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살고 도쿄에서 일하는 외노자가 바라보는 일본의 코로나 사태
사실 이렇게 될 줄 알았던 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었다. 심지어 지금 연일 기자회견을 하는 높으신 분들조차도 예전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일본은 지금 X 됐다.
어제 도쿄에서 97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오늘은 89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그중 55명은 감염 경로를 파악할 수 없다. 이로써 일본은 그들이 곧 죽어도 독립국으로 인정해야 만한다고 바득바득 우겨서 만들어낸 괴뢰 크루즈국을 포함하지 않더라도 국내 감염자 수가 곧 3천 명을 달성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 모든 것이 딱 도쿄 올림픽이 1년 뒤로 연기된 기점부터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공교로울 따름이다.
곧 죽어도 올림픽을 하고야 말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문제를 만들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는 역사와 전통의 대처법을 내린 나라에서, 명백히 증상이 있는 상태로 수도권의 만원 전철을 타고 3일이나 출퇴근했다는 직장인의 경로 따위 밝혀질 리가 없다. 오오테마치의 누가 걸렸다더라, 마루노우치 빌딩에서 감염자가 나왔다더라 등등, 도쿄의 최중심부에서 감염자가 발생해도 알음알음 입을 타고 알려질 뿐, 심지어 저 소문 뒤에 붙는 마지막 문장은 하나같이 '혼란 방지를 위해 정보 확산 자제 요청'이었다는 것.
그런 그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음을 알리는 신호탄은 다름이 아닌 연일 한국 까대기에 여념이 없던 와이드쇼가 잠잠해진 것이었다. 요즘 일본 와이드쇼는 잠잠하기 그지없어서 오히려 불안할 지경이다.
그 와중에 어제는 각 가정에 마스크를 ‘2장’씩 배포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여 온 국민에게 조롱거리가 되고야 말았다. 심지어 그 마스크란게 성인은 도무지 쓰기 민망한 사이즈이기까지 해서, 본보기로 직접 쓰고 나오신 아베의 사진은 한국에서도 조리돌림 당하며 비웃음을 사고 있는 것이다.
이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일반 국민들의 의식은 ‘머야 그거 걍 감기 아님?’이라던지, ‘마스크 소용없다는데 왜 씀?ㅋ’(그런데 정작 마스크는 다 품절이라 구할 방법이 없는 함정)이라는 수준에서 머물러 있었고, 그리하여 정부의 단체 활동 자제 요청 따위는 냠냠 맛있게 말아드신 6천여 명이 사이타마에 모였다.
아마도 그들은 바이러스 따위 주먹으로 깨부술 수 있다고 생각하셨던 모양이나, 인간의 참패라는 불길한 징조만이 연일 증가하는 감염자 수로 드러날 뿐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이지 못하던 일본 국민들에게 경종을 울린 사건은 일본의 국민 코미디언인 시무라 켄의 감염과 사망이었다.
감염 발표로부터 불과 일주일 만에 숨을 거둔 유명인의 사망 소식은 코로나 따위 바다 건너 이야기라 여기던 섬나라 사람들에게 있어서 큰 충격이었던 것인지,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나 경각심의 정도가 크게 변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아베상은 긴급사태 선언에 대해서는 여전히 짜게 굴고 계신다. 도쿄도지사인 코이케는 제발 빨리 좀 선언해달라고 며칠 전부터 대놓고 압박을 하지만 도통 움직일 기미가 없다는 것.
과연 이 나라의 다음 주는 무사할 수 있을 것인가.
투비컨티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