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코비드 (코로나 후유증)

일상의 순간들 (17)

by 종이비행기

코로나19 격리해제 이후 나의 일상은 완전히 원래대로 돌아왔다. 격리될 동안 밀렸던 일들도 한꺼번에 다 몰아서 해치우고 있으니. 한계치 에너지가 100이라면 120으로 하루하루 보내는 중이다.


다행이라면 코로나19에서 호흡기나 기관지, 심혈관 등의 직접적인 증상은 거의 겪지 않았다. 대신 처음 코로나19 유증상이 나타날 때 심하게 몰아닥친 권태감과 피로감은 의외로 가늘고 길게 따라오는 중이다.


코로나19 후유증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나도 남의 얘기는 아니다. 잔기침이나 인후통과 근육통 등은 살짝 살짝 기습적으로 찾아오곤 한다.


그보다 더 문제인 것이 피로감에 이은 권태감이다. 격리될 동안 평소보단 많이 쉬고 수면 시간도 늘렸다고 생각했으나. 그것과 별개로 하루 종일 온몸이 계속 처지고 있다. 가장 집중력이 필요할 시간 소위 멍 때림 증상이 나타나고 모든 것이 다 귀찮아지는...

제주어로는 '실프다'(귀찮음과 싫음이 섞인 제주어만의 특별한 상태. 표준어로 완전히 대체할 수 없는 용어)에 가까운 수준이다.


영양제도 계속 챙겨 먹고 수시로 산책하고 마음의 리셋을 시도해보는데 쉽지가 않다.


이럴수록 나에게 필요한 건, 조금 더 천천히. 한 걸음 전진대신 한 모금의 호흡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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