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소설로 만나는 세상의 모든 숨은 이야기
새벽 세 시, 옆집에서 냄새가 슬금슬금 넘어왔다.
이건 달걀을 두 개 풀고 3분 50초 정도 끓인 신라면.
거기다가 마지막으로 파까지 송송 썰어 넣었군.
눈과 귀를 막아도 콧구멍에 스며든 라면 냄새,
이걸로 난 옆집의 움직임을 알아차렸다.
한달하고도 일주일째, 매일 같은 시간
같은 라면을 끓여 먹는 옆집이었다.
라면 냄새가 엷어지면서 나도 잠이 들 찰나,
비명이 내 귀를 깊숙하게 파고 들었다.
이건 분명, 보통 소리가 아니었다.
어쩌면 목숨이 위태로울지도 모를,
긴박한 호흡까지 귓가에 맴돌았다.
잠옷차림으로 뛰쳐나가 옆집 문을 두드렸다.
조용히 열린 문 사이로, 하얗게 질린 얼굴이 드러났다.
그의 어깨너머로 바닥에 쏟아진 김치가 보였다.
설마?
“김치를 잘못샀지 뭐예요, 신김치였어야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