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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이비행기 Jan 06. 2019

제주살이 설명서, 게하 스텝 어때?

게스트하우스 스탭은 과연 여행 같은 제주살이를 할까?


“게하(게스트 하우스)에서 스탭 일하면서 제주를 알아가면 되죠~!”     


제주살이는 특히 젊은층의 마음을 이끄는 건 맞다.

더구나 효리네 민박에서 박보검이나 윤아처럼 게스트하우스 스탭 일을 하면서

여행 같은 제주살이를 시작하겠는 계획 많이 잡을 것이다.     


물론 이런 방식이 맞는 사람도 있다. 이건 부인할 수 없다.

이렇게 시작해서 제주에 자리 잡은 사례들도 종종 있으니.     

그러나 게스트하우스 스탭 자체가 쉽게 봐서는 안 될 부분이다.     


무료 숙식 제공, 자유로운 분위기, 매일 파티.     


세 가지 조건에서 좀 이상한 느낌이 들지 않은가?     


먼저 무료숙식제공부터 살펴보자면.

모든 게스트하우가 그런 건 아니다만. 도미토리 침대 하나를 내어주는 경우가 많다.

밥이라고 하면, 게스트하우스에서 주는 조식 그 정도다.

나머지는 같이 일하는 스탭들과 알아서 해 먹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보면 된다.      

물론 게스트하우스 주인장 중에는 좋은 방을 내어주고 밥도 제대로 챙겨주는 분들 많다.

정확히 짚고 넘어가다면 모든 곳이 이렇지 않다는 것.     


무료 숙식 제공의 뒷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러니까 무급이거나 거의 무급에 가까운 임금이다.     

게스트하우스 스탭은 애초에 알바나 근로자의 개념보다는 여행자들이 소정의 근로로 약간의 대가를 받는 개념에 가깝다. 그리고 게스트하우스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약간의 현장 실습과 교육의 개념도 있었고.

분명 게하 스탭이 자리잡은 초반까지는 그랬을지 모른다.     


그런데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스탭을 지원하거나 지원받는

게하들이 많아지면서 원래 취지와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 근무 시간도 자율적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꼭 그렇지 않은 게 현실이다.

게스트하우스에 필요한 일들이라면 어떤 게 있겠는가.


큰 틀로 보면 예약받고, 손님 안내해주고, 청소하기.

조식 챙겨주기까지.


이게 글로 표현하니 간단해보이지만 현실은 아니다.     

예약을 받으려면 일단 그 공간에 있어야 한다. 아니면 해당 게스트하우스의 홈페이지나 예약시스템을 직접 운영하거나. 이걸 스탭들이 한다는 점이다.(물론 주인이 하는 곳도 많다.)     

손님 안내, 이건 단순히 숙박 손님이 오면 방을 안내해주는 수준만은 아니다.

때로는 근처나 공항까지 픽업하러 가는 경우도 있고,

오름 오르기나 감귤따기 체험에 안내 역할도 해야 될 수도 있다.    

 

가장 큰 건 청소.

매일 정해진 시간 안에 이걸 해내야만 한다.

손님이 체크아웃하면 다음 손님이 올 때까지 방 청소와 이불 빨래, 수건 세탁에 기타 자잘한 청소들까지.     

조식이라고 하면 간단하게 토스트나 그 정도이긴 하지만.

  이걸 미리 챙기려면 새나라의 어린이 마음으로 일찍 일어나야 한다. 오히려 평소보다 부지런해야 스탭으로서 일과를 충실하게 해낼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이 업무를 해내려면 아침 일찍부터 오후 늦게까지 게스트하우스 공간에 매여 있어야 한다      


여기서 추가로 파티가 열리는 게스트하우스면 조금 더 알아야 할 점이 있다.     

파티에서 스탭이 할 일이 무엇이냐?

준비와 뒤처리는 물론이고, 손님들에게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물론 파티 자체를 즐기면 크게 문제가 안 되겠지만.

매일 파티가 열린다고 생각해보아라.     

누가 오든 항상 웃으며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


이게 과연 그저 도와준다는 개념으로 할 수 있을까?     

결국 게스트하우스 스탭은 하루 종일 출퇴근의 개념없이 일만 할 수도 있다.     

물론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방식을 많이 택하고.

항공료 지원에 약간의 여행 경비를 준다고 하지만.

하루 그만큼 아주 힘들게 일하면 남은 하루는 어느 순간부터 제주를 둘러보기보다

푹 쉬는데 시간을 할애하기 마련이다.      


그리하여 게스트하우스 스탭들이 자주 바뀐다는 얘기는 쉽게 들을 수 있는 부분이다.     


차라리 일하면서 제주를 하나하나 둘러보고 싶다면.

정확하게 시간이 정해진 짧은 알바가 나을 수도 있다.


그건 최소한 일한 만큼 임금은 주지 않던가?     

게스트하우스 스탭은 관련법상 노동자 개념도 아니다.

일하면서 발생하는 사고에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아도 된다.


 가만히 따져 보면 단순히 도와주는 수준이 아니라 엄연한 노동이다.      

일반 숙박업소에서 하는 일과 흡사하고,

실제 숙박업소에서 직원들은 비슷한 일을 하면서 정당한 임금을 받는다.      


제주살이로서 게스트하우스 스탭은 매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다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자체가 즐겁다거나,

색다른 알바를 해보고 싶다거나,

나중에 게스트하우스 창업을 생각한다거나

여행은 안 다녀도 좋으니까 그냥 딴 생각없이 낯선 공간에서 낯선 일을 하고 싶다거나.

이런 정도가 아니라면      

게스트하우스 스탭은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게스트하우스마다 세부사정은 다르니까

생각만킄 좋을 부분이 많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열악한 상황도 있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     

최소한 효리네 민박의 박보검, 아이유를 생각하면 당장 그 생각은 종이비행기를 접어서 날려버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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