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론 국가에서의 종교

■ 그 주재원의 서글픈 기억들 (3편 Beijing-16)

by SALT

해외 주재 근무 14년간의 기억을 적은 이야기

Paris, Toronto, Beijing, Guangzhou, Taipei,

Hong Kong, Macau

그리고 다른 도시들에서의 기억......



Beijing



16. 유물론 국가에서의 종교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조선족 직원과 대화하면서 당황할 수밖에 없었던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녀는 한국어가 워낙에 완벽해서 서울 사람이 말하는 것과 전혀 차이가 없었고 그러다 보니 그녀와 대화할 때 때로는 부지불식간에 그녀를 한국인으로 착각을 해서 그런 경우가 생기곤 했던 것 같았다.


그날도 그런 착각 속에서 나도 모르게 질문했던 것 같은데, 대화 중 우연히 그녀에게 교회 다니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그러자 그녀는 한국인 주재원들로부터 동일한 질문을 이미 여러 차례 받아 익숙해져 있다는 듯, 아주 태연한 표정으로 선생이 학생에게 설명하듯이, "공산주의의 기본적인 이념이 유물론이고, 저는 공산당원인데, 유물론을 믿는 공산당원이 어떻게 교회에 다니겠어요?"라고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그녀의 한국어가 워낙 완벽하다 보니 내가 또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인데, 사실 그녀는 이미 몇 차례 '공산당원'이라고 밝혔었다. 또한 내가 있던 곳도 엄연히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이었다.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유물론을 신봉하는 공산당원이 논리적으로 종교를 가질 수 없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인데, 공산당원이라고 여러 차례 밝혔던 그녀에게 교회 다니냐는 해괴한 질문을 했으니....




그런데 사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에 교회가 전혀 없거나, 또 종교의 자유는 보장되지 않는다고 중국이 스스로 인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중국의 헌법 36조에는 "중화인민공화국 국민은 신앙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명기되어 있고, 교회도 베이징 뿐 아니라 중국 전역에 실제로 존재한다.


(베이징의 교회 모습)

1. https://www.chinahighlights.com/beijing/article-top-churches.htm

2. https://www.chinadaily.com.cn/china/2008-08/10/content_6922029.htm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도 종교의 자유가 있다고 받아들이는 외국인은 아무도 없다. 그 이유는 중국의 모든 종교 활동은 공산당이 규정한 '삼자(三自)'와 '삼정(三定)' 원칙에 의해 철저히 통제되고 예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삼자'는 자치(自治), 자양(自養), 자전(自傳)을 의미하는데, 중국의 종교는 예를 들면 로마 교황청과 같은 일체의 외국 종교단체와는 분리되어 중국 자치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또 '삼정'은 정편(定片), 정점(定点), 정인(定人)을 말해서 정해진 활동, 정해진 장소, 정해진 목회자 즉 공산당의 사전 허가를 받은 활동, 장소, 사람의 종교 활동만이 허용된다는 원칙이다.


결국 이 6가지 원칙의 철저한 적용을 통해 결국에는 하나의 정당일 뿐인 중국 공산당이 중국의 모든 종교들을 지배하고 통제하고 있는 셈이다.


기독교 경우 중국에서 이 원칙에 따라 활동을 하는 교회는 소위 '삼자교회'라 불리며 종교 활동이 공식적으로 허가가 되는데, 이 '삼자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또한 사전에 '애국 서약'이라 불리는 서약도 해야 한다.


그런데 그 애국 서약 내용 중에는 "중국 공산당의 4개 사상 (마르크스-레닌주의 및 모택동 사상, 공산당 지배, 인민에 의한 독재, 사회주의 노선)을 지지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으니, 결국 종교와 결코 양립할 수가 없는 유물론 사상을 지지한다는 선언을 해야만 교회 활동이 허가되는 셈이다.


참된 신앙을 추구하는 교회는 이러한 서약을 결코 받아들일 수가 없을 것이고, 그러다 보니 결국 공식적인 허가를 받은 삼자교회를 택하는 대신 지하로 숨어 지하교회나 가정교회 등으로 불리는 종교활동을 암암리에 하고 있는 것이다.


(지하 교회 모습)

https://www.christianpost.com/news/china-bans-1000-member-church-in-beijing-demands-members-vow-not-to-attend.html




한편 중국에 거주하고 있외국인들은 '삼자, 삼정' 원칙을 적용받지 않는 외국인 전용 교회에 다닐 수 있었다. 이러한 교회들은 외국인만 참석한다는 조건으로 중국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는데, 내가 베이징에서 다녔던 교회도 마찬가지로 그런 조건으로 허가를 받은 교회였다.


그런데 하루는 회사에서 나와 가깝게 지내던 조선족 후배를 그 교회에서 만나게 되었다. 그래서 후배 신변이 걱정되어 괜찮겠냐고 물었더니 공안(경찰)이 항상 검사를 하는 것은 아니니 문제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나중에 한국에 와서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전도사로 활동했을 만큼 신앙이 돈독해서, 당연히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의 삼자교회에는 다닐 생각이 없었을 텐데, 조선족으로 한국어가 유창하니 좀 더 위험한 중국인의 지하 교회보다는 한국인이 다니는 외국인 전용 교회로 예배를 드리러 오고는 했던 것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내가 다니던 한인 교회 출입구에서 교회 관련 인력이 신분증을 검사하기 시작했다. 그 후배와 같이 외국인 교회에 중국인들이 참석하는 경우가 점차 많아져서 그런지 중국 정부에서 교회에 출입하는 사람들의 신분증을 모두 검사해서 결과를 제출하라는 지침이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이후에는 그 교회에서 그 후배를 다시 볼 수 없었는데, 지금은 그 후배가 한국에 가족과 함께 와 있어 눈치 볼 것도 없이 교회도 편하게 다니고 가끔 만나 식사도 같이 하고는 한다.




전 세계 어느 대도시에서도 그렇지만 베이징에도 역시나 큰 교회만으로도 10여 개가 넘는 한인 교회가 있었다. 그중에 나는 '따샨즈(大山子)'라는 지역에 있는 교회에 다녔는데, 교회 건물 임대계약 연장을 해야 하는 시점에 자신의 건물 안에 교회가 있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건물주가 계약 연장을 안 해줘서, 할 수 없이 2006년 하반기 베이징시 중심에서 훨씬 더 북쪽 변두리에 있는 라이광잉(来广营)이라는 곳에 있는 건물로 교회는 이사를 해야 했다.


당시 목사님 말씀에 의하면, 교회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인 시각과 그러한 시각에 따른 건물주들의 심리적인 부담으로 건물을 비워주어야 하는 마지막 날이 임박할 때까지 입주할 건물을 찾지 못했는데 막판에 라이광잉이라는 그 외진 곳에 있는 한 건물의 주인이 입주에 동의해줘서 겨우 예배 드릴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한다.


일당 독재국가 중국에서 중국을 끌고 가는 공산당이 종교에 부정적이니 일반 시민들도 그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사진) 내가 다니던 한국인 교회가 따쌴즈에 있던 시절 찍은 교회 창 밖 풍경. (2006년 6월)


교회가 따샨즈에 있던 시절, 교회 안에서 예배를 보면서 창 밖을 바라보면,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나무 숲 사이에 붉은 벽돌로 지어진 오래된 건물들을 볼 수가 있었다. 그런데 그 경치가 마치 영화 '마지막 황제'에서 보았던 청나라 말기의 중국 벽돌 건물들을 현실 세계에서 다시 보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기도 했었다.


내가 근무하던 법인 근처에는 서울에서 보던 것들과 차이가 없는 서구식 고층 건물들만 있어서 가끔 내가 어디 있는지 헷갈릴 때도 있었는데, 일요일에 교회에 와서 예배 보면서 교회 주변의 좀 색다른 느낌의 고풍스럽고 오래된 건물들을 볼 때면, "아, 내가 지금 중국에 와 있지!" 하는 생각이 새삼 들기도 했다.

사진) 라이광잉으로 이사 간 이후 교회 모습 (2007년 1월)


교회가 새로 이사 간 '라이광잉'이라는 곳은 요즘은 전철도 들어와서 시내에서도 전철을 타고 편하게 다닐 수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2006년 당시에는 매우 외진 곳으로 전철도 없었고 택시를 잡기도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주일에는 차를 직접 운전하고 교회에 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 베이징의 운전자들 운전습관은 한국보다는 훨씬 더 거칠었는데, 주중에는 개인적으로 고용했던 기사가 운전을 대신했기 때문에 그 경험을 해보지 못하다가 교회가 이사를 가면서 기사가 쉬는 일요일에 직접 운전을 해보니 그 험한 당시 중국의 운전습관을 매주 교회에 갈 때마다 뼈저리게 체감해야 했었다.


사진) 라이광잉 교회 입구에 있던 허름한 벽돌담과 그 담에 내리쬐는 햇살 (2006년 10월 말)


나중에는 헐려서 없어졌지만, 라이광잉의 교회 건물 앞에는 위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은 붉은 벽돌로 만들어진 오래된 담이 있었는데, 교회에 도착하면 이 담벼락 앞 공터에 차를 주차하곤 해서 매주 마주치던 익숙한 담벼락이었다. 교회에 좀 일찍 도착하면 차 안에 앉아 이 담벼락을 쳐다보며 예배 시작 시간을 기다리곤 했었는데 이 사진도 그때 차 안에서 찍은 사진이다.


이 벽돌담에 사진에서처럼 햇살이 가득 비치는 모습은 마치 70년대 서울의 오래된 동네, 오래된 벽돌담을 다시 보는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라이광잉'이라는 지역 자체가 워낙 외진 변두리 지역이라서 주변에 있던 건물들 대다수가 시내에서 보던 것들과는 달리 매우 낡아 그런 느낌이 더욱 들었던 것 같다.


이 벽돌담 바로 앞에서 경험을 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그 당시는 나도 아직 담배를 피우던 시절이었는데 예배 내내 담배를 못 피우다 예배가 끝나자마자 차 안으로 들어와 회사 동료와 함께 짙은 선팅이 되어 있는 차 창문을 모두 닫고 담배를 열심히 피우고 있었다.


그런데 한 10살쯤 되었던 그 동료의 딸이 우리가 그 안에서 담배 피우는 걸 어떻게 눈치챘는지, 차 창문 유리에 얼굴을 바짝 붙이고 아빠 지금 그 안에서 뭐하냐고 빨리 나오라고 계속 큰소리쳐서 혹시 눈에 띌까 차 안 의자 밑까지 머리를 박고 있었던 기억도 있다.


다행히 차창의 선팅이 짙게 되어 있어서 그 아이는 우리를 보지 못했던 것 같고, 우리가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으니 결국 잠시 후 조용히 돌아갔다. 나야 혼자 살던 사람으로서 교회 바로 앞에서 담배 피우다 발각되면 나만 망신당하면 되지만 내 동료는 자기 딸에게 교회 코 앞에서 담배 피우는 현장이 발각되면 딸아이는 곧바로 엄마에게 보고할 것이고, 엄마가 그것을 알게 알면 교회 바로 앞에서 담배 피운다고 너무나 망신스럽다고 적어도 몇 주는 잔소리에 시달린다고 했다.


그러니 교회 바로 앞에서 몰래 담배 피우던 그 상황에서는 그 딸아이가 무서워 그렇게 머리를 의자에까지 박고 숨어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세월이 흘러서 그 동료나 나나 베이징을 떠난 지 이미 한참 됐고, 그 사이 나는 담배를 끊은 지 이제 10년도 넘어가는데, 그 동료는 얼마 전 만났을 때 보니 안타깝게도 아직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중국인들 수천만 명이 매년 전 세계를 여행하며 돌아다니고 있을 만큼 중국이 개방되어 가고 있고, 경제적으로 과거와 달리 눈부시게 발전했으며, 여가시간 활용이나 경제구조도 이제는 서구세계와 거의 차이가 없어졌다고 한다.


도시의 주택이나 건물도 완전히 서구화되어 이젠 전통적인 것을 찾기가 오히려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변함없는 분명한 사실은 중국은 서구 국가와는 달리 유물론을 신봉하는 공산당이 국가의 모든 것들을 장악하고 지배하는 공산주의 국가라는 점이다.


세상의 근본은 물질이고 물질의 변화가 세상 만물을 만들어 낸다는 유물론을 근본으로 하는 공산주의 이념은, 신이 이 세상의 만물을 창조하고 주관한다는 종교와는 근본적으로 상충될 수밖에 없다.


결국 따라서 공산주의 체제하의 중국인은 우리 부서에 같이 근무하던 조선족 공산당원 직원이 언급했던 것처럼 종교와 공산주의 두 가지 모두를 동시에 선택할 수는 없는 셈이다.


2017년 7월에, 중국의 모든 종교를 관리하는 정부 기관인 '국가종교사무국(國家宗敎事務局)' 간부가 중국의 공산당 기관지 '치요스(求是)'에 글을 기고하면서 공산당원은 결코 종교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바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것은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는 이미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인데 왜 2017년 그 시점에 굳이 다시 강조해야 했는지를 생각해보면, 결국 새삼스레 그것을 다시 강조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종교를 가진 공산당원이 늘어나고 있는 사실을 역으로 반증하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실제로 아래 기사를 보면, 중국 내 종교인 수가 지속 늘어 타 종교를 제외하고 오직 기독교인만 이미 1억 명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으며, 중국의 기독교인 신도가 2030년에는 세계 최다를 기록할 전망이라는 분석도 있다.


유물론을 신봉하는 공산주의 국가 중국이 전 세계에서 최다 기독교인 보유 국가가 되는 아이러니가 만들어지는 셈인데, 근본적으로 공산주의 이념들과는 결코 공존할 수 없는 것이 종교라 그만큼 중국 공산당의 박해는 더욱더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중국의 종교탄압 관련 기사)

1.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4121210

2. https://www.yna.co.kr/view/AKR20190116122400009?input=1195m

3.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1/02/10/202102100152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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