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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이비행기 Apr 20. 2022

저는 장애인의 가족입니다.

일상의 순간들 (26)

한 달에 한 번씩 어머니의 통원 치료를 다녀온다.

이번달은 마침 오늘인데, 달력을 보니 4월 20일이다.


곡우로 기억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장애인의 날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뉴스에서는 장애인과 관련해 다양한 행사 소식들이 쏟아지지만 왠지 거리감이 느껴진다.


우리 어머니는 아주 어릴 때부터 지체장애인이다. 내가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모습은 너무나도 익숙했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은 나와 마음이 같지 않았다.


"할머니세요?"


단지 휠체어에 타고 몸이 왜소하다는 이유로 처음 본 사람들은 어머니를 할머니로 대했다.


"어쩌다 그리 되셨어요..."

"풍 맞으셨어요?"


장애인이 된 사연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처음엔 담담하게 얘기하다가도 반복되는 질문에 화를 낸 적도 종종 있었다.


"정말 천사네, 천사네."

단지 어머니와 함께 산다고.

함께 시장에 다닌다고.

그저 같이 서 있기만 해도

사람들은 아버지와 나를 천사로 만들어줬다.


나중에는 정말 천사처럼 살아야 하나

스스로 세뇌된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다.


사람들의 질문과 규정과 늘 마주해야 하는 게 장애인 가족이다.


요즘은 거의 그럴 일 없겠지만.

휠체어와 함께 식당에 들어갔다가 구걸하는 취급 받아 쫓겨난 적도 있었다. 어떤 옷 가게는 나가라는 말 대신 천 원짜리를 던지며 나가라고 손짓하기도.(그분은 알고 보니 같은 친구의 어머니였다.)


"기도로 기적을 만들어보겠습니다!"

간혹 과도한 신앙심을 내세워 기도로 일어나 걷게 해준다는 사람도 수도 없이 많이 만나왔다.


화가 나는 순간들이 너무나도 많았지만.

늘 참아야만 했다. 가족이 일일이 화를 내고 대응하다보면 당사자가 위축되기도 하니까.


최근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해 이슈가 이어지고 있다.

왜 그렇게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냐는 의견도 적지 않은데. 가만히 있으면 누구 하나 장애인에 대해 제대로 이해나 하려고 할까?

아무리 사회 인식이 바뀌고 교육 수준이 높아져도 여전히 장애인은 불편하고 귀찮은 존재로 여겨지기도 한다. 오히려 가족들에게 얼른 요양원으로 장애인인 가족을 맡기라고도 권하기도 한다. 현실적인 조언 같지만 역시나 불편함과 귀찮은 존재라는 인식이 있는 셈이다.


지금은 예전보다 장애인과 관련해 제도가 시스템들이 많이 나아졌다.


그러나 과연 사람들이 바라보는 장애인에 대한 생각은 예전과 달라졌을까?


많은 질문들을 하고 싶은 오늘. 장애인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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