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약속
물이용부담금은 「한강수계법」의 핵심 제도 중 하나로, 상류 지역의 수질보전 및 개선 사업, 그리고 주민지원 사업을 위한 주요 재원이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수역에서 취수된 원수를 직접 또는 정수하여 공급받는 최종 수요자에게, 사용량에 비례해 부담금을 부과·징수한다.
∙ 1999년: 제1회 수계관리위원회에서 최초 부과 요율 ㎥당 80원으로 의결
∙ 2001년: 이견 조정 후 110원으로 인상 합의
∙ 2011년: 170원으로 인상, 이후 현재까지 유지
∙ 1가구당 부담액: 4인 기준으로 월 약 5,000원
요율은 수계관리위원회의 합의를 통해 단계적으로 조정되었으며, 인상 시기마다 하류 지역의 반발과 조율이 반복되었다.
법 제정 당시에는 환경개선으로 혜택을 받는 하류 지역이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수혜자 원칙’이 논의되었다. 그러나 하류 지역 거부감이 커지면서, 보다 중립적인 표현인 ‘사용자 부담 원칙(The User Pays Principle)’으로 변경되었다.
이 원칙은 환경 서비스를 이용하는 자가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며, 수질개선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되었다.
물이용부담금은 단순한 요금이 아니라, 환경보전과 사회적 형평성을 동시에 고려한 제도다. 상류 지역 주민의 희생과 하류 지역의 혜택 사이에서, 공정한 비용 분담을 통해 지속 가능한 수자원 관리를 실현하는 핵심 장치라 할 수 있다.
2010년, 서울시와 인천시는 수계관리위원회가 환경부 중심으로 일방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위원회 내 협의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며, 지속적으로 투명성과 공정성을 요구하였다, 결국 2013년 4월 15일 서울시와 인천시는 시민이 납부하는 물이용부담금 징수를 전면 중단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의 환경정책에 대해 행정적 저항을 공식화한 사례로, 제도 운영의 정당성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환경부가 밝히고 있는 납부를 거부하는 배경은 다소 차이가 있다. 정치적 갈등 사례로 봤다.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녹조의 발생 예방을 위해 하수처리장에 총인 처리시설을 추가로 설치하는 계획을 함께 추진했다. 한강수계법 등 4대 강 특별법에는 유역 내 지자체들이 하수처리장을 건설하는 경우 수계관리기금에서 국고지원 외 지방이 부담하는 비용의 일정 비율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물이용부담금 요율 조정에 불만을 가진 민주당 소속 서울시장(박원순), 인천시장(송영길)은 2013년 4월 15일부터 각 가정에서 부담한 물이용부담금 납부를 정지했다.
협상을 담당했던 경기도 수질정책과 담당 팀장으로서 분석해 보면
첫째 물이용부담금 납부에 대한 서울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의 부정적인 시각이다. 계속 납부 거부 운동을 펼쳐온 시민단체가 박원순, 송영길 시장이 당선되면서 시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둘째, 수계관리위원회 사무국을 환경부가 20년 넘게 운영하면서 ‘환경부가 국비처럼 쓰고 있다.’라는 각 시도의 인식이 팽배해 있었으며, ‘상․하류 지역의 상반된 입장을 과반수 의결구조로 환경부가 마음대로 운용하고 있다’라는 불만이 커졌다. 상류 시도는 많은 예산 확보를 위해 사무국의 눈치를 봤다. 5개 시도 제외하고 환경부, 국토교통부,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수력원자력공사가 같은 입장을 가지고, 상․하류 지역 1개 시도 끌어드리면 환경부 의도대로 의결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셋째 수계관리기금 운용계획이 수계위원회에서 합의되더라도 기획재정부와 국회의 심의 과정을 거치면서 일부 규모가 가감되는 등 통제가 이뤄지다 보니 시도 입장에서는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국회의 심의를 거치며 국회 결산 보고서를 통해 모든 국민에게 공개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물이용부담금 납부 사태의 장기화에 경기도에서는 시군 담당과장 회의 소집하고 언론에 “수도권 주민의 식수원인 팔당상수원의 수질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적극 대응했다, 특별대책지역 수질보전정책협의회에서도 한강유역환경청사 앞에서 성명서를 낭독하고 피켓시위를 하는 등 힘을 실었다. 이런 사태가 3개월간 지속되었고 정치적으로 부담을 느낀 박원순 서울시장과 송영길 인천시장은 다시 납부를 재개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는 시민단체로부터 자신들과 협의 없이 시장이 일방적으로 재개했다는 비판을 받았으며, 인천시는 서울시가 납부 재개 후 분위기를 살펴 가며 조심스럽게 재개하였다.
수도권 주민의 식수원을 관리하는 기둥 역할을 하는 물이용부담금제도가 위기에 처했던 때이다. 각 시도를 오가며, 실무자들과 치열한 논쟁과 협상을 했다. 단순한 금전적 조정이 아니라, 상류와 하류가 물을 매개로 맺어가는 공존의 약속을 다듬는 여정이었다.
협의란, 생각의 씨앗이 팽팽히 맞서면서도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며 자라나는 창조의 정원이다. 첨예한 이견이 부딪치고, 그 속에서 타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되는 순간 우리는 서로를 통해 성장하고, 새로운 길을 함께 그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