가끔 원양어선에서 일할 선원 채용 광고지가 전신주에 붙어있기도 했을 때니까.


최고로 멋진 일탈을 꿈꿔보았던 때는, 극지방에 있는 세종기지와 같은 곳에서 근무해보고자 지원해보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내가 지원할 수 있는 자리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멈출 줄을 모르니, 어느새 시간이 흘러갔다.


20대 초반에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처럼 산속으로 들어갔다. 물론 내가 산속에 들어간 이유는 산을 깎아가면서 도로를 만들어가는 멋진 건설인으로 들어갔으니까.


나의 첫 일탈 지역은 자연환경도 좋고 사람도 좋고 물도 공기도 끝내주는 구례였다. 구례의 삶은 공사가 끝날 때까지 현장 숙소에서 생활을 했다. 현장 숙소를 만들 때 샤워실 바닥 배수 기울기 방향을 잘못 잡아서 물이 배수구 쪽으로 가야 하는데 반대방향으로 기울어져서 물을 쓸어서 배수구 쪽으로 인도해야 했다. 그래서인지 가끔 샤워를 할 때 누군가가 쳐다보는 것 같아서 두리번거리면 어디선가 소리가 났다. 깜짝하고 놀랄만한 소리가.


‘개굴, 개굴’ 따뜻한 물이 고여있는 물 위에 청개구리가 반신욕을 하면서, 샤워하는 내 모습을 관람하는 청개구리 고객을 여러 번 만났었다. 분명히 하늘에서 성격이 한가닥 하는 선녀가 청개구리로 변신한 것은 아닌지.


구례를 떠나 제주도로 갔을 때다. 지금은 제주의 강남이라는 노형동에서 N 년 정도 살았었다. 지하는 재래시장이고, 1층부터 아파트인 나름 주상복합 아파트.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존재가 있다. 한때 트라우마로 시달릴 정도로 엄청난 존재. 이 존재 때문에 옷을 입기 전에 여러 번 털고 소매 부분을 여러 번 손으로 조물조물 만져보고 나서 입는 습관을 한때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아니지만.


잠을 자려고 불을 끄고 누워있으면 ‘푸드덕푸드덕’ 밤의 요정들이 날아다니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다가 나도 모르게 얼굴이 밖으로 노출될 때, 밤의 요정이 내 얼굴 위로 갑자기 착륙한다. 착륙함과 동시에 내 온몸은 소름이 돋고, 벌떡 일어나 불을 켜보면, 밤의 요정들은 어디론가 숨어버린다. ‘푸드덕푸드덕’ 소리를 내면서,


가끔은 학교 등교를 위해, 팔을 옷의 소매 부분에 구겨 넣어 쭈욱 뻗을 때, 밤의 요정이 내 손과 부딪친다, 정말 온몸에 소름을 끼치게 만드는 밤의 요정, 정말 싫다, 지금도 그때가 생각난다. 옷 속에서 내 피부와 접촉되는 그때의 갑작스러운 소름이.


내가 살았던 제주도의 집에도 밤의 요정이 있었다. 지하에 재래시장이 있으니 밤의 요정들은 아마 좋아했으리라. 어릴 때 만났던 밤의 요정들은 메드인 아메리카였는데, 제주에서 만난 밤의 요정은 메드인 코리아여서 작고 귀엽기도 했지만, 그래도 사랑으로 감싸기는 내 사랑이 크지 않았다.


지금 제주의 강남인 노형동의 그때 주상복합 아파트, 당시에 집주인이 갑자기 돌아가셔서 자식들끼리 유산 분배를 해야 하니 4,500만 원에 나에게 사라고 했는데, 밤의 요정 때문에 거절했었다. 지금은 엄청 후회된다. 지금은 4-5억 원이라고 하니까 말이다.


이때 갑자기!, 구독자님들에게 드리는 퀴즈!
「푸드덕푸드덕 밤의 요정은 과연 무엇일까요?」



부천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때, 당시 인기 드라마가 ‘옥탑방 고양이’였다. 물론 지금도 대학로의 인기순위가 높은 옥탑방 고양이라는 연극이 있다. 연극도 보았는데 재미있었다.


당시 4,500만 원을 한계점으로 집을 구하려고 부천을 돌아다니다가 옥탑방을 소개받았다. 옥탑방 앞마당은 방수를 위해 발라 놓아서 인지 파란색으로 물들어있는 그런 곳이었다.


내가 살았던 옥탑방은 동네에서 높은 곳이었기에 동서남북 모두가 훤히 보였다. 아주 멀리는 서울 북악산이, 가깝게는 바다가 있었다. 넓은 도로를 씽씽 달리는 찻소리가 마치 썰물 밀물의 철썩이는 소리로, 가끔은 강풍이 부는 듯한 사이렌 소리가 들리는, 마치 넓은 차선은 바닷처럼 보이던 그때의 옥탑방.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에 현혹되어 옥탑방에 살면 마당에 울긋불긋 조명과 미러볼을 설치하고, 귀엽고 예쁜 편안한 평상을 만들어 지인들과 삼겹살도 먹거나, 누워서 하늘의 별을 보며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기대한다. 그러나 실상은 옥탑방 마당은 모든 세입자나 건물주가 함께 사용하는 공용 장소로 오르락 내리락이 많은 곳이다. 나름 쨍쨍 햇님 덕에 빨래 널기 좋은 핫스팟. 그래서 상당히 눈치 보이고 불편하다.


만약 평상에서 술이라도 먹었으면 치우고 자야 한다. 안 그럼 어떤 이가 먼저 올라와서 신나게 욕을 퍼부을지 모르니까 말이다. 그리고 저녁에는 잠을 자기 위해 불을 꺼도 환하다. 골목길이나 여타 모든 길에 설치된 가로등 불빛이 항상 내가 살던 옥탑방을 비춰주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눈밑에 다크서클이, 항상 피곤하다.


여름에는 뜨거운 태양열로 인해 벽걸이 에어컨도 힘을 쓸 수 없고, 겨울에는 쌩쌩부는 바람이 옥탑방의 벽면을 계속 감싸주니 난방의 파워는 강풍 앞의 성냥불이라고 할까. 낭만적인 마음은 딱 며칠이다. 그래도 옥탑방 앞마당은 누군가의 루프탑과 같은 높이로. 저녁에 골목멍을 하다 보면, 지나다니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에서 희로애락이 보이니까, 그래서 고양이가 높은 곳에 앉아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쳐다보는 것은 아닐까.


참으로 이곳저곳 객지 생활을 구름처럼 떠돌아다니듯 한 것 같다. 지금도 다른 지역에서 살고 있으니, 구름을 뜻하는 한문 이름으로 내가 불릴 때, 정말 구름처럼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공을 쌓자라는 뜻의 한문으로 개명이 된 순간, 비로소 한 지역에서 정착이 되었다. 정말 신기하지 않나, 역시 이름이 중요한 이유도 있는 것 같다.


물론 개명을 했다고 해서 이름을 완전히 갈아엎은 것은 아니라, 똑같은 이름인데, 한문만 바뀐 것이다. 과거에는 출생신고를 할 때 공무원 아저씨가 대충 한문을 잘못 지정해서 입력해버리는 에피소드가 많지 않았나. 나도 그중 한 명의 피해자라고나 할까.


지금은 관사에서 생활한다. 다행은 밤의 요정은 없다. 정말 다행이다. 지금 관사는 5층 아파트이고 37년이나 된 11평 정도 되는 노후 아파트다. 물론 일반인들도 섞여서 사는 아파트니까 재건축에 대해 관심들이 요즘 들어 많아진 아파트다.


내가 막 내려왔을 때에는 3,500만 원 정도 하는 아파트였는데, 지금은 1억 원이라고 한다. 미쳤다. 부동산이 장난이 아니다. 집값이 상승한 이유는 하나다. 예비 안전진단 통과로 재건축 기대 상승.


지금 예비 안전진단이 통과되었다는 축하 현수막이 여러 개 붙어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예비 안전진단이 통과되었다는 의미는 사람이 살면 안 되는 위험한 구조물이라는 뜻인데, 언제 붕괴가 되어도 수상하지 않을 만큼 위험하다는 의미의 진단 결과가 나왔다는 것인데. 정말 아이러니하고 블랙코미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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