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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소설

생일

by 박겸도

시끄러운 소리로 교실이 가득 찼다. 아마 또 누군가의 생일인 듯했다. 익숙한 선율이 교실에 울려 퍼진다. 나는 그 소리에 잠시 구역감을 느꼈다. 박수 소리에 끝내 차올랐던 매스꺼움을 꾹꾹 눌러버렸다.


일 년은 365일이고, 올해는 윤년이니 366일이다. 그리고 그중에서 오늘은 누군가의 생일이라 부르는 날이다. 생일은 태어난 날을 해마다 기념하는 날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나는 생일을 챙기는 불용한 의문이 들 때마다 생일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봤다. 이제 나는 생일의 사전적 정의를 누구보다 빠르게 이야기할 수 있다. 그리고 방금 본 횟수를 포함에 100번째 검색을 마쳤다.


우리는 왜 태어난 날을 챙길까. 매년 꾸준하게 우리는 ‘그 사람의 생일’에 편지와 선물을 전달한다. 편지의 길이가 길수록, 선물의 가격이 높을수록 그 사람과의 관계의 깊이를 대신한다. 그래서일까, 그날에 편지도, 선물도 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날카로운 눈총을 쉽게 받을 수 있다. 오래전 받았던 그 눈총을 난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 눈총을 받은 뒤, 나는 ‘왜 생일을 챙겨야 하는 거야?’라는 질문을 했다. 그 물음을 듣고 그들이 지었던 표정은 더욱이나 잊을 수 없다. 한번 구겨져 버린 종이를 다시 펴보았을 때, 지우개로도 지워지지 않는 ‘구겨진’ 자국처럼 그 표정은 여전히 내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다.


나는 이 질문을 나의 어머니에게도 나의 아버지에게도 가리지 않고 물었다. ‘생일은 왜 챙기는 거예요?’ 어머니와 아버지는 말이 없으셨다. 아마 앞으로도 쭉 없으실 거다. 어머니가 불러주시던 노래가, 아버지가 주시던 선물이 더 이상 기억나지 않는다.


눈가에서 샘이 범람했다. 나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생일이 뭐가 특이하길래, 저들은 그날의 주인공이 되어,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사람이 되어 평소라면 먹지 않을 값비싼 케이크를 사고 사람들의 관심과 환대를 맞으며 하루를 살아간다. 그리고 그것은 신데렐라의 비운과 함께한다. 자정을 가리키는 분침이 끝내 자리를 뜨면, 그 빌어먹을 마법은 풀린다.


마법이 풀리면 그 사람은 이제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그리고 또 누군가의 생일이 시작된다. 다시 불쾌한 음악 연주가 시작된다. 누군가가 태어나 다시 태어난 날을 맞이하는 게 도대체 다들 뭐가 그렇게 중요한 걸까. 나는 또 살아버렸다. 어머니와 아버지에게서 떠나야만 했던, 오늘을 나는 살고 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는 친구들의 옆에서.


‘생일 축_ 합니다. _랑하는 __. 생일 _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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