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역 4번출구에서 나오면 바로 앞쪽에 이마트가 보인다. 이마트 앞 횡단보도를 걷너면 바로 산길이 시작된다. 왼쪽으로 돌면 고덕산 쪽으로 3km 정도의 거리를 산길을 따라 걸을 수 있다. 나는 주로 오른쪽의 명일근린공원을 지나 승상산, 일자산을 거쳐 5km 정도 걸어 둔촌오륜역 쪽으로 간다. 반대로 둔촌오륜역에서 출발하는 것도 좋다.
이 길은 강동그린웨이와 서울둘레길 3코스가 겹치는 구간이다. 서울시와 강동구청이 함께 만든 코스이니 산책길의 시설 수준은 말할 것도 없이 좋고, 코스를 따라서 주변에 근린공원, 캠프장, 자연생태공원, 천문공원, 체육관 등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줄지어 있다. 한마디로 강동구의 대표적인 주민복지 지역이다.
처음 이곳을 와보려고 했던 것은 일자산 때문이다. 이름을 보고 산이 얼마나 곧으면 이름을 일자산으로 했을까 싶었다. 지도에서 살펴보기에도 산등성이를 따라 걷는 길이 막대처럼 곧다. 실제로 걸어보면 산길의 시작부터 끝까지가 경사가 거의 없이 평평하고 곧은 것이 도로를 걷는 것 같이 쉬웠다. 내가 주말에 이곳저곳 산책을 다니며 서울둘레길을 몇 번이나 돌아보고 나서 일자산이 서울둘레길에서 가장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곳이었다.
여러 동네를 다니며 산책을 하다 보면 중간에 만나는 안내문에서 그 동네 이름의 유래와 유적에 대해 알게 되는 것도 중요한 재미이다. 일자산에서도 산길 중간에 세워진 안내문을 만나 둔촌동이 고려 공민왕 때 신돈의 모함으로 유배를 와 이곳에 정착한 둔촌 선생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안내문 옆에는 벤치와 함께 기념으로 돌비석까지 멋지게 세워놓아 산책러의 발길을 잠시 잡아두고 있었다.
또 한가지 추억은 일자산이 끝나고 명일근린공원으로 건너기 위해 도로로 나오니 길가에 비닐하우스 화원이 줄지어 있었다. 늦은 여름철인데도 길가에 내놓은 꽃모종들 사이로 적상추 모종 작은 비닐컵에 담겨 나와 있었다. 연립주택인 우리집 앞에 있는 좁은 화단에 심어보고 싶어서 1개 2백원씩 해서 5개씩 사들고 왔다. 그렇게 화단 구석에 심어 놓은 것이 자리를 잡는 것을 보고, 2주 정도 후에 또 산책길에 화원을 만난 김에 이번에는 로메인을 5개 사들고 오게 됐다. 들고 올 때는 몰랐는데, 2주 먼저 심어 놓은 적상추 옆에 두니 너무 작은 것이 언제 자라나 싶었다.
야채 모종들은 운 좋게 띄엄띄엄 비가 와주는 덕에 내가 물을 주는 수고도 없이 잘 자라 주었다. 가을 어느 날 쌈야채가 저녁상에 오르면 일자산이 생각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