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LT Jul 22. 2020

중국 남부 몬도가네 순례길

■ 그 주재원의 서글픈 기억들 (5편 중국 여타 도시-16)

해외 주재 근무 14년간의 기억을 적은 이야기

Paris, Toronto, Beijing, Guangzhou, Taipei,

Hong Kong, Macau

그리고 다른 도시들에서의 기억......



중국 여타 지역



16. 중국 남부 몬도가네 순례


홍콩에 주재할 때 영어로는 Wet Market이라고 표기되는 시장들이 있어 다소 의아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다. 시장의 이름이 그저 '젖은 시장'이라는 말이니 그 의미가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홍콩 뿐 아니라 중국 및 동남아 시장 중에는 이처럼 영어로는 Wet Market이란 표현으로 표기되는 시장들이 꽤 많았.


한편 이제는 이 단어가 Oxford 사전에도 등재되어 있 등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미국과 영국에서도 공식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사실 이 단어는 영어권 국가에서 만들어진 어는 아니고 싱가포르나 홍콩처럼 영어를 공용어 중의 한 언어로 사용하는 동양권에서 만들어진 단어라 한다.


(Oxford 사전에 등재된 Wet Market)

https://www.oxfordlearnersdictionaries.com/definition/english/wet-market?q=wet+market


홍콩 포함한 중화권이나 동남아에는 일반 마트 및 슈퍼마켓 외에도 고기나 생선 등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전통 시장이 있는데, 상온에서 판매되는 이런 시장의 육류 식품은 쉽게 상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얼음으로 어 놓게 된다. 그런데 이런 얼음은 상온에서 자연스럽게 녹을 수밖에 을 것이고 따라서 시장 바닥은 항상 흥건하게 젖어 있게끔 된다. 바로 이렇게 바닥이 젖어 있는 현상을 보고서 '젖은 시장'이라고 영어로 번역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어로 표현하면 '수산물 시장'과 같은 개념인데, 한국의 수산물 시장 역시 마찬가지로 바닥이 언제나 흥건하게 젖어 있지만 우리는 그곳에서 팔리는 식품인 '수산물'에 초점을 맞춰 그 시장을 수산물 시장이라 표현하는 반면, 싱가포르, 홍콩 등 동남아에서는 그 시장에서 팔리는 상품보다 오히려 시장이 젖어 있는 러한 상태에 보다 더 초점을 둬서 Wet Market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중국 본토에서는 수산물 시장을 한자로는 '해산물(海鲜, 하이시엔) 시장'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영어권에서는 중국의 해산물 시장을 영어로 번역하는 경우에 Seafood Maket보다는 역시 Wet Market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아마도 Seafood가 아닌 것들도 그 시장에서 같이 팔리기 때문인 것 같다.




바로 이 Wet Market이 최근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Google뿐 아니라 Youtube에도 Wet Market으로 검색하면 수많은 동영상들이 나타난다. 그런데 중국의 Wet Market이 이렇게 갑자기 유명해진 이유는 이 시장 자체에 있는 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SARS에 이어서 COVID-19처럼 전 세계를 혼란과 공포에 빠뜨린 엄청난 바이러스들이 바로 이런  Wet Market에서 연속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지 때문이었다.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Wet Market에서는 해산물 외에도 살아있는 야생 동물이나 도살한 고기들도 같이 판매되는 경우가 있는데, 인간과 야생 동물이 이러한 Wet Market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밀접하게 접촉하면서 야생 동물의 몸에 있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까지 전염되었다는 것이다.


(중국의 야생동물 시장, 01:33)

https://www.youtube.com/watch?v=kNLwL3z4gEI


COVID-19 발원지로 거론되면서 전 세계에 알려진 '우한 수산 시장' 역시 중국어 정식 명칭은 '하이시엔(海鲜) 도매 시장', 즉 '해산물 도매시장'이다. 하지만 영미권의 언론은 'Wuhan Seafood Market'이라고 하기보다는 'Wuhan Wet Market'으로 언급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해산물이 아닌 야생 동물이나 그 동물의 고기도 이 시장에서 동시에 판매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우한 수산시장에서 판매되는 야생 동물 모습, 04:26)

https://youtu.be/Je0_U2ym_r0


이와 같이 야생동물들이 도축되고 또 판매되는 시장은 중국 전역에 있었다. 하지만 기후가 온화해 다양한 야생동물들이 보다 더 많이 살고 있는 중국 남부 지역에서 이러한 시장을 유독 자주 있었다.


중국의 시장에서 야생동물이나 그 고기가 거래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그러한 야생동물들을 먹으면 건강에 좋다고 믿기 때문이다. 즉 그들 입장에서는 보양식으로 야생동물을 먹는 것이고, 그런 수요가 있으니 런 시장이 중국 도처에 존재하고 있 것이다.


그런데 인간이 자신의 건강과 정력을 위해서 먹으려고 잡아 놓은 그런 야생동물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SARS나 COVID-19 같은 과거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매우 무서운 바이러스가 만들어지고, 결국 이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 수많은 인간이 병에 걸려 죽게 되는 그런 결과가 초래되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한 현상같기도 다.  




나는 소, 돼지, 닭 등 육고기를 전혀 먹지 못한다. 종교 또는 건강 등을 이유로 의도적으로 안 먹는 것은 아니고, 고기를 먹으면 두드러기, 두통 등 몸에 알레르기 반응이 생겨서 못 먹는다. 태어날 때부터 랬다. 하지만 채식만 하는  역시 아니다. 해산물은 좋아하고 잘 먹으니 완전한 채식주의자는 아니고 일종의 Pesco 채식을 하는 셈이다.


요즘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 표현이지만, 한때는 혐오스러운 음식을 닥치는 대로 먹는 것을 '몬도가네'라는 말로 표현을 하던 때가 있었다. 전 세계의 엽기적 풍습이나 혐오스러운 음식을 소개하는 이태리 영화 'Mondo Cane'에서 유래된 말이라 하는데, Mondo Cane는 한글로 번역하면 '개 같은 세상'이라고 한다.


(몬도가네 단어 유래와 그런 음식을 소개한 블로그)

https://blog.naver.com/smilechef/100192306070


그런데 육고기에 알레르기가 있어 그런지 나는 몬도가네로 표현되는 징그러운 음식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대다수 사람들이 잘 먹는 소, 돼지, 닭 등 고기도 그저 보기만 해도 징그럽거나 불편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중국에 주재하게 되면서는 흔하게 보았던 소, 돼지, 닭보다는 훨씬 불편한 동물의 고기들을 접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중국 부임 초기 베이징에 근무할 때 '자라'를 온통 토막 내 만든 음식이 식탁 위에 올라오는 것을 보고 진저리를 쳤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중국 남부 광저우로 오니 자라는 정말 양반이고 내 평생 살아있는 모습조차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그런 야생동물로 만든 '몬도가네'같은 음식들을 볼 수 있다.


사실 어찌 보면 몬도가네 같은 음식은 한국에도 역시 있다. 결국은 벌레인 번데기를 먹거나, 살아서 꿈틀거리는 낙지를 생으로 씹어 먹는 한국인의 식습관을 보면 많은 외국인들은 분명히 경악할 것이고, 몬도가네 같은 식습관이라고 혀를 내두를 것이다. 비록 같은 한국인이지만 살아서 꿈틀거리는  낙지는 결코 먹지 못하는 내게도 솔직히 그렇게 보인다.


하지만 중국 남부지역에 와서 보니 곳의 해괴한 식재료들 또한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뒤지지 않았다. 중국 남부, 특히 광둥인의 다양한 식재료에 대한 집착은 같은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유명해서 중국인들도 광둥인의 특징을 말할 때 "광둥인은 하늘에서는 비행기 바다에서는 잠수함만 빼고 다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광둥 지방에서 시작된 요리로 알려진 샥스핀도 따지고 보면 정말 너무나 특이한 음식이다. 보통 생선을 잡으면 몸통을 먹고 지느러미나 꼬리 부분은 버릴 것 같은데 샥스핀은  반대다. 바다에서 잡은 그 큰 상어 몸통 중에 가장 작은 부분 중 하나인 지느러미만 식재료로 사용하고 나머지  몸통은 모두 다 통째 바다에 버린다.


(지느러미 채취 후 상어 몸통 처리)

1.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90620000209

2. https://blog.naver.com/shings47/221987250264


역시 광둥에서 탄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훨씬 특이한 요리도 있다. 바로 제비집 요리다. 한마디로 제비가 만들어 놓은 둥지를 요리로 먹는 것인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새의 둥지를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르기는 정말로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광둥인들에게는 비행기와 잠수함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는 음식으로만 보인다는  말이 새삼 수긍되는 음식인 것 같.


온갖 야생동물도 예외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야생동물도 비행기와 잠수함이 아니니 당연히 하늘과 에 있는 수많은 식재료 중 하나로만 보였을 것이고, 결국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포획된 온갖 야생동물들은 광둥 지역 도시로 집결되어 시장과 식당에서 중국인이 즐기는 귀한 보양식이 되어 자신의 일생을 마감하고 있었다.


(중국 시장의 야생동물 메뉴판)

https://www.yna.co.kr/view/AKR20200123168100074

메뉴판을 보면 코알라, 낙타, 원숭이, 뱀, 전갈, 오소리, 고양이, 코뿔소, 천산갑 등 너무나도 다양한 야생 동물들 음식 메뉴로 올라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특이한 식재료들에 대한 집착에 있어서 광둥 지역이 유독 유별나기는 했지만, 광저우 법인에 근무하면서 광저우 법인이 관할하는 푸젠성, 후난성, 광시 등 중국 남부 지역의 도시에 출장 다녀 보니 그곳에도 역시 희귀한 야생동물들로 만든 몬도가네급 음식들이 적지 않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중국 남부 지역이 확실히 북부 지역보다는 야생동물로 만든 보양식을 좀 더 선호했던 것 같다.

 

한편 광저우에 있을 때는 그나마 시내 지리도 나름 알기 때문에 동료들이 그런 식당에 간다는 것을 알게 되면 나는 근처의 다른 식당에 가서 혼자 따로 식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광저우가 아닌 관할 지역의 다른 도시출장 가게 되면 그 지역 지리를  모르니 때로는 그런 섬찟한 음식이 나오는 식당에 어쩔 수 없이 함께 갈 수밖에 없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광저우 법인에는 그런 보양식을 유독 좋아하는 선배 주재원이 한 명 있었다. 어쩌다 그와 출장을 같이 가게 되면 그런 보양식 전문 식당에서 식사하는 것을 워낙에 고집하는 통에 할 수 없이 끌려다니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는 사전에 이미 철저하게 시장 조사를 마쳤는지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온갖 해괴한 동물이 음식으로 변해서 나오는 그런 식당들을 족집게처럼 찾아내곤 했었다.


결국 그런 징그러운 음식들은 전혀 먹지도 못할 뿐 아니라 보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던 내게는 그 선배와 함께하는  당시의 출장길은 한마디로 고행길이고 순례길이었다.


내가 육식을 못하는 걸 알면서도 그가 그런 보양식 식당을 굳이 고집했던 이유도 역시 보양식이 건강과 정력에 좋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런 보양식이 너무 풍부한 중국 남부 도시출장 다닐 때가 아니면 언제 다시 그런 음식을 맘껏 먹어보겠냐는 생각에서 출장만 가면 기를 쓰고 더 보양식들을 찾아다녔던 것 같다.




한때 전 세계를 휩쓸었던 광우병(狂牛病)은 선천적으로는 채식만 하도록 태어난 소에게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고기로 만든 육식 사료를 먹인 것으로 인해 발생하게 됐다고 한다. 그만큼 육식이 때로는 치명적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인  같다. 그런데 사실 성경에 면 인간 역시 원래는 채식만이 허용되었으며(창세기 1:29), 노아의 홍수 이후에야 비로소 육식이 허용되었다는 기록이 있다(창세기 9:3).


(광우병과 소의 육식)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3/09/2007030901015.html


하지만 공교롭게도 인간이 육식을 하기 시작했다고 기록된 노아의 홍수 이후, 인간의 건강이 좋아졌다거나 수명이 더 늘어났다는 언급은 없고 성경에는 오히려 이와는 정반대로 태초에는 수백 년도 넘었던 인간 수명이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성경에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없다. 하지만 육식을 시작하게 된 것과 인간 수명이 급격히 줄어든 시점이 일치하니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닐지....


(대홍수 이후 육식과 인간의 수명)

https://m.blog.naver.com/her550/221663155406


몬도가네 같은 음식들이 정말 건강과 정력에 좋다면, 온갖 야생 동물을 정말 몬도가네처럼 잡아먹는 호랑이나 사자의 수명은 매우 길어야만 할 것 같다. 그런데 들의 수명은 채 20년도 안 되는 반면, 코끼리처럼 평생 풀만 먹는 초식동물 수명은 60년도 넘는다.


중국 남부 여러 도시에 함께 출장을 다니곤 했던 그 선배의 믿음처럼 육식, 특히 몬도가네 같은 보양 음식들인간의 건강과 정력 그리고 수명에 정말 도움을 주는 것인지는  판단이 안 되는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