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면서 누군가를 사랑하겠다는 말, 가장 쉬운 사랑조차 완성하지 못하면서 어쩌면 가장 어려운 사랑을 시도하고 있는 사람들. 그 모순을 우리는 종종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다. 스스로의 감정조차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면서, 타인의 마음을 알고 싶어 하고, 얻고 싶어 하고, 더 나아가 그 마음이 나에게 머물러주기를 바란다.
짝사랑을 끝내기 위한 질문을 던지고, 친구들과 토론을 하고, 노래 가사에 마음을 이입하며, 때로는 신을 찾기도 한다. 우리는 애써 무뎌지려 하지만 사실 누구보다 간절하게 사랑을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우리이기에, 그 짝사랑조차도 하나의 설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리고 그 설렘을 오래 붙잡고 싶은 마음에 사랑을 시작하지 못한 채 주위만 맴돌기도 한다.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요즘의 젊은 사람들. 연애에 대한 거부감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을 다해 노력하고 싶지는 않고, 혼자 있기에는 외로운데 상처받을지도 모르는 도전은 피하고 싶다. 그런 이율배반적인 감정들 속에서, 우리는 사랑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생각만 하는’ 상태로 머물러 있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연애를 글로만 배웠다는 말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지금, 우리는 타인의 연애 이야기에 더 몰입하고, 친구의 고민에는 조언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정작 자신의 연애관조차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 ’ 내가 진짜 원하는 연애는 무엇일까?’라는 질문 앞에 멈칫하고, 그 질문조차 던져본 적 없는 사람도 많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아니, 어쩌면 이해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외면하고 도망치고, 그 감정의 진짜 근원에 다가가기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렇게 가장 완성하기 쉬운, 가장 먼저 완성되어야 할 사랑인—자신을 향한 사랑—조차 우리는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닐까.
연락이 느리다고 생각했던 그 사람. 너무 간절했기에, 사소한 텀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상처를 받는다. 연락이 느린 이유에 대해 수없이 고민하고,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때로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가능성 앞에 고개를 돌린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건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아니라, 내가 그 사람을 기다리며 나 자신을 얼마나 불안하게 만들었는가,라는 사실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먼저 스스로를 이해해야 한다. 나라는 사람을 천천히 들여다보고, 질문해야 한다. 나는 나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가? 내가 나를 아껴주고 있는가? 그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면, 아직 타인을 깊이 사랑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스스로에게 먼저 말을 걸어보자. 어떤가? 연락이 느렸던 그 사람보다 답장이 빠르지 않았는가? 천천히 질문해 보자. 내가 지금 스스로에게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정확한 대답을 듣지 못해도 좋다. 네가 지금 말을 건 그 친구는 언제나 네 곁에 있을 것이다. 네가 눈을 감는 날까지 함께할 것이다.
어쩌면 가장 사랑하기 쉬운 사람. 항상 곁에 있기에 가장 많이 대화할 수 있는 사람. 스스로를 타자화하여 생각해 보자. 조금 아껴주고, 조금 다독이자.
우리가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그토록 어려운 사랑을 시작하기에 앞서, 가장 쉬운 사랑—나를 사랑하는 일—부터 해낼 수 있다면. 그 사랑이 완성될 때, 비로소 우리는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