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싸움, 흐르는 책임
수질오염사고는 ‘사업장 또는 생활 활동 중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해 오염물질이 하천, 호소 등 공공수역에 누출·유출되어 사람의 건강이나 자연환경에 피해를 주는 사고’를 말한다. 급성 사고로 분류되며, 즉각적인 대응과 조치가 필요하다. 주요 원인으로는 유류, 화학물질, 농약, 중금속 등이 있다. 사고로 인하여 상수원 오염, 생태계 파괴, 식수 공급 중단 등의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사고는 규모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된다. 소형사고는 피해가 작아 지자체 자체 수습이 가능하고, 중형사고는 피해가 크고 국민적 관심이 높아 광역자치단체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 대형 사고는 피해가 광범위하여 정부 차원의 종합 대응이 요구된다.
1995년, 나는 상하수과 수질보전계에서 수질오염사고 대응 업무를 담당했다. 이 업무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대부분의 사고는 시군에서 자체적으로 조치가 이뤄졌고, 결과 보고가 올라오면 계장, 과장, 국장까지 보고한 후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시기였다.
1998년으로 기억된다. 안성시 공단 내 한 공장에서 폐수가 유출
되어 일시적으로 상수도 공급이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조치가 신속히 이뤄져 당일 급수가 재개되었고, 문제없다고 판단해 도지사실에 완료 보고서를 올린 뒤 환경부에는 보고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앙지 기자가 도지사실에서 우연히 보고는 석간에 ‘식수 중단으로 주민들 고통’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보도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다음 날 아침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환경부 장관에게 관련 내용을 질의했지만, 보고받지 못한 장관은 답변하지 못했다. 곧바로 환경부 감사관실에서 경기도를 방문해 경위 파악을 진행했고, ‘경고’ 조치가 떨어졌다.
이 사건 이후 환경부는 관련 지침을 마련했고, 경기도 역시 작은 사고라도 중앙부처까지 보고하는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팔당호에서도 크고 작은 수질오염사고가 발생하였는데, 대부분 차량 추락이나 교통사고에 따른 유류 유출이었다. 양이 적더라도 식수원이라는 특성상 민감하게 대응해야 했다.
양평군의 용담대교는 국도 6호선 확장 사업의 일환으로 건설되어, 1996년 12월 3일에 개통되었다. 양서면 용담리와 신원리를 잇는 이 다리는 폭 10.75m, 길이 2.38km에 달하며 팔당호 위를 지나간다. 다리를 건너며 바라보는 팔당호와 광주시 남종면 검천리, 수청리의 풍경은 그야말로 절경이다.
용담대교는 2002년 제1회 아름다운 도로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였고, 2006년에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되었다. 친환경 공법이 적용된 이 도로는 사계절 내내 다양한 풍경을 연출하며, 드라이브 명소로도 사랑받고 있다.
도로 개통 이후 환경시민단체와 언론에서는 “수질오염 사고가 발생하면 수도권 주민의 식수원인 팔당호가 오염되어 재앙이 될 수 있다”라는 문제 제기를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그러던 중, 1999년 3월 2일 강원도 춘천시 서면 오월리 오월교에서 경유 2만 리터를 싣고 가던 유조차가 춘천호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약 3천 리터의 경유가 유출되었고, 하류 지역으로의 확산을 막기 위해 춘천댐 방류가 19일간 중단되었다.
당시 담당자로서 수시로 동향을 파악해 도지사 비서실과 환경부에 보고하며, 북한강 현장을 오가며 대응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환경부, 건설교통부, 경찰청 간 협의를 통해 ‘유해 물질 수송차량 운행 제한’ 방안을 논의하게 되었다. 도로교통법 등 기존 법령으로는 상수원 보호를 위한 통행 제한이 어려웠기 때문에, 수질환경보전법을 개정하기로 1999년 3월에 합의하였다. 이후 환경부 장관이 2000년 1월 법을 개정하고, 같은 해 10월 시행규칙을 마련하였다. 팔당호 지역은 3개 구간, 총 35.8km가 지정되었으며, 지금도 경찰과 시군이 협력하여 주기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2013년 12월 6일, 양평군 구 양수대교 철거 작업을 위해 설치된 205톤급 바지선이 정박 중 침몰했다. 바지선에는 무게 130톤짜리 크레인 1대, 발전기 2대, 그리고 전날 철거한 교량 상판(31 m×8m, 150톤)이 실려 있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사고 직후 경기도는 팔당수질개선본부를 중심으로 사고 대책 현장지휘소를 설치하고, 2중 오일펜스를 설치해 유류 확산을 방지했다. 특수 잠수부를 투입해 크레인 연료탱크의 누유 부분을 응급조치했고, 팔당 취수에는 피해가 없었다.
이 사고는 팔당호 수질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며, 환경부 장관과 경기도지사, 행정부지사 등이 현장을 방문해 대응 상황을 점검했다. 최대의 이슈로 떠오른 이 사건을 계기로, 해당 업무는 ‘전문 직위’로 지정되었고, 의무근무 기간과 수당, 인사 가점이 부여되었다. 나는 그 직위의 최초 근무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