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재미를 검색해보았다.

사는 게 재미가 별로 없는 것 같으면서 있는 것도 아니고,

by 별하

오늘은 크리스마스다.

매년 크리스마스 때 기분이 꿀꿀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인가, 그러니까 1987년에 '동방독응'이라는 홍콩 영화가 크리스마스 때를 맞춰서 개봉을 했다. 이때 자취방에서 혼자 텔레비전을 보는데, 모든 채널에서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캐럴송이 나오고, 길거리에는 수많은 남녀와 가족들이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진 서울 시청 근처를 웃으면서 다니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나왔다. 갑자기 외로움이 물씬 가슴속에서 솟구치고, 나만 그런가하는 자괴감이 파도치듯이 철썩거리며 다가왔다. 왠지 울고 싶고 왠지 소리치고 싶고... 사춘기가 늦게 와서 그런지.


아무런 계획없이 무작정 버스를 타고 시내로 갔다. 광주에서 나름대로 번화가인 충장로와 금남로를 향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를 다니는 모습과, 그 모습 속에서는 누군가와 함께라는 모습이 계속 내 눈 안에 들어왔고. 나만 외톨이인 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무작정 걷다가 어느 영화관 앞에 서게 되었다.


크리스마스 때 외로운 마음으로 무작정 집을 나와서 헤맬 때, 잠시 모든 것을 잃게 해 주었던 영화가 동방독응이었다. 크리스마스는 사랑이 넘치고 행복과 웃음이 넘쳐야 하는 날인데, 동방독응 안에서는 피 냄새가 나고 죽고 죽이고, 동료를 위해 폭탄 위에 몸을 날리며 희생하는 그런 영화였다. 그러나 영화관 안에서 나와 같이 혼자 와서 보는 사람들이 보이니, 왠지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던 그때다.


100년의 삶을 살게 되었다는 인간의 수명. 나는 반환점에 와있다. 살아오면서 크리스마스 때 케이크에 꼽혀있는 초에 불을 붙이면서 소원을 빌고 했던 기억은 몇 번 안되었던 것 같다. 아마도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의 존재가 있다고 믿는 아이들을 위해서 어른인 내가 산타클로스 이야기를 해주면서 초에 불을 붙였던 그때가 몇 번 있었던 것 같다.


2021년 크리스마스, 지금 나는 사무실에 나와 있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사무실에서 35일 앞으로 다가온 시험을 대비하기 위해 나와있다. 때때로 복잡한 타인의 인생살이 속에서 벌어진 수많은 사건사고를 쳐다보고 진실을 찾기 위해 깊이 들어갈 때, 나는 내가 지쳐가고 우울해져만가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법과 전혀 다른 어떤 공부들을 계속 해왔다. 그러면서 나에게 다가오는 우울증을 막아냈던 것 같다.


그런데 가끔 사는 재미가 뭘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오늘도 갑자기 사는 재미가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나와 같이 사는 재미에 대해 글을 올리신 분들이 참 많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다가 법륜스님의 사는 거 재미없다는 말씀을 보게 되었다.


그래 다른 사람들도 사는 거 별거 없고 그냥 재미없는데 재미있는 것처럼, 무언가를 찾아서 사는 것인가.


아이 때는 그냥 재미있고, 친구들과 노는 게 재미있고, 엄마가 해준 계란 후라이에 버터를 비벼준 밥을 먹으면서도 재미있고, 피곤할 때 잠을 자도 재미있고, 땅바닥에서 줄을 지어 걸어가고 있는 개미 때를 보면서 앞길에 살짝이 나무로 장애물을 만드는 것도 재미있고,


어느 순간부터 사는 재미가 없어졌을까. 요즘 스우파나 스걸파를 보면서 깨닫기도 한다. 즐겁고 행복하고 재미있기 위해서 춤을 추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정말 행복이 보인다. 그런데 먹고살기 위해서 춤을 춘다면 그건 노동이 될 것이다. 노동이 되는 순간 춤도 그냥 의무적으로 춰야 하는 지겨운 업무가 될 것이니까.


지금 나는 사는 재미를 위해 어떤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고, 그래서 참고 간다. 그 환경이 만들어지면, 반환점을 막 돈 나는 결승전까지 갈 때까지 재미를 위해서 살아볼까 한다. 어려서의 꿈인 춤을 배워볼까. 그래 환경이 만들어지면 충분히 배울 수 있다. 그리고 하고 싶으니까.


중년의 남자가 춤을 춘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여성 파트너와 손을 잡고 왈츠나 브루스를 춘다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나는 아니다. 그냥 혼자 추는 뽐내는 춤. 코카인버터의 리헤이가 거울을 보면서 음악에 맞춰 혼자 추는 그런 멋진 뽐나는 춤. 그런 춤을 배우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사는 재미보다는 앞으로 재미있게 살기 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서 뭔가를 해본다.


앞으로의 삶을 재미나게 살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지금에 최선을 다하는 삶도 나름 재미있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뭐라고 할지 몰라도.


그냥 지금 이순간 다른 사람들도 사는 재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도 하고, 그냥 뭔가 말하고 싶기도 해서, 그냥 브런치에 마음속에 있는 뭔가를 뱉어봤습니다.


모두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시길........

keyword
작가의 이전글객지면식(客地眠食) : 밤의 요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