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한국에 돌아오니 변한 곳이 너무도 많았다. 종로 거리도 종로 5가나 동대문 근처처럼 거의 하나도 변하지 않은 곳도 있었지만, 광화문에서 종각역 근처는 과거 낮고 아담한 건물들은 모두 다 사라지고, 'D 타워', '타워 8' 등 이름도 생소한 최신식 고층건물이 들어서 있어 과거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너무도 변해버린 그 모습에 과거 그 거리에서의 추억을 다 빼앗겨버린 것 같은 아쉬운 느낌도 많이 들었는데, 내가 귀국한 이후에도 '센트로폴리스'라는 또 다른 고층건물이 2018년 종로에 완공되어 그 공간에 남아 있던 나머지 기억들마저 또다시 말끔히 빼앗아 가 버렸다.
종각 '센트로폴리스' 빌딩 1층 상가 거리. 2019년 3월에 찍은 사진인데, 완공된 지 얼마 되지 않아 1층 상가가 모두 공실 상태다. 근처를 지나가다 우연히 들어왔는데 아무도 없는 텅 빈 공간에서 뭔가 묘한 매력이 느껴지는 것 같아 사진으로 담아두었다.
10년 전 기준 지도 거리뷰를 보니 사진 속 이 자리에는 내 기억에도 남아 있는 낮고 아담한 건물들이 아직은 많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10여 년 사이에 그 건물들은 이 초대형 신축 건물로 완전히 대체되어 버렸다. 이 건물은 2018년 완공 직후 1조 1200억 원에 팔렸는데, 국내 오피스 빌딩 판매가로는 역대 최고가라 한다.
(2020년 3월 기준 센트로폴리스 빌딩)
(2010년 3월 기준 센트로폴리스 빌딩 자리)
(센트로폴리스 빌딩 인근 지역 70년대 모습)
이수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다 찍은 사진. 가운데 계신 분과 우측에 계신 분 상의가 완전히 똑같은데, 두 분이 아는 사이도 아니고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가운데 계신 분이 먼저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잠시 후 오른쪽에 계신 분이 나타났다. 그런데 옷이 이렇게 똑같으면 뭔가 좀 거북해서 다른 자리로 가서 앉을 것 같은데, 새로 등장하신 분도 아무런 내색 없이 자신과 똑같은 옷을 입은 분 옆에 태연하게 앉으셨다. 두 분은 전철 탈 때까지 아무런 대화도 없으셨다.(2019년 7월 사진)
인쇄소가 많은 충무로 거리 일대도 서울의 과거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 중 하나인 것 같다. 그 근처를 지나다 좁고 오래된 골목길이 보여 찍은 사진이다. (2019년 7월 사진)
어린 시절에는 서울 도처에 이런 골목들이 참 많았는데, 끊임없이 반복돼 온 재개발로 이제는 거의 다 사라졌다. 서울 거리를 걷다 어쩌다 이런 오래된 골목과 우연히 다시 마주치면 향수 속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는 기분이다.
서구권에서 유행하는 그런 낙서가 서울의 오래된 충무로 골목에도 어지럽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좀 유감이었다.
역시 충무로 인쇄소 거리 뒷골목 사진. (2019년 9월 사진)
봉은사역 5번 출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건물 (2019년 8월 사진). 커피숍인 것처럼 보였는데 2019년 새로 막 개장한 것 같았다. 건물도 특이하고 예쁜데, 건물 앞 공간 전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아름답게 보인다. 하지만 이 자리의 과거 사진을 거리뷰로 보니 리모델링하기 전에는 이 공간은 그저 평범한 주차장이었다.
(2020년 3월 기준 거리뷰)
(2018년 4월 기준 거리뷰)
서울에서 많이 변한 것 중 또 하나가 야간 조명으로 서울의 아름다움을 더해 주는 곳이 과거 대비 꽤 많이 늘었다는 것이다. 한강 다리 조명도 그렇지만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덕수궁 돌담길 조명도 과거에는 없던 것인데 이렇게 조명 속에서 보니 훨씬 더 멋져 보였다. (2019년 10월 사진)
우리가 20~30대 시절에는 그저 '일' 아니면 '술'이었고, 주변에 아름다운 것이라고는 그다지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우리 세대가 이제 나이 들어가니 과거에는 없던 아름다움들이 주변에 점점 더 많아지는 것이 왠지 배가 아프고 서글프게 느껴진다면 너무 못된 심보일 것이다......
서울 거리에 예술 작품들이 많아진 것도 의외였다.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 신축시에는 예술작품 설치를 법으로 강제화해서 그렇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그중에는 억지로 만든 것 같은 것들도 있지만 꽤 독특하고 아름다운 작품도 많은 것 같다.
이 작품은 서울 중구청 앞에 있는 작품으로 누군가에게 구애를 하는 남자의 조각상이다. 2019년 11월에 찍은 사진인데, 거리뷰를 보니 2020년 2월 기준으로도 저렇게 계속 무릎 꿇고 같은 자리에서 구애를 하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거리뷰에 등장하는 이 조각품의 얼굴도 주변을 지나는 행인들의 얼굴처럼 모자이크 처리되어 있었다......
(조각품의 얼굴도 모자이크 처리된 거리뷰 사진)
충무로 '영화인의 거리'라는 곳 모습인데, 얼핏 보면 잘 안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사진 중앙 좌측 상단에 카메라를 들고 뭔가를 찍는 사람이 보인다. 실제 사람은 아니고 조각품인데 워낙 정교하고 작품 규모도 실제 사람과 유사해서 처음 얼핏 보고는 정말 사람이 지붕으로 올라가서 주변을 찍고 있는 것으로 착각했다. (2019년 11월 사진)
조각품 부분만 확대한 모습
(2020년 3월 기준 같은 장소 거리뷰)
언제부턴가 지하철역에 시와 같은 문학 작품들이 많이 눈에 띄기 시작한 것 같다. 지하철역 벽에서도 시를 볼 수 있지만 사람들이 전철을 기다리면서 자주 접하게 되는 스크린 도어에서도 볼 수 있다. 전철역에서 마주쳤던 그런 시 작품 중 인상적이었던 작품 사진 몇 장을 올린다.
시 제목은 각각 '고모', '청춘', '달팽이', '나 하나 꽃 피어', '절대 고독' 등이다. 유명한 시인의 작품만큼 아니 어쩌면 그 이상 한 수 한 수 모두 절절히 가슴에 와 닿는다.
청담동 청담사거리 근처에 이태리 식당이 하나 있었다. 음식 맛은 특별한 기억이 없는데, 식당 내부의 온통 붉은색 벽과 그 벽 위에 걸려 있는 그림들이 꽤 인상적이라 기억에 남아 있는 곳이다. (2019년 2월 사진)
왼쪽 사진의 그림을 보면 시계는 전혀 없지만, 왠지 모르게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이라는 그림 속에 나오는 녹아내리는 시계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누가 그린 그림인지는 모르겠는데 이 그림도 아마 달리의 그림처럼 '초현실주의'라 불리는 그런 그림 중 하나가 아닌지 모르겠다.
(살바도르 달리의 시계 그림)
오른쪽 사진은 '땡땡의 모험 (Les Aventures de Tintin)'이라는 벨기에 만화 시리즈의 주인공 모습이다. 유럽에서는 꽤 유명한 만화 시리즈인데 한국에는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아 주인공 사진을 보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 식당에서 우연히 오랜만에 보게 되어 반가워 찍어 두었다.
홍콩에 거주할 때도 내가 거주하던 아파트 단지에서 우연히 '땡땡'이 등장하는 홍보물을 본 적이 있어 역시 사진으로 담아 두었던 적이 있는데 그때 찍었던 사진이다. '땡땡'이 홍콩을 여행하는 모습이다. (2012년 1월 사진)
그런데 멋진 그림들이 붙어있던 이 이태리 식당이 이제는 문을 닫았는지 지도에서 아무리 검색해도 찾을 수가 없다. 사진 속 저 그림들도 이제 실물은 더 이상 보기 어렵게 된 셈이다.
('땡땡' 그림이 있던 이태리 식당 소개 블로그)
수유역 8번 출구 인근 상점 사진인데 '엄마 팬티'라고 적혀 있는 문구가 재미있어 찍은 사진이다. '아빠 팬티'는 없고 그저 '남자 팬티'라고만 적혀 있었는데 왜 유독 엄마가 입는 팬티만 별도의 명칭이 붙게 되었는지 의문이다.
엄마 팬티는 여자 팬티와는 다른 것인지......
(2019년 4월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