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같이 쏟아지는 콘텐츠 속에서,
진짜 '창작'이란 무엇일까요.
한 문장이 나오는 데 걸린 시간,
그 시간의 이름표가 바로 ‘저작권’입니다.
이 글은 그 이름표에 대한 작은 이야기입니다.
어릴 적, 가장 좋아했던 시간은 노트에 글을 쓰는 순간이었습니다.
학원 가기 전 짧은 15분, 유선 노트 위에 아무 말이나 써 내려가면
마치 하루가 다시 시작되는 기분이 들곤 했습니다.
누군가 읽어주지 않아도 괜찮았고, 잘 쓴 글이 아니어도 좋았습니다.
그건 그냥, 내 안에서 무언가가 흘러나오고 있다는 증거였으니까요.
성인이 되어서도 글쓰기는 여전히 제게 숨구멍 같은 존재였습니다.
보여주기 위해서라기보다, 저 자신을 확인하는 행위에 가까웠습니다.
감정을 눌러 담듯 문장을 쓰고, 기억을 더듬어 한 단락을 완성할 때마다
나는 나를 조금씩 더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제 글 한 줄이
출처 없이 누군가의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걸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놀랍고 어리둥절했습니다.
하지만 곧 마음 한편이 아프게 저려왔습니다.
그 문장은 제가 여름 내내 고민하고 수정하며 완성한 것이었는데,
그곳에선 마치 원래 그 사람의 문장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 아무렇지도 않게 놓여 있었으니까요.
그 순간, ‘저작권’이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내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법이나 계약서 속에서만 존재한다고 여겼던 그 단어가
그제서야 비로소 창작자의 감정과 시간, 존재를 지켜주는 울타리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작권’이라는 단어가 우리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과거에는 이 개념조차 생소했고,
남의 창작물을 무단으로 가져다 쓰는 일이
별다른 거리낌 없이 이루어지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어떤 문장, 어떤 그림, 어떤 음악이든
그 안에 깃든 시간과 감정, 고뇌와 정성은
아무런 가치도 인정받지 못한 채 흘러가 버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저작권은 더 이상 낯선 용어나 경직된 법조문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서로를 존중하기 위해 만들어낸 가장 인간적인 약속입니다.
창작자의 이름을 남기는 것,
그 문장이 누구의 계절이었는지를 기억해주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요?
요즘 저는 글을 쓸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이 문장을 누가 가져가면 나는 어떤 기분일까?”
“이 글의 이름표는 정말 내 것인가?”
그 질문 앞에서 저는 더 조심스럽게,
더 진심을 담아 문장을 꺼내게 됩니다.
누군가의 글을 인용할 땐
그 사람이 겪은 시간을 함께 빌려 쓰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 시간과 감정, 그 계절이 함부로 훼손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출처를 밝히고, 그 이름을 언급합니다.
창작은 기술이 아닙니다.
창작은 그 사람의 삶에서 길어낸 조각입니다.
그리고 저작권은 그 조각이 누구의 것인지 알려주는 작은 이름표입니다.
그 한 줄이 누군가에게는 한 계절 전체였다는 것,
그 진실을 잊지 않는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 글은 『2025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 기념 공모전』 응모 산문 부문 출품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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