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두 얼굴 (2-2)

■ 그 주재원의 서글픈 기억들 (7편 HK, Macau-03)

by SALT

해외 주재 근무 14년간의 기억을 적은 이야기

Paris, Toronto, Beijing, Guangzhou, Taipei,

Hong Kong, Macau

그리고 다른 도시들에서의 기억......



Hong Kong, Macau



3. 홍콩의 두 얼굴 (2-2)


전편 "2. 홍콩의 두 얼굴 (2-1)"에서 이어짐....




4. 부자들의 천국 vs. 심각한 소득 불평등


2013년 본사 사장님께서 홍콩 출장 오셨을 때 거래선 사장 집에 저녁 식사를 초대받아 함께 간 적이 있었다. 홍콩섬의 남부 해안가에는 부자들이 많이 살기로도 유명한 Repulse Bay라는 동네가 있었는데 이 거래선 사장 주택도 이 동네에 있었다. 처음 가 보는 거래선 사장 집은 꽤 큰 3층짜리 단독 주택이었는데 들어가 보니 역시 대단한 부잣집임을 곧바로 느낄 수 있었다.


그 주택 지하에는 외부로 소음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음 장치가 된 음악실도 있었는데, 거래선이 음악을 정말로 좋아하는지 드럼부터 시작해서 기타, 피아노 등 꽤 다양한 악기가 비치되어 있었다. 식사가 끝나자 그는 직접 드럼을 치며 노래도 불러 주었는데 그 솜씨가 역시 보통이 아니었다. 그리고 다시 바닷가로 나와서 우리 일행 모두를 자신의 개인 요트에 태우고 선선한 저녁 바닷바람을 맞으며 홍콩섬 남부 일대를 한동안 구경시켜 주었다.


사진) 거래선 사장의 요트를 타고 바다에서 홍콩섬 남부를 찍은 사진 (2013. 11월)


그날 거래선 사장과 함께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니 홍콩 부자는 정말 대단하게 산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고, 나처럼 죽어라 일해서 겨우 먹고사는 한국인들의 삶이 좀 서글프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한국인 중에 죽기 전에 이런 여유 있는 삶을 살아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하는 자문을 해보기도 했다.


거래선 사장의 주택뿐 아니다. 홍콩에는 너무 사치스럽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최고급 아파트들도 많은데, 'Opus'라 불리는 아파트는 2015년에 한화로 무려 700억 원이 훌쩍 넘는 가격에 거래되면서 홍콩의 아파트 판매 최고가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한다.


사진) Opus 아파트 모습. 산 정상 부근 비스듬한 구조로 건축된 하얀색 아파트가 Opus다 (2013. 7월)


(Opus 내부 구조)

https://www.designboom.com/architecture/frank-gehry-opus-hong-kong/

(2015년 Opus 매매가 관련 기사)

https://www.propgoluxury.com/en/propertynews/mid-levels-eastern/3508-swire-properties-opus-flat.html


실제로 홍콩의 인당 GDP는 전 세계 16위 약 6만 4천 불로 17위를 기록했던 스위스를 능가할 만큼 홍콩에는 부자들이 많다. 하지만 실상을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홍콩에는 정말로 가난한 사람도 너무도 많다. 즉 인당 평균 6만 4천 불이라는 홍콩의 GDP는 엄청난 재산을 축적한 소수 재벌의 부를 전 인구 평균으로 나누다 보니 그렇게 높아진 것이고 이 소수 부자들을 제외한 실제 대다수 국민의 부는 통계로 집계되는 수치와는 실질적으로 꽤 큰 괴리가 있었다.


각 국가별 빈부차를 나타내는 GINI 계수를 통해서도 이러한 정황은 충분히 입증되는데, 홍콩은 전 세계 157개 국가 중 빈부차가 심한 나라 9위에 등재되어 있었다. 역시 빈부차가 심하기로 유명한 중국도 29위인데 홍콩의 빈부차는 이보다 더 심하다는 말이다. 참고로 30위권 안에 들어 있는 국가는 홍콩과 중국을 제외하면 모두 아프리카나 중남미 국가였다.


법인 업무로 홍콩의 매장들을 돌아볼 때 Sham Shui Po나 To Kwa Wan 같은 지역을 가보고서 이러한 빈부차를 직접 목격할 수도 있었는데, 이러한 지역은 우선 주택부터 너무 낡아서 접근하기조차도 섬찟한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래의 사진이나 링크에서 그런 모습을 일부 볼 수 있는데, 실제로 내가 봤던 모습은 이보다 더 험하고 낡은 모습이었다.


사진) 구룡의 곧 허물어질 것 같은 아파트 (2011. 8월)


(To Kwa Wan 거리 모습)

https://www.pinterest.com.mx/pin/525865693987627572/


홍콩 부임 초기에 거주했던 아파트는 Elements라는 고급 아파트 단지에 있는 73층짜리 아파트였는데, 아파트 안에 헬스클럽은 물론이고, 수영장까지 딸려 있었다. 그리고 그 단지 안에 있는 쇼핑몰에는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아이스 링크도 있었고 이름만 들어도 바로 알 수 있는 최고급 명품 매장들 역시 즐비하게 들어서 있었다. 게다가 아파트에서는 전층에서 홍콩 바다를 조망할 수 있어 전망도 너무 좋았다.


그런데 바로 그곳에서 걸어서 불과 10여 분만 가면 이러한 분위기와는 너무나도 다른 매우 오래되고 낡은 아파트촌이 나타난다. 이 낡은 아파트 단지에는 헬스클럽이나 수영장은 당연히 전혀 없으며, 창문을 열면 넓은 홍콩 바다가 보이는 것이 아니라 바로 앞에 들어서 있는 또 다른 낡은 아파트만 보였다.


그런 낡은 아파트들이 좀 정겹게 느껴지기도 해서 휴일에는 가끔 그곳에 가서 사진도 찍곤 했었는데, 아래 사진이 그때 찍었던 사진들이다. Elements라는 고급 아파트 단지와 이 지역은 그 분위기가 너무도 차이가 커서 걸어서 약 10여 분 가는 사이에 마치 홍콩에서 다른 나라로 이동한 것만 같은 착각까지 들기도 했을 정도다.


사진) Elements 단지 아파트 Harbourside (좌측, 2010. 11월). 이 Harbourside에서 걸어서 10분이면 도착하는 낡은 아파트 단지 (우측, 2010. 10월).


사진) Elements 단지 아파트 창 밖으로 보이는 홍콩 바다 경치. 앞에 보이는 섬이 홍콩섬이다.(좌측 2011. 9월, 우측 2012. 4월)


사진) Elements 단지 내의 또 다른 고급 아파트 Sorrento (좌측 2009. 5월). 홍콩섬 서부에 있는 꽤 낙후된 주택가 (우측, 2014. 1월)


홍콩에는 또 전 세계적으로도 알려진 유명한 주택이 있는데 바로 새장(籠屋, Cage Home)이라 불리는 주택으로 낡은 아파트 한 채를 구역을 여러 개로 나누어 여러 가구가 함께 거주하는 주택을 말한다. 한 가구가 거주하는 공간이 매우 비좁은 새장처럼 침대 하나 정도 면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러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것이었다.


(홍콩의 새장 주택 모습)

https://www.theguardian.com/cities/gallery/2017/jun/07/boxed-life-inside-hong-kong-coffin-cubicles-cage-homes-in-pictures


그런데 한국에서는 부의 편중이나 부의 세습에 대해서 매우 민감하고 부정적 관점에서 비판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반해, 홍콩에서는 정부의 정책들에 대해서는 불만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의외로 재벌에 대한 부의 편중이나 부의 세습 대해서는 그다지 민감하지 않은 것 같았다.


유럽 대륙의 독일이나 프랑스가 사회 안전장치를 강구하기 위해 사회주의적 요소를 오랜 기간에 걸쳐서 꾸준히 채택해 왔던 반면에 영국은 미국과 함께 유난히 자본주의적 색채가 짙은 국가로 알려져 있는데, 홍콩의 이러한 풍조 또한 그런 영국의 지배를 장기간 받은 결과가 아닌지 모르겠다.


1997년 홍콩은 영국에서 벗어나 중국에 반환됐다. 하지만 중국 또한 빈부차 문제에 있어서는 홍콩과 함께 아시아에서 최악의 모습을 지속해서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니 홍콩의 심각한 빈부차가 조만간에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5. 글로벌 금융 Hub vs. 부동산 재벌이 지배하는 경제


홍콩은 주지하다시피 Global 금융 Hub라 불리는 국제적인 금융 도시다. 하지만 조금 더 뜯어보면 홍콩의 경제계 최고 실력자 대부분은 금융 등 다른 사업보다는 주로 부동산으로 부를 축적하여 재벌이 된 부동산 재벌이 대부분이다. 홍콩 4대 재벌이라고 불리는 헨더슨(恒基兆業), 순훙카이(新鴻基), 뉴월드(新世界), 청쿵(長江) 모두가 부동산 업을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는 것에서도 그것을 알 수 있다.


(홍콩 경제의 중심이 된 부동산 4대 재벌)

http://www.economyinsigh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735


만일 한국의 재벌들이 부동산을 통해 기업 이익의 대부분을 창출한다면 국민이나 정부로부터 매우 따가운 지적을 받고 부정적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역시 의외지만 홍콩에서는 그런 분위기가 그다지 심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것도 그저 많은 사업활동 중 하나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한국에서보다 꽤 강한 것 같았는데 그처럼 비판적인 시각이 약하니 재벌들이 더더욱 돈 벌기가 쉬운 부동산 사업에만 매진하는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결국 홍콩의 아파트 값은 매년 새로운 기록을 경신하며 천정부지로 치솟고 일반 서민들은 그러한 고가의 부동산 임대료를 지불하느라 허덕이는 을 살아야만 했던 이다. 영국 BBC 기사에 의하면 세계에서 가장 생활비가 비싼 도시로서 공동 1위를 한 3개 도시는 싱가포르와 파리 그리고 홍콩이었다.


(생활비가 가장 비싼 도시)

https://www.bbc.com/korean/news-47622119


하지만 사실 부동산을 제외한 홍콩의 일반적인 물가 수준은 실제 경험해 보니 서울보다 오히려 낮은 경우가 많았다. 홍콩 사람들이 너무도 애용하는 'Café de Coral(大家樂)' 같은 패스트푸드점에서 파는 음식은 뜨끈한 국물과 푸짐한 육류가 포함되어 있어도 가격이 한화로 5천 원을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Café de Coral 메뉴 및 가격)

https://hygall.com/300175571


또 JHC(日本城)라 불리는 체인점도 홍콩 도처에 있었는데 이곳은 '다이소'와 비슷하게 저가에 온갖 다양한 생필품을 파는 곳이었다. 나 역시 이곳에서 전기밥솥도 구매했고 그 외에도 거의 2~3일에 한 번쯤은 들러 다양한 생필품을 사기도 했는데, 이곳에서 팔리는 제품들의 가격은 서울보다 결코 높지 않았다.


(JHC 방문 후기)

https://blog.naver.com/win09033/221562988763


결국 식사와 생필품 모두 Café de Coral이나 JHC 같은 곳에서 서울에서보다 훨씬 저가에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되는 셈이니, 홍콩의 일반 물가는 결코 서울보다 높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바로 그 부동산 때문에 홍콩 사람들은 허리가 휘어질 정도의 임대료를 지불해야만 했고 결국 그 임대료가 포함된 홍콩의 물가는 전 세계 1위가 되는 것이었다.


홍콩 부동산 가격이 얼마나 높은 지 새삼 깨우칠 수 있었던 재미있는 경우도 있었는데 내가 홍콩에서 알고 지내던 어떤 한국인이 차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을 임대한다는 광고를 보고 집을 임대한다는 것으로 잘못 알고 전화했던 경우까지 있었던 것이었다. 홍콩에서는 아파트를 임대할 때 주차장은 별도로 임대해야 했는데, 주차장 임대료조차도 워낙에 높다 보니 주차장 임대 광고를 주택의 임대 광고로까지 오해했던 것이었다. 고급 주택의 주차장 1칸 월 임대료가 한화 기준 150만 원이라 하니 나라도 그런 오해를 했을 것 같았다.


(홍콩 주차장 월 임대료 약 150만 원)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24/2019102401687.html


결국 홍콩은 화려한 국제 금융 도시로 알려져 있고 실제 이 부분에서 일정 부분 부가 창출되는 것도 사실이긴 지만, 그 내면을 좀 더 들여다보면 홍콩의 부는 상당 부분 새로운 혁신이나 산업이 아닌 전통적이고 다소 퇴행적이라 할 수도 있는 부동산업에서 창출되고 있는 양면성이 있었던 셈이다.



6. 막강한 치안력 vs. 체질화된 상습 범죄


각국의 경찰력을 측정하는 자료로 인구 10만 명당 몇 명의 경찰이 근무하는지를 보는 방식이 있다고 한다. 이 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홍콩의 경찰 수는 487명으로써, 한국 227, 미국 238, 대만 272, 중국 143, 싱가포르 170, 호주 218, 일본 234, 영국 211 등 대다수 나라보다 거의 2배가량 그 수가 많다. 그만큼 홍콩 도처에 경찰이 있다는 얘기도 될 것 같다.


(국가별 인구 10만 명당 경찰 수)

https://en.wikipedia.org/wiki/List_of_countries_and_dependencies_by_number_of_police_officers


실제로 홍콩에 거주하다 보니 도시의 곳곳에서 순찰을 돌고 있는 경찰들을 자주 볼 수 있었고, 또 범죄 지수나 살인 지수 등을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도 상대적으로 홍콩이 비교적 안전한 곳으로 나타났다. 경찰 수부터 다른 국가 대비 2배 이상이나 되니 그 영향이 있는 것 같았다.


(국별 살인 지수)

https://www.indexmundi.com/facts/indicators/VC.IHR.PSRC.P5/rankings


하지만 그렇다고 홍콩이 범죄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그러한 곳이 물론 전혀 아니다. 홍콩에 거주하던 기간에 놀랄 만한 범죄 소식을 접했던 적도 여러 번 있는데, 관광객이 호텔 방 안에서 종업원으로 위장한 강도들에 의해 몽땅 털린 경우도 있었고, 뒷골목이긴 했지만 그래도 대낮에 홍콩섬 중심에서 여학생이 성폭행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더 놀랄만한 사건은 일반인도 아니고 무장한 경찰관까지 조폭이 칼로 습격해서 경찰관이 정당방위 차원에서 권총으로 조폭을 사살했던 사건도 있었다.


또 홍콩의 유명한 영화인 '영웅본색(英雄本色)'처럼 홍콩의 영화 중에는 범죄를 다룬 영화가 많이 있다. 그런데 실제로 홍콩에는 전 세계적으로 익히 알려진 '삼합회(三合會)'라는 유명한 범죄조직이 있었다.


하지만 이 범죄조직의 실상은 서정적이고 감미롭게 묘사된 영화에서의 모습과는 당연히 많이 다른데, 한때 범죄조직이 홍콩 영화산업에 깊이 관여해 영화에서는 자신들이 그토록 미화되어 표현되도록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한다. 당시는 영화계와 범죄조직이 워낙 밀착되어 그 시절 활약하던 유명 배우 중에는 실제 범죄조직 구성원으로까지 활약했던 것이 공공연하게 알려진 배우도 있었다 한다.


(영화 '영웅본색', 04:14)

https://www.youtube.com/watch?v=ETq0rVrz-KQ

(홍콩 영화계와 삼합회)

https://blog.naver.com/psc7112012/222103226299


삼합회는 최근에는 전보다는 많이 약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중국의 고위층 부패를 기사화하거나 중국 정부를 비난하는 반정부 언론인에 대한 테러나 반정부 시위자에 대한 폭력과 같은 사건에는 여전히 삼합회와 같은 범죄조직이 수시로 언급되고 있다. 한국의 자유당 시절에나 존재했던 정치 깡패가 홍콩에는 아직도 존재하는 셈이다.


(중국 부패 보도한 이후 손도끼로 피습당한 언론인)

http://m.kmib.co.kr/view.asp?arcid=0008086869&code=11141100&sid1=int


(반정부 시위대 폭행과 삼합회 관련 기사)

1. https://cmobile.g-enews.com/view.php?ud=2019072217230574989ecba8d8b8_1

2. https://www.bbc.com/news/world-asia-china-49071502

3. https://boingboing.net/2019/07/24/cui-bono-carrie-lam.html


또 중남미나 아프리카에서나 있을 법한 납치 사건도 적지가 않은데, 1996년에는 홍콩의 최고 재벌인 이가성의 아들이 납치되어 돈을 주고 풀려난 적도 있었다.


(이가성 아들 납치 사건)

https://www.hankyung.com/international/article/2013120286407


홍콩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홍콩의 공공연한 범죄도 있다 바로 밀수다. 관세가 없는 홍콩의 제품들은 당연히 인접한 중국 본토 대비 가격이 저렴하고 또 홍콩에는 가짜가 거의 없어 중국인들이 매우 선호한다. 따라서 홍콩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는 밀수는 정말 말 그대로 거의 생활화되어 있다고도 할 만큼 흔한데, 대표적인 밀수품들은 아이폰처럼 밀수하기 편하게 부피는 작지만 단가는 높은 그런 제품들이었다.


(아이폰을 온몸에 붙이고 밀수하려던 홍콩인 적발)

https://www.fnnews.com/news/201501131342231308

(중국-홍콩 간 밀수품 운반 지하 통로 발견)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2151424


심지어 홍콩의 대다수 정규 유통 업체도 홍콩 내수 판매망 외에 별도의 중국 본토 밀수 전문 회사를 버젓이 운영하고 있었다. 이러한 회사가 중국 밀수 회사라는 사실은 너무도 공공연한 사실이어서 이 유통에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들은 누구나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사실 이런 밀수 전용 유통이 아니더라도 제조업체가 제품을 일단 공급하고 나면 그 이후 유통 업체가 그 제품을 어느 곳에 파는지는 확실히 통제하기가 쉽지 않으니 거래를 중단하지 않는 한 우리들이 공급한 제품이 중국으로 밀수출될 위험성은 언제나 있었던 셈이었다.


유통 업체들이 중국에의 밀수 유혹에 빠지는 이유는 마진이 적더라도 훨씬 큰 물량을 판매할 수 있으니 매출 절대액이 높아지고, 또 홍콩 내수 판매가 부진하면 재고로 오랜 기간 갖고 있기보다는 바로 중국 본토로 넘겨 현금화시키는 것이 자금 회전에 유리했기 때문이었다.


홍콩 유통의 이런 특성 때문에 홍콩에서 판매한 우리 홍콩 법인 제품도 중국에서 수시로 발견되어 골치를 앓은 경우도 너무 많았다. 그런데 중국 본토로의 판매를 자제해 달라고 간절히 요청하면 간혹 그런 요청을 일시적으로 수용해 주는 거래선도 있었지만 장기간 그것을 지켜주는 거래선은 많지 않았던 것이 현실이었다. 그리고 중국에의 판매 중단을 서면으로 공식적으로 요청하는 것은 그 자체가 불공정거래 행위로 인식되어 법적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요청 역시 강하게 할 수도 없었다.


한편 그렇게 정식 통관을 안 하는 방식으로, 즉 다시 말하면 밀수로 중국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면서도 그러한 행위를 일종의 범죄로 인식하거나 최소한 양심의 가책 같은 것을 느끼는 거래선은 전혀 없어 보였다.


홍콩이 중국에서 분리된 150여 년이라는 너무도 오랜 시간 이러한 행위가 지속적으로 반복되다 보니 홍콩 사회 전체가 아예 밀수 자체에 대해서는 집단최면이라도 걸린 듯 감각이 무뎌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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