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인류가 최초로 상상한 사이보그
생명을 부여하는 힘은 있었지만, 생명을 받을 수 있는 몸, 온갖 복잡한 섬유질과 근육과 혈관을 갖춘 인체를 마련하는 일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중략] 인체에 넣을 부분이 워낙 정교하다 보니 속도가 붙지 않아 처음 의도와 달리 거대한 몸집을 한 존재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키는 2.5 미터가량에 몸집도 키에 비례해 큰 인간을 만들기로 했지요. 작정하고 몇 달간 재료를 모아 정리한 다음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¹
시체안치소에서 유골을 모으고 [중략] 해부실과 도살장에서 상당량의 재료를 구했고, 인간의 본성 때문에 작업에 혐오감이 들어 등을 돌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늘어만 가던 열의가 식지 않아 작업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²
극도의 고통에 버금가는 불안에 휩싸인 채 주위 흩어진 도구들을 모아 발치에 누운 생명 없는 존재에 생명의 불꽃을 주입하려는 중이었지요. [중략] 반쯤 꺼져버린 촛불 속에서 내가 만든 생명체가 노란 눈을 흐릿하게 뜨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고, 발작 같은 움직임으로 사지가 흔들렸습니다. 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