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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이비행기 Mar 07. 2022

버스에서 되찾은 마음

일상의 순간들 (2)

요즘 출근할 때 버스를 자주 탄다.


자가용으로 이동할 때보다  버스가 두 배에서 세 배 가까이 시간이 걸린다. 기사님 감정 상태에 따라 멀미도 왔다갔다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뒤도 안 돌아보고 돌진하는 기름값보다 덜 무섭다.


일주일에 한 번만 버스를 타자고 다짐했던 것을

국제유가 상승에 발맞춰 한 주 당 두 번 세 번 네 번... 점점 횟수를 늘려나가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기름값 상승이 버스 이용의 원인이라 밝히지만 진짜 이유는 내 마음의 여유다.


운전할 때면 엑셀과 브레이크,방향지시등, 전방주시, 양옆 확인, 신호, 도로 흐름, 방어운전... 챙겨야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맑고 파란 하늘과 넓고 푸른 바다를 곁에 두고 달려도 눈길 한 번 줄 여유조차 없다. 다른 차가 뒤에 붙으면 마음 졸여서 엑셀을 더 밟게 되고 앞을 막고 있으면 브레이크를 나눠 밟으며 끼어들 타이밍만 사이드미러로 확인하곤 한다.


누군가 끼어들어서 앞을 막거나 절묘하게 신호에 걸리면 괜스레 짜증스러운 말들만 쏟아내고 그것들은 모두 두통으로 남게 되고 피로감만 소리없이 쌓여왔다.


이것이 과연 나의 편리함과 시간을 벌어주는 게 맞는 걸까.


버스를 타면 창 밖 풍경을 한 번 더 살펴보고

눈을 감고 잠시 온몸에 힘을 내려놓기도 해보고

라디오와 주변 소리에 귀기울일 수 있고

무엇보다 머릿속을 감도는 생각을 차분히 정리할 수 있다.


버스에서 놓쳤던 것들 새삼스럽게 다시 찾아가곤 한다. 조금 느리지만 가끔은 멀미도 나기도 하지만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 버스에서 맑은 하늘과 잠잠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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