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인간이 진실에 도달하는 가장 오래된 길이다.” – 리클루스
보르헤스는 말했다.
탱고는 하나의 사상이 아니라 그것보다 더 심오한 것, 즉 감정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는 아르헨티나의 골목에서 울려 퍼지던 탱고의 리듬 안에서, 어떤 철학도 설명하지 못할 몸의 기억, 고통의 호흡, 삶의 무게를 들었다. 그 음악은 논리도 아니고 이념도 아니었다. 그는 그것을 감정이라 불렀다.
나는 그 문장을 오래도록 곱씹었다. 사상이 아니라 감정이라니. 감정이 더 깊다니.
그 말에는 단순한 취향의 역전이 아닌, 삶을 이해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근본적인 제안이 담겨 있는 듯했다.
우리는 흔히 감정과 사상을 구분한다. 사상은 고등한 이성의 결과이고, 감정은 일시적이고 불완전한 충동이라 여긴다. 하지만 삶은 그런 식으로 나뉘지 않는다.
모든 사유는 감정에서 출발한다.
두려움에서 철학이 시작되고, 사랑에서 윤리가 생기며, 상실에서 예술이 태어난다.사르트르가 불안에 사로잡혀 실존을 말했고, 니체가 힘의 의지(will to power)에서 철학을 꺼냈듯이, 위대한 사상은 삶의 생생한 감정으로부터 길어올려진 언어들이다. 감정은 사상의 미성숙한 단계가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낳는 토양이자 첫 울림이다.
보르헤스가 말한 탱고는 단지 음악이 아니었다.
그것은 아르헨티나의 남성들이 느꼈던 체념, 명예, 상처, 그리고 혼자 죽어가는 비애의 감정이 리듬과 몸짓으로 응축된 문화적 감정의 구조였다.
19세기 말~20세기 초, 아르헨티나는 유럽(특히 이탈리아·스페인) 이민자들이 대거 유입된 국가였다. 특히 부에노스아이레스 항구는 이민자, 실업자, 노동자, 범죄자, 매춘부, 고독한 남성들이 모여드는 도시의 변두리였다. 이들은 농촌과 유럽 본토에서 ‘절단’된 남성들이었고,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주변부적 존재들이었다.보르헤스가 강조한 ‘비애’와 ‘체념’은 이 소외된 남성 주체들의 감정적 토양 위에서 생성된 것이다.
탱고의 전신인 밀롱가는 아프리카계와 유럽계 이민자들의 리듬이 혼합된 거리의 음악이다. 이 음악은 애정, 폭력, 고독, 좌절이 뒤섞인 비정제된 감정을 담고 있었고, 신체의 움직임으로 삶의 모순을 표현했다. 보르헤스는 탱고의 이런 몸의 언어에서 아르헨티나의 남성들이 경험한 역사적 정체성의 혼란과 감정적 깊이를 포착한 것이다.
보르헤스는 「탱고에 대하여」등 여러 강연과 에세이에서 다음과 같은 점을 말했다
탱고는 결코 여성적이지 않다. 그것은 남성의 비극이며, 싸우다 죽은 이들을 위한 리듬이다.
그 리듬에는 자신이 선택한 죽음에 대한 정서, 외로움, 명예에 대한 근대적 무관심이 배어 있다.
탱고는 더럽고 위험한 지역에서 출발했으며, 그곳에서 남성들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살고 죽었다.
여기서 보르헤스는 탱고를 통해 ‘패배한 남성성의 정서 구조’, 그리고 역사 속에서 자신의 장소를 잃어버린 자들의 슬픈 리듬을 읽어낸 것이다.
문화는 결국 감정의 반복이다.
한 시대의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며, 어떻게 서로에게 전파했는지가 관습이 되고, 기억이 되고, 정체성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억은 결국 하나의 사상으로 수렴된다.
그렇다면, 감정이야말로 사상을 형성하는 가장 오래된 길이 아닐까.
보르헤스는 바로 그 길 위에 탱고를 놓고 있었다.
나는 생각한다.
우리가 ‘앎’이라고 부르는 것, '이해'라고 부르는 것들 대부분은 사실, 감정이 지나간 자리에 언어를 덧입힌 것 아닐까?
슬픔이 먼저 오고, 그 슬픔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언어를 찾는다.
감정이 불러낸 리듬이 있었기에, 탱고는 단순한 춤이 아니라 아르헨티나 정신의 형이상학이 되었다.
그것은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철학도 음악을 완전히 해석할 수 없고,
어떤 개념도 춤을 다 담을 수는 없다.
모든 것이 해석되고, 분석되고, 분류되는 이 시대에 우리는 감정에서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다.
말보다 먼저 오는 것들 — 몸의 떨림, 눈물, 낯선 사람 앞에서 솟아오르는 마음의 미세한 떨림들.
그 모든 것들이 모여 우리가 누구인지 말해주는 언어가 된다.
보르헤스는 탱고를 통해 그것을 보았고, 그 감정의 깊이를 사상보다 먼저 두었다.
그리고 나는, 그의 그 말이 잊히지 않는다.
“사상이 아니라 감정이다.”
그것은 누군가의 말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매일 느끼며 살아가는 진실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