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서울여성독립영화제 〈딸에 대하여〉, 〈애국소녀〉
이미랑/극영화/2023/106min/장편 경쟁
‘불행할’ 딸의 미래를 다르게 일구기
엄마는 딸의 미래가 불안하다. 시간 강사인, 레즈비언 연인을 둔 딸이 늙어서 ‘홀로’ 남는 것이 지독하게 두렵다. 이 불안에는 근거가 있다.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엄마는 한때 사회적 위신이 드높았으나 치매에 걸려 버려지고 방치된 노인을 돌보며 그에게서 딸의 미래를 본다. 위층에 사는 이성애 ‘정상가족’ 역시 엄마의 불안과 갈망을 증폭시킨다. 딸의 불행한 미래에 대한 엄마의 불안, 딸이 정상가족을 꾸렸으면 하는 엄마의 갈망은 동료의 해고 투쟁에 연대하는 딸이 연인과 함께 집으로 들어오며 점점 더 증폭된다.
그러나 동시에 엄마는 아무도 찾지 않는단 이유로 버려져 홀로 된 노인을 집으로 데려와 직접 돌본다. 딸의 미래를 비관하면서도 요양병원에서 관계 맺은 노인의 현재, 미래가 박탈당하는 데는 분노하며 싸운다. 노인의 현재를 위한 싸움은 곧 딸의 미래를 위한 싸움이다. 엄마는 의도치 않게, 딸이 맞이할 불행한 미래를 바꾸는 일을 함께하고 있다.
엄마의 모순은 ‘정상가족’을 넘는, ‘대안가족’의 밑절미가 된다. 노인의 때 이른 죽음으로 온전히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젊은 레즈비언 연인과 엄마, 노인이 한 가족을 이루는 행복한 미래의 가능성, 즉 딸의 미래가 불행하지만은 않으리라는 예감을 실감하는 것이다. 불행하고, 불행할 것으로 상상되는 퀴어의 미래를 어떻게 다르게 열어갈 것인지에 관한 영화의(그리고 원작 소설의) 상상력은 동시대 상호 돌봄 담론을 충실히 반영해 조립해낸 결과물인 듯 보인다.
남아름/다큐멘터리/2024/90min/장편 경쟁
카메라가 촉구하는 성찰적 관계성
감독의 20대는 세월호 참사, 박근혜 탄핵, 미투 운동으로 채워졌다. 한때 기자를 꿈꿨던 아버지에게서 카메라를 배웠고 영화인이 되기를 결심한 감독은 이 현장을 두루 카메라에 담아왔다. 그러나 늘 하나의 불편한 질문이 감독을 따라다닌다. 감독의 부모는 운동권 출신으로, 촬영 당시 아버지는 고위 공무원이었으며 어머니는 여성주의 상담, 활동가(엄마는 출산 후 ‘경력 단절’ 이후 여성주의 상담, 활동을 시작했다)였다. 세월호 참사 후, 감독의 아버지는 사후 수습팀에서 일했고, 그 후에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감독이 집회 현장에서 만난 ‘부역자,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구호가 불편한 이유다. 아버지는 부역자, 책임자인가?
부모에게 민주주의를 배운 감독은 부모가 각자의 영역에서 자신이 꿈꾼 바를 추구하기로 한 점을 존중했고 여기서 자부심을 느꼈다. 그러나 연달아 만난 사회적 참사와 운동에서 아버지는 자꾸만 그가 청년 시절에 타파하려던 대상의 쪽에 서 있는 듯 보인다. 감독은 오랫동안 고민한다. 아버지에게 처음 배운 카메라로 무엇을 찍을 것인가? 아버지의 길과 어머니의 길 중 어디를 갈 것인가? 아버지 문제로 망설이고 고민한 끝에 감독은 미투 운동에 적극 결합하고 앞으로도 이 문제를 계속 카메라에 담기로 결심한다. 〈다섯 번째 방〉에 이어 감독은 카메라와의 관계성을 통해 ‘사적인’ 문제를 공적으로 확대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좌절당한 여성의 길을 새로이 톺는 인상 깊은 영화다.
*두 영화는 제6회 서울여성독립영화제에서 감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