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순간들(14)
집앞에 민들레가 자리를 잡았다. 갓털이 솜방망이처럼 피어나면 이제 새로운 여행을 준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람들은 보통 민들레의 씨앗을 두고 민들레홀씨라고 부른다. 유명한 노래 제목도 그렇고 책이나 신문, 사람들 입에서도 자연스럽게 쓰여 왔으니 그것이 정말 맞다고 여긴다. 그러나 민들레홀씨는 잘못된 표현이다. 홀씨는 고사리나 이끼, 곰팡이와 같은 포자가 퍼져 번씩하는 형태를 뜻한다. 홀씨라 불리는 갓털이 날아가는 모습이 어떻게 보면 홀씨와도 같다고 할 수 있겠으나 민들레 입장에선 억울한 면이 있다.
꽃으로 피어나 갓털에 씨앗을 담아 정처 없는 여행을 준비하는 정성도 매번 선보이고 있는데. 그저 이것을 홀씨라고 두루뭉술하게 넘겨버리니 말이다.
우리가 민들레홀씨가 입에 붙은 건, 사실관게보다는 어감이 예뻐서 그러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의 원뜻을 제대로 알지 못 한 채 그냥 무심하게 쓰이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조금 더 관심을 둔다면 민들레홀씨가 아니라 민들레꽃씨라는 표현을 발견할 수 있다.
민들레꽃씨되어 여정없는 여행을 할 수 있다면,
한두 번 사용하면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정감이 깊어진다.
오늘 난, 민들레꽃씨의 여행을 도와주었다. 아무데나 불시착할 거 같지만 자신이 자리 잡을 곳까지 갓털의 도움으로 날아오르고 멈추고 반복하다가 마침내 정착하는 그 비밀도 오늘 새삼 알아가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