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종이비행기 Aug 02. 2024

편의점 앞 길고양이


오늘 밤, 집 근처 편의점에 갔다. 그 앞을 지키고 있는 건 다름 아닌 길고양이였다. 녀석은 여느 길고양이와 달리 나를 보자마자 피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다가왔다. 마치 늘 봤던 친구를 대하듯.

내가 내민 손길을 사양하지 않고 오히려 얼굴을 들이밀기도 했다. 잠시였지만 보드라운 털과 녀석이 가진 온기가 손바닥으로 스며들었다.

과연 내게서 무엇을 원하는 걸까? 아무래도 편의점을 오가는 수많은 사람 중 녀석에게 먹이를 챙겨준 이가 있었을 것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가  진정으로 원했던 건 무엇일까? 녀석의 눈빛과 몸짓은  배고픔을 위한 간절함이 아니라 낯선 누군가의 따뜻한 눈길이 아니었을까?


때론 배고픔보다 외로움이 더 갈증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길고양이는 어떤 것도 보장되지 않은 환경에서 스스로 먹고 자고 살아간다. 우리도 모습만 다를 뿐 다르지 않다. 치열하기 살다 보면 무얼 위해 달렸는지 망각할 때도 있다. 그때 낯선 이라도 좋으니 반갑게 인사 한 번 해주면 위안이 되지 않을까?


밤이 점점 깊어진다. 지금도 길고양이와 그 모습을 닮은 누군가는 무얼 하고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그네의 마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