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은 피하는게 아니고 해결하는 것이다
'자포스는 왜 버려진 도시로 갔는가(원제:The Kingdom of Happiness)'를 읽고 있다. 이런저런 생각과 이러저런 사람들이 떠오르는 책이다. 정석의 잠입르뽀도 아닌것이, 간접경험을 주지도 않는 것이....굳이 주위에 권하고 싶지는 않지만, 군데군데 생각을 하게 하는 구석이 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토니 쉐이는 갈등을 늘 피하고 싶어했기 때문에 조직문화라는 명목하에 자신의 성격에 맞는 직원만 고용하려 했다. 홀라크라시(다음에 따로 정리할 예정)를 도입하려고 하는 이유도 표면적인 숭고한 목적보다는, 자신의 성향에 맞게 조직을 바꾸고 싶어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크게 상관은 없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여러 리더십을 만나봤지만 의외로, 갈등을 해결하기 보다 피하려고 하는 유형을 자주본다. 그 리더십이 회사 전체를 맡은 리더십이라면 그건 정말 "장기적"인 재앙이다. 왜 장기적인고 하면, 처음에 갈등회피의 모습이 '좋은 사람'으로만 보이다가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그 피해왔던 갈등들이 곪아 터지기 마련이고, 이미 때를 놓쳐 회복도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가 있었다. 투자의사결정이라는 매우 중대한 안건으로 회의를 하게 되었다. 대표이사 포함하여 5명이 참여했고, 주어진 안건에 대해서 투자를 하자는 측과 하지말자는 측이 갈렸다. (그 대표이사가 제일 싫어하는 구도다.) 각자 돌아가면서 본인의 의견에 대한 근거를 나름대로 설명하고 열띤 토의도했고, 최종의사결정은 그 이야기를 다 듣고 있는다. 여기까지는 전혀 이상이 없다. 결국에 CEO가 여러 의견을 참고하여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니까. 늘 갈등을 회피해오던 CEO는 4명의 의견이 3:1로 투자하지말자쪽에 쏠리자 이렇게 이야기한다.
CEO: "그럼 투자 못하겠네요. 하지맙시다"
A(투자를 반대했던 사람): "....CEO님 의견은 무엇인가요? 지금 이자리에서 본인의견 말씀안하신 분은 CEO님 밖에 없어요...." (IT 특유의 수평문화 있어서, 이 정도 멘트는 가능했다)
CEO: "(버럭) 내가 지금 이야기했잖아요! 3:1이니까 나도 반대라고!)
일동: ....
화라고는 내는 걸 보인적이 없는, 기껏해야 짜증내는 정도로만 표현했던 CEO의 돌변장면이다. (중요한 경영의사결정, 그 중에서도 투자의사결정은 절대로 다수결로 정할 일은 아니다. 외롭고 힘들더라도 최종의사결정자의 몫이다.) 사실, A는 그 즈음에 'CEO는 왜 자기의견이 없을까..그러면서 일이 잘못되면 왜 여러분이 의사결정한거잖아요라고 이야기할까'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늘 일어나는 일이 또 일어난 것이다.
이제 그 CEO는 더이상 사람좋다는 이야기도 못듣는다. 마땅히 해야하는 퇴사자와의 마지막 면담들도 말도 안되는 이유로 피하고(퇴사자가 CEO한테 인사하기 위한 미팅을 잡으려고 수차례 연락하는 모습도 보았다), CEO가 의사결정을 내려주지 않은 바람에 두 조직간에 의미없는 논쟁이 계속되자 그 논쟁을 끝내기 위해 잡은 미팅에서도 중간에 전화를 받는다며 나가서 돌아오지 않기도 했다.
조직과 사회는, 심지어 가정이라는 작은 사회도, 갈등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갈등을 없애는 수많은 방법중에 '갈등회피'는 없다. cool down 시키기 위해 논쟁을 잠시 미룰수는 있지만, 피해서는 안된다. 특히 CEO가 피한 갈등은 엄청난 부메랑으로 돌아와 조직에 중대한 위해를 가한다.
갈등은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피하고 싶다. 대부분의 사람은 갈등해결하는 걸 행복해하고 좋아하지는 않으리라 생각된다. 갈등을 해결하는 건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니고, 해야하니까 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