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경의 ‘평범한 이웃, 유럽’을 읽고 돌아본 한국의 휴일근무 문화
스위스의 수도 취리히에선 최근 ‘일요일 근무’를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졌다. 대형 상점의 일요일 영업 허용을 두고, 이것이 ‘특권인가, 희생인가’에 대한 시민적 토론이 이어진 것이다. 이 모습을 지켜보며 자연스럽게 한국 사회의 휴일근무 문화를 떠올리게 된다.
방송사에서 일하며 수년째 주말 촬영과 방송을 반복해본 나에게, 주말 근무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특히 지역 축제나 현장 취재는 월요일 주요 방송 아이템으로 연결되곤 했다. 하지만 우리는 묻지 않았다. ‘왜 우리는 이렇게 당연하게 일요일에 일하는가?’
물론 직종에 따라 휴일근무는 불가피하다. 병원, 공항, 방송, 교통처럼 사회적 필수 기능을 담당하는 분야는 그렇다. 문제는 그 외의 민간 기업, 특히 유통·서비스업과 같은 상업적 영역까지도 휴일근무를 전제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소비자가 원하니까”, “경쟁에서 밀리면 안 되니까”라는 논리는 곧 “쉴 틈 없이 일하는 사회”를 당연하게 만든다.
스위스에선 일요일 근무에 대한 보상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이 불법이다. 대신 대체휴가를 철저히 보장한다. 이는 휴일근무를 ‘예외적인 상황’으로 관리하려는 사회적 합의의 결과다. 반면 한국은 대체휴가보다 수당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오히려 휴일근무 수당을 받기 위해 자발적으로 휴일근무를 만들어내는 현상까지 생겨난다. 결국 우리는 ‘쉬지 않는 것’에 보상하고, ‘쉴 수 있는 권리’는 무시하는 문화를 강화해온 것이다.
일요일 근무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그 자체로 하나의 노동 인권 담론이다. 첫째, 일요일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사회적 리듬을 구성하는 공동의 시간이다. 둘째, 일요일에도 물건을 사고파는 소비 중심 사회가 과연 우리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드는가에 대한 물음이 필요하다. 셋째, 주말에 일하는 사람은 가족·친구와의 관계에서 단절되고 사회적 고립에 놓일 수 있다. 넷째, 일요일 영업이 내수를 늘린다는 경제적 효과는 환상에 가깝다. 소비의 총량은 일정하고, 다만 지출 시기만 앞당겨질 뿐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휴일근무는 사회적 필수 영역에 한정하고, 그 외의 경우에는 철저히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보상은 돈이 아니라 ‘시간’이 되어야 한다. ‘돈 주면 되지’라는 발상은 사람의 회복권과 존엄을 경시하는 태도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며, 재충전 없이 가동되는 시스템은 결국 탈진하게 마련이다.
일요일, 누구에게나 쉴 권리가 있다. 그것은 특권이 아니라 최소한의 존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