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의 조건?

by 종이비행기

요즘 매주 금요일 저녁 7시면 라디오 생방송에 출연한다. 금요 명작 스캔들이라는 코너에서 MC들이 명작 속 하이라이트를 서너 장면 연기로 풀어내고, 나는 그 작품의 숨겨진 뒷이야기들을 정리해 전한다.


다루는 작품들은 제각각이다. 운수 좋은 날, 오페라의 유령, 별이 빛나는 밤, 사랑 손님과 어머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달려라 하니, 올인, 모모, 레 미제라블, 성냥팔이 소녀, **미녀와 야수**까지. 소설, 동화, 그림, 노래, 영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명작들을 다시 만난다.


단순히 작품을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찾아 전하다 보니 새삼스럽게 한 가지를 느끼게 된다.

명작이 기억되기 위해 꼭 화려한 문장이나 깜짝 놀랄 만한 구성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명작에는 언제나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시선이 담겨 있다. 그 시선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희로애락이 있고, 동시에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사회의 풍경이 스며 있다. 우리가 직접 살아보지 않은 세계의 이야기임에도,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공감이 생긴다. 그래서 오래 남는다.


물론 명작은 원작 그대로만 전승되지 않는다. 시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고, 형태도 조금씩 변형된다. 그럼에도 중심에는 늘 같다. 그 사람이, 그 상황에서, 그렇게 선택할 수밖에 없었겠다는 납득. 명작은 그 선택의 설득력에서 비롯된다.


명작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남들이 흉내 낼 수 없는 기교나 남다른 문장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현실 속에서 오래 기억될 만한 사람의 모습, 그 감정과 시선을 얼마나 정직하게 담아냈느냐에 가깝다.

우리는 이미 남겨진 명작을 바라보며 또 다른 명작을 동경한다. 그렇다면 이제는 질문을 조금 바꿔도 좋겠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을, 나는 얼마나 제대로 바라보고 있는지. 그 생각이 오래 머문다. 언젠가 나 역시, 누군가의 시간 속에 오래 남을 기록을 남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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