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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람 Jun 06. 2024

선택과 집중

대나무


 조선의 문인 윤선도의 오우가(五友歌)는 물, 바위, 소나무, 달, 대나무를 의인화하여 예찬한 시조이다. 다음은 다섯 가지 자연물 중에서 대나무에 관한 글이다.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누가 시켰으며, 속은 어찌 비어 있느냐

저렇고 사시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대나무에 대한 작가의 느낌이나 생각이 오늘날과 별반 다르지 않다. 첫째 행은 작가의 통찰력이 돋보이고, 2행의 물음은 지금도 궁금증을 자아내는 구절이다.     


 우리나라 산림법에는 산림의 정의가 쓰여있다. ‘산림이란 집단으로 생육하고 있는 입목(立木), 죽(竹)과 그 토지를 말한다.’ 여기서 ‘입목’은 땅 위에 서 있는 살아있는 나무를 지칭한다. ‘죽’은 대나무인데 굳이 입목에 포함하지 않고 따로 구분하여 나타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나무(木)와 풀(草)을 구분할 때는 나무에만 있는 두 가지 필수조건이 적용된다. 단단한 몸체를 구성하는 목질부와 부피생장을 하는 형성층이라는 조직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나무는 단단한 건 맞지만, 형성층이 없어 부피생장을 할 수 없다. 한 가지 조건만 갖춘 중간형이라 입목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그래도 나무라고 부르는 이유는 목재로 활용할 수 있는 역할 때문이었다.


 대나무 속은 형성층 없이 왜 비어 있을까? 선택과 집중으로 설명할 수 있다. 신장과 체중이 사람의 생장을 나타내는 기준이듯 식물도 길이생장과 부피생장을 한다. 그런데 날씬한 대나무는 예외다. 자기만의 생존 전략이 따로 있다.

 형성층이 원래 없던 것이 아니라 퇴화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좁은 면적에서 살아남기 위한 종족 특성을 고려하여 수평 방향보다는 밀집된 수직 방향으로 공간 활용을 선택했다. 부피생장에 쏟아야 할 역량을 길이생장에 집중한 것이다.      


 생존에 유리한 방향에 집중하려고 속을 비우는 방법을 선택한 대나무처럼 사람에게도 전해오울림이 있다. ‘마음을 비운다’라는 삶의 선택이다. 이 말은 ‘욕심을 내려놓자’라고 흔히 이해하고 있으나 사실은 자신에게 ‘가치 있는 삶에 집중하자’라는 의미가 크다. 마음을 비우는 삶이 그래서 아름답다.     


 순수 우리말인 대나무는 쌍떡잎인 나무와 달리 외떡잎식물 벼과()이다. 생명력이 강한 편이나 추위에 약해 남부지방에 주로 분포하고, 일부 종이 중부지방에 서식한다. 땅속줄기로 번식해 여러 개체가 연결되어 살아간다.

 대나무꽃은 매우 희귀하다. 50~120년 만에 한꺼번에 피는데 이때 자신의 남은 에너지로 씨앗을 만들어 확산시킨다. 그것으로 다음 세대를 위한 임무를 마친 후 모두 고사(枯死)하는 독특한 성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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