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순간들(28)
지난 주말, 인스타그램 로그인이 되질 않았다.
앱을 삭제했다가 다시 설치해도 비밀번호도 여러 번 설정해도 알 수 없는 이유로 접속이 불가능했다.
스마트폰으로 접속하고 노트북으로 접속하고 영어 안내 한 번, 한국어 안내 한 번씩 번갈아가며 로그인을 철저하게 막아버린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누군가 계정을 해킹해서 스팸 게시물을 올린 것도 아니다.
심지어 페이스북으로 올린 게시물은 연동해서 잘 올라갔다.
도대체 왜 이럴까, 하루 중 은근히 자주 드나들던 공간이 사라져버린 것만 같았다.
다정한 이웃들 소식도 막혀버린 것 같았고.
괜스레 입술이 마르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이것만 붙잡을 수도 없는 노릇, 당장 해야 할 일들이 있으니 인스타 로그인 시도는 잠시 멈추고 일상을 치렀다. 중간중간 혹시나하는 마음에 로그인을 몇 번 시도했지만 상황이 바뀌진 않았다.
나중에는 아예 인스타그램을 잊고 원래 할 일에 더 집중했다.
머릿속에 인스타그램은 지금 완전히 중단되었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해야 할 일에 집중이 더 잘 되었다.
평상시라면 서너 시간은 걸릴 것이 한 시간 남짓에 마무리되었고
오히려 더 다른 것들도 살펴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커피를 마실 때 스마트폰 화면이 아니라 커피 자체를 보면서 향도 느낄 수 있었고,
창밖 너머 파란색에서 잠시 붉은색, 검게 물든 하늘도 눈으로 자세히 올려다보았다.
그동안 무엇을 놓쳐왔던 것일까?
멀리 떨어져서 각자 일상을 열심히 사는 다정한 이웃들의 소식들도 중요하지만
어쩌면 당장 내 곁에 있는 것들을 놓치지 않기.
알 수 없는 이유로 막혀버린 인스타 오류가 내게 준 선물이 아닐까.
p.s: 인스타그램은 하루 만에 아무런 이유 없이(?) 복구되었다. 반가웠지만 왠지 아쉬운 건, 정녕 기분탓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