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주재할 때 영어로는 Wet Market이라고 표기되는 시장들이 있어 다소 의아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다.시장의 이름이 그저 '젖은 시장'이라는 말이니 그 의미가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홍콩 뿐 아니라 중국 및 동남아 시장 중에는 이처럼 영어로는 Wet Market이란 표현으로 표기되는 시장들이 꽤 많았다.
한편 이제는 이 단어가 Oxford 사전에도등재되어 있는 등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미국과 영국에서도 공식적으로사용되고 있지만사실 이 단어는 영어권 국가에서만들어진단어는 아니고 싱가포르나 홍콩처럼 영어를 공용어 중의 한 언어로사용하는 동양권에서 만들어진 단어라 한다.
홍콩 포함한 중화권이나 동남아에는 일반 마트 및 슈퍼마켓 외에도 고기나 생선 등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전통 시장이 있는데, 상온에서 판매되는 이런시장의 육류 식품은 쉽게상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얼음으로 덮어 놓게 된다. 그런데 이런얼음은상온에서 자연스럽게 녹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따라서 시장 바닥은 항상 흥건하게 젖어 있게끔 된다. 바로 이렇게 바닥이 젖어 있는 현상을 보고서 '젖은 시장'이라고 영어로 번역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어로 표현하면 '수산물 시장'과 같은 개념인데, 한국의 수산물 시장 역시 마찬가지로 바닥이 언제나 흥건하게 젖어 있지만 우리는 그곳에서 팔리는 식품인 '수산물'에 초점을 맞춰 그 시장을 수산물 시장이라 표현하는 반면, 싱가포르, 홍콩등 동남아에서는 그 시장에서 팔리는 상품보다 오히려 시장이 젖어 있는 그러한 상태에 보다 더 초점을 둬서 Wet Market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중국 본토에서는 수산물 시장을한자로는'해산물(海鲜, 하이시엔) 시장'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영어권에서는 중국의 해산물 시장을영어로 번역하는 경우에Seafood Maket보다는 역시Wet Market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더많은 것 같다. 아마도 Seafood가 아닌 것들도 그 시장에서 같이 팔리기 때문인 것 같다.
바로 이 Wet Market이 최근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Google뿐 아니라 Youtube에도 Wet Market으로 검색하면 수많은 동영상들이 나타난다. 그런데중국의Wet Market이 이렇게 갑자기 유명해진 이유는 이시장자체에 있는것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바로SARS에 이어서COVID-19처럼전 세계를 혼란과 공포에 빠뜨린 엄청난 바이러스들이바로이런 Wet Market에서 연속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지기때문이었다.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Wet Market에서는 해산물이외에도 살아있는 야생동물이나 도살한그 고기들도같이 판매되는 경우가 있는데, 인간과 야생 동물이 이러한 Wet Market이라는 비좁은 공간에서 밀접하게 접촉하면서 야생 동물의 몸에 있던 바이러스가인간에게까지전염되었다는 것이다.
COVID-19 발원지로 거론되면서 전 세계에 알려진 '우한 수산 시장' 역시 중국어 정식 명칭은 '하이시엔(海鲜) 도매 시장', 즉 '해산물 도매시장'이다. 하지만 영미권의 언론은 'Wuhan Seafood Market'이라고 하기보다는 'Wuhan Wet Market'으로 언급하는 경우가더많았는데 해산물이 아닌 야생동물이나 그 동물의고기도 이 시장에서 동시에판매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이와 같이 야생동물들이 도축되고 또 판매되는 시장은 중국 전역에 있었다. 하지만 기후가 온화해 다양한 야생동물들이 보다 더 많이 살고 있는 중국 남부 지역에서 이러한 시장을 유독 더 자주 볼 수 있었다.
중국의 시장에서 야생동물이나 그 고기가 거래되는 이유는간단하다. 바로 그러한 야생동물들을 먹으면 건강에 좋다고 믿기 때문이다. 즉 그들 입장에서는 보양식으로 야생동물을 먹는 것이고, 그런 수요가 있으니 이런 시장이 중국 도처에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이 자신의 건강과 정력을 위해서 먹으려고 잡아 놓은 그런 야생동물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SARS나 COVID-19 같은 과거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매우무서운 바이러스가 만들어지고, 결국 이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 수많은 인간이 병에 걸려 죽게 되는 그런결과가초래되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한 현상인 것 같기도하다.
나는 소, 돼지, 닭 등 육고기를 전혀 먹지 못한다. 종교 또는 건강 등을 이유로 의도적으로 안 먹는 것은 아니고, 고기를 먹으면 두드러기, 두통 등 몸에 알레르기 반응이 생겨서 못 먹는다. 태어날 때부터 그랬다. 하지만 채식만 하는 것역시 아니다. 해산물은 좋아하고 잘 먹으니 완전한 채식주의자는 아니고 일종의 Pesco 채식을 하는 셈이다.
요즘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 표현이지만, 한때는 혐오스러운 음식을 닥치는 대로 먹는 것을 '몬도가네'라는 말로 표현을 하던 때가 있었다. 전 세계의 엽기적 풍습이나 혐오스러운 음식을 소개하는 이태리 영화 'Mondo Cane'에서 유래된 말이라 하는데, Mondo Cane는한글로 번역하면 '개 같은 세상'이라고 한다.
그런데 육고기에 알레르기가 있어 그런지 나는 몬도가네로표현되는 징그러운 음식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대다수사람들이 잘 먹는 소, 돼지, 닭 등고기도그저 보기만 해도 징그럽거나 불편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중국에 주재하게 되면서는 흔하게 보았던 소, 돼지, 닭보다는 훨씬 더 불편한 동물의 고기들을 접해야 하는 경우가많았다.
중국 부임 초기 베이징에 근무할 때'자라'를 온통 토막 내 만든음식이식탁 위에 올라오는 것을 보고 진저리를 쳤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중국 남부 광저우로 오니 자라는 정말 양반이고 내 평생살아있는모습조차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그런야생동물로 만든 '몬도가네'같은 음식들을 볼 수 있었다.
사실 어찌 보면 몬도가네같은 음식은 한국에도 역시 있다. 결국은 벌레인 번데기를 먹거나, 살아서 꿈틀거리는 낙지를 생으로 씹어 먹는 한국인의 식습관을 보면 많은 외국인들은 분명히 경악할 것이고,몬도가네같은 음식습관이라고 혀를 내두를 것이다. 비록같은 한국인이지만 살아서 꿈틀거리는 산 낙지는 결코 먹지 못하는 내게도 솔직히 그렇게 보인다.
하지만 중국 남부지역에 와서 보니 이곳의 해괴한 식재료들 또한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뒤지지 않았다. 중국 남부, 특히 광둥인의 다양한 식재료에 대한 집착은 같은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유명해서 중국인들도 광둥인의 특징을 말할 때 "광둥인은 하늘에서는 비행기바다에서는 잠수함만 빼고 다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광둥 지방에서 시작된 요리로 알려진샥스핀도 따지고 보면 정말너무나 특이한 음식이다. 보통 생선을 잡으면 몸통을 먹고 지느러미나 꼬리 부분은 버릴 것 같은데 샥스핀은 그 반대다. 바다에서 잡은 그 큰 상어 몸통 중에 가장 작은 부분 중 하나인 지느러미만 식재료로 사용하고 나머지 큰몸통은 모두 다통째로 바다에 버린다.
역시 광둥에서 탄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훨씬더 특이한 요리도 있다. 바로 제비집 요리다. 한마디로 제비가 만들어 놓은 둥지를 요리로 먹는 것인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새의 둥지를먹는 음식이라고생각하기에 이르기는정말로 쉽지 않았을 것 같다.광둥인들에게는 비행기와 잠수함을 제외한나머지 모두는음식으로만 보인다는 그말이 새삼 수긍되는음식인 것 같다.
온갖 야생동물도 예외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야생동물도비행기와 잠수함이 아니니 당연히하늘과물에 있는 수많은 식재료 중 하나로만 보였을 것이고, 결국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포획된온갖야생동물들은광둥 지역 도시로 집결되어 시장과 식당에서 중국인이 즐기는 귀한 보양식이되어자신의 일생을 마감하고 있었다.
※ 메뉴판을 보면 코알라, 낙타, 원숭이, 뱀, 전갈, 오소리, 고양이, 코뿔소, 천산갑 등 너무나도 다양한 야생 동물들이 음식 메뉴로 올라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특이한 식재료들에 대한 집착에 있어서 광둥 지역이 유독 유별나기는 했지만, 광저우 법인에 근무하면서 광저우 법인이 관할하는 푸젠성, 후난성, 광시 등 중국 남부 지역의 도시에 출장 다녀 보니 그곳에도 역시 희귀한 야생동물들로 만든 몬도가네급 음식들이 꽤 적지 않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중국 남부 지역이 확실히 북부 지역보다는 야생동물로 만든 보양식을 좀 더 선호했던 것 같다.
한편 광저우에 있을 때는 그나마 시내 지리도 나름 잘 알기 때문에동료들이 그런 식당에 간다는 것을 알게 되면 나는 근처의 다른 식당에 가서 혼자 따로식사를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광저우가 아닌 관할 지역의 다른 도시로 출장 가게 되면 그 지역 지리를 잘모르니 때로는 그런 섬찟한 음식이 나오는 식당에어쩔 수 없이함께 갈 수밖에 없는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광저우 법인에는 그런 보양식을 유독 좋아하는 선배 주재원이 한 명 있었다. 어쩌다 그와 출장을 같이 가게 되면 그런 보양식 전문 식당에서식사하는 것을 워낙에고집하는 통에할 수 없이 끌려다니는 경우가 많았는데,그는 사전에 이미 철저하게 시장 조사를 마쳤는지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온갖 해괴한 동물이 음식으로 변해서 나오는 그런 식당들을 족집게처럼 찾아내곤 했었다.
결국 그런 징그러운 음식들은 전혀 먹지도못할 뿐 아니라보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던 내게는 그 선배와 함께하는 그 당시의 출장길은 한마디로 고행길이고 순례길이었다.
내가 육식을 못하는 걸 알면서도 그가 그런 보양식 식당을 굳이 고집했던 이유도 역시 보양식이 건강과 정력에 좋다는 믿음때문이었다.그러다 보니그런 보양식이 너무풍부한 중국 남부 도시에 출장 다닐 때가아니면 언제 또다시 그런 음식을 맘껏 먹어보겠냐는생각에서 출장만 가면 기를 쓰고 더 보양식들을 찾아다녔던 것 같다.
한때 전 세계를 휩쓸었던 광우병(狂牛病)은 선천적으로는 채식만 하도록 태어난 소에게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고기로 만든 육식 사료를 먹인 것으로 인해 발생하게 됐다고 한다. 그만큼 육식이 때로는 치명적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인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성경에 보면 인간 역시 원래는 채식만이 허용되었으며(창세기 1:29), 노아의 홍수 이후에야 비로소 육식이 허용되었다는 기록이 있다(창세기 9:3).
하지만공교롭게도 인간이 육식을 하기 시작했다고 기록된 노아의 홍수 이후, 인간의 건강이 좋아졌다거나 수명이 더 늘어났다는 언급은 없고 성경에는 오히려 이와는 정반대로 태초에는 수백 년도 넘었던 인간 수명이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난다.성경에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없다. 하지만 육식을 시작하게 된 것과 인간 수명이 급격히 줄어든 시점이 일치하니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