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미술관 주차장에는 오래된 팽나무 한 그루가 있다.
누군가는 모양새가 좋지 않으니 베어버려야 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어떻게 보면 자리도 애매하게 차지했고, 지나가는 차들도 살짝 방해받는 모양새도 들긴 한다.
그 밑에 아주 작은 안내판을 살펴보고는 잠시 들었던 생각을 얼른 거두었다.
이중섭 화백이 서귀포에서 생활할 때 작품 구상을 위해 한 번씩 찾았던 쉼터였던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미관상 좋지 않은 그저 그런 팽나무였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작품의 영감을 주는 소중한 공간이었던 것.
나도 잠시 그 팽나무 아래 가만히 서 있었다. 잠시 비를 막아주기도 했지만
여기서 작품을 구상했던 젊은 날의 이중섭이 떠올랐다.
팽나무 역시 그때의 기억을 지금까지도 품고 있지 않을까?
팽나무가 가진 기억만큼이나 우리 역시 팽나무를 기억할 때
좋은 에너지만 남을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