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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하네스 한 Oct 08. 2024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어쩌면 인류가 최초로 상상한 사이보그

최초의 사이보그는 무엇일까?


1960년 맨프레드 클라이네스와 이선 클라인이 사이보그는 개념을 학술적으로 발표하기 전부터 인류는 이미 물의 결합을 통한 다양한 상상을 해왔다. 람의 머리에 사자의 몸을 가진 스핑크스 그리고 반은 인간, 반은 염소인 그리스 로마 신화의 판 등 여러 사례가 있지만, 이들은 사이보그라 할 수 없다. 결합된 과정이 없이, 그냥 여러 신체부위에 특징이 제각각인 (아마도 태어나기를) '그 자체로 존재'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사이보그 볼 수 있는 초의 대상은 1818년 영국의 작가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에서 찾을 수 있다.


작중 독일 잉골슈타트에서 유학 중인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의 실험실에서 '그것'을 창조한다. 주인공은 그것을 '괴물'이라 호칭하는데, 여기서 등장하는 '괴물'이 바로 오늘날의 개념에서 최초의 사이보그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괴물'이 만들어지는 묘사를 살펴보며, '왜 사이보그인지' 알아보자.


생명을 부여하는 힘은 있었지만, 생명을 받을 수 있는 몸, 온갖 복잡한 섬유질과 근육과 혈관을 갖춘 인체를 마련하는 일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중략] 인체에 넣을 부분이 워낙 정교하다 보니 속도가 붙지 않아 처음 의도와 달리 거대한 몸집을 한 존재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키는 2.5 미터가량에 몸집도 키에 비례해 큰 인간을 만들기로 했지요. 작정하고 몇 달간 재료를 모아 정리한 다음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¹

시체안치소에서 유골을 모으고 [중략] 해부실과 도살장에서 상당량의 재료를 구했고, 인간의 본성 때문에 작업에 혐오감이 들어 등을 돌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늘어만 가던 열의가 식지 않아 작업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²

극도의 고통에 버금가는 불안에 휩싸인 채 주위 흩어진 도구들을 모아 발치에 누운 생명 없는 존재에 생명의 불꽃을 주입하려는 중이었지요. [중략] 반쯤 꺼져버린 촛불 속에서 내가 만든 생명체가 노란 눈을 흐릿하게 뜨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고, 발작 같은 움직임으로 사지가 흔들렸습니다. ³


 '괴물'은 유골과 인위적으로 설계된 근육과 혈관을 통해 만들어진 신체에 '생명의 불꽃'이 주입되어 탄생했다. 이 묘사에서 우선 '괴물'은 각 신체 부위가 인위적인 설계에 의해 만들어지고, 그 부분들이 조합된 육체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괴물 육체에 대한 출처가 묘사된 바가 없기에, 경우의 수를 본다면


1. 다수의 인간 시체를 재료로 구성된 육체이다.

2. 인간을 포함한 여러 동물들을 재료로 구성된 육체이다.


정도로 파악할 수 있다. 1의 경우 이 조건만으로는 사이보그라 할 수 없다. 인간과 인간의 육체적 결합은 넓게 보면 이식의 영역에서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타인으로부터 받은 장기 이식을 받은 사람을 사이보그라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 다수의 사람으로부터 각각 장기와 혈액을 기증은 경우에도 환자를 사이보그로 보지 않는다. 2의 경우 해당 조건은 사이보그의 조건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신체의 결합이 서로 다른 생물체에서 기원하고 그 부분들이 결합되어 하나의 신체를 이뤘기 때문이다.


 소설 <프랑켄슈타인>에서 등장하는 '괴물'에 대한 또 다른 중요한 묘사는 바로 '생명의 불꽃'이다. 그것이 정말 불꽃이든, 아니면 오늘날의 전기이든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에너지를 넣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그 에너지를 통해 조합된 그 '괴물'의 신체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사이보그는 작동 중에 존재한다. 아무리 완벽한 조합으로 이뤄진 신체라고 해도 작동하고 기능하지 않으면 그 대상을 사이보그로 명명할 수 없다.


 작동은 이보그의 중요한 조건이며, 인위적으로 설계되고 결합된 신체가 기능함을 의미한다. 위에서 다룬 1번의 경우 육체만을 두고 봤을 때는 사이보그로 보기 어려웠지만, '생명의 불꽃'을 통해 작동하는 신체가 되는 경우 사이보그로 볼 수 있다. 기능이 불가한 신체가 인위적인 힘에 의해 작동하는 신체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작동 전에는 인간이라는 한 종의 서로 다른 부위의 조합으로 이뤄져 사이보그로 볼 수 없었으나, 자체적으로 기능을 할 수 없던 신체가 외부적 힘이 부여됨으로써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작동하는 1번의 경우'는 조합된 인간 신체 + 외부 동력이 기능하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상태이며 상태를 사이보그로 있는 것이다. 2번의 경우도 결국 작동하지 않으면 시체 덩어리에 불과하다. 즉 사이보그는 작동 중에 비로소 관찰될 수 있으며, 이는 사이보그가 특정 대상을 지칭한다기보다 '상태'로서 이해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사이보그는 생물이 그와 다른 다른 외부적 요소(물리적인 외부요소 또는 구조적 외부요소)를 통한 결합으로 이뤄지며, 작동함으로써 존재한다. 메리 셸리가 창조한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은 이 조건에 맞는 가장 오래된 사이보그이다. 당시 이 '괴물'이 그저 과학적으로 만들어진 끔찍한 혼종 정도로 여겨졌다면, 오늘날 더 다양한 기술적 대상들 사이에서 이 존재를 정의할 수 있는 구분법이 생겼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최초의 사이보그를 알아보는 일의 교훈이 바로 여기에 있다: 과학에 있어서 기술의 발전에도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 기술로 인한 현상의 구분과 인지에도 우리는 또 다른 노력을 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각주

1. 메리 셸리(오수원 옮김), <프랑켄슈타인>, 현대지성, 2024, pp.61-62

2. Ibid. p.63

3. Ibid. p.66

4.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은 저자인 리 셸리가 당시 유행하던 이탈리아의 해부학자 루이지 갈바니의 개념인 생물전기에서 착안하여 고안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미지 출처

https://www.newyorker.com/magazine/2018/02/12/the-strange-and-twisted-life-of-franken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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