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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이비행기 Oct 12. 2020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시가 될 지 모르겠지만(3)

어깨에 하루를 온전히 짊어졌다. 쉬이 떨어지지 않는 발을 이끌고 오늘 마지막을 달리는 버스에 올라탔다. 차창 밖은 조명들이 별빛을 기리우고, 전조등이 도로의 어둠을 밀어낸다. 엔진소리에 묻힌 라디오는 버스가 잠시 멈춰설 때야 약간의 멜로디를 드러낸다. 달려다가 멈추고 멈추려다 다시 내달리는 버스 안에서 우리는 모두 흔들린다. 스마트폰에 애써 시선을 고정하지만 바람 빠진 풍선 마냥 축 늘어진다. 귓가를 날카롭게 찔러대는 안내방송에도 눈꺼풀은 점점 내려간다. 여전히 어깨는 묵직하고 머릿속은 다가오지 않은 내일을 미리 그려내지만 은은하게 올라오는 엔진의 열기, 타이어의 진동이 딱딱한 내 몸을 서서히 풀어준다. 잠시나마 가까워지는 종착지 전까지만이라도 온몸에 힘을 풀어보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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