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요하네스 한 Oct 10. 2024

사이버 사이보그

네트워크 안에 존재하는 우리

 컴퓨터를 켜고 온라인 게임에 접속한다. 마치 내가 캐릭터이고 캐릭터가 나인 것처럼 열중하여 게임한다. 게임 속 세상과 나는 모니터를 두고 떨어져 있지만, 게임하는 동안 나는 게임 속 세계에 있는 듯하다.


 우리는 일상에서 게임을 통해 현대판 호접지몽(胡蝶之夢)을 겪는다. 과장을 보태서, 게임 중에 캐릭터는 나의 분신을 뛰어넘어 현신이 되는데, 이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현실과 가상현실과의 경계가 모호함을 험한다.


 신체가 꼭 기계와 결합하지 않더라도, 외부의 무엇과 강하게 결합되어 사실상 하나라고 이해되는 상태를 '낮은 기술 사이보그'(low-tech Cyborg)라고 한다. 데이비드 헤스는 이 개념을 통해 일상에서 정의 내리기 모호한 상태를 인식론적으로 이해하려고 한다. 게임에 열중하다 못해 캐릭터에 빙의한 게이머의 의식을 온전히 인간만의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게임에 열중하는 그 시간 동안 게이머의 의식은 컴퓨터 속 게임과 함께 이해되어야 한다. 헤스는 이 두 가지, 게이머의 의식과 게임이 함께 작동하는 하나의 상태를 사이보그라단어를 빌려 표현한.


 '게임 중' 즉 시간의 개념에서 게이머의 의식과 게임이 같이 이해되어야 함은 알겠다. 그렇다면 그 게이머의 의식과 상태의 판단이 이뤄지는 공간은 어디일까? 현실 아니면 게임 속? 게임 중인 게이머의 의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게임 속에 존재하는 게이머 이해한다.  이때 게이머의 상태 네트워크상 그러니까 '사이버'(Cyber)상에 사이보그 이해된다.


 사이버란 무엇인가? 'Cyber' 그리스어인 'Kyber', 뱃사공이 드는 '키'라는 뜻의 단어에서 유래한다.² 노버트 위너가 정보와 그 정보의 연결망인 네트워크를 조절하고 통제한다는 의미에서 해당 단어를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이보그 역시 위너의 Cyber 개념에서 비롯된 단어로,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와 유기체(Organism)의 합성어(Cyb+Org)다.


 하지만 위너의 사이버는 우리가 소 사용하는 '데이터 세계를 의미하는 사이버'와 차이가 있다. 사이버라는 말이 Kyber 그러니까 '조절하다'의 의미를 뛰어넘어 '네트워크 세계', '가상현실'을 지칭하게 된 데에는 뉴로맨서 <Neuromancer>³영향이 크다. 사이버스페이스라는 단어가 이 SF에서 처음 쓰이면서 널리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사이버스페이스는 작중에서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을 연결하는 거대한 네트워크 속 데이터 공간으로 등장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개념을 적용해 보자, 영화 <메트릭스>에 등장인물들이 뇌를 컴퓨터와 연결해 '메트릭스'에 접근하는 상황을 두고도 우리는 사이보그를 발견할 수 있다. 우선 머리에 컴퓨터와 접속할 수  있는 장치를 가진 인간을 사이보그로 볼 수 있고, 메트릭스 세계에  들어가서 임무를 수행하는 인지와 의식의 '사이버 사이보그'를 발견할 수 있다.


 사이보그는 대상이 아닌 상태이며, 특정한 존재의 방식이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막론하고 어떤 두 대상의 상태가 하나로서 이해될 수 있다면, 사이보그의 가능성은 열려있다.


사이버 사이보그는 서로 다른 그러나 연결된 공간에서 나타나는 사이보그라고 할 수 있다.




각주

1. 노버트 위너 생물과 기계 사이의 구조적 유사성과 커뮤니케이션을 연구를 위해 의 저서 <사이버네틱스>에서 설명.

2. <뉴로맨서>는 윌리엄 깁슨의 SF소설이다. 작중 '사이버스페이스'는 단어를 통해 데이터 세계를 지칭한 것이 오늘날 널리 사용되게 되었다.


이미지 출처

https://wallhere.com/ko/wallpaper/182792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