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억이 거의 없고, 올해 91세가 되신 어머님도 기억이 정확하지는않다고 하시지만, 60년대 그 시절 돈암동 집은 방이 2개 있는 양옥집이었고, 그 외 집 밖에 별도로 분리된 작은 방이 하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진) 돈암동 집 마당에서 찍은 누님 사진.누님 뒤에 계신 할머님은 누님의 증조 할머님이신데 그 시절에는 드물게 꽤 장수하셔서80세 가까이까지 사시다 돌아가셨다 한다.
사진) 집 마당에서 찍은 사진. 누님과 내 모습인데, 누님을 안고 있는 분은 누군지 모르겠다.
사진 뒤에 보이는 방이 집과는 분리된 별채의 방으로, 막내 외삼촌이 한동안 이곳에 거주하셨다. 외삼촌은 모두 7분이 계셨는데 1930~40년대에 태어나셨음에도 키가 180 cm 전후일 정도로 모두 체격이 좋으셨다. 특히 막내 외삼촌은 힘까지 장사였는데, 아쉽지만 60세도 채우지 못하고 일찍 돌아가셨다.
사진) 막내 외삼촌 젊은 시절 모습 (왼쪽 선글라스 쓰신 분)
사진) 좌측에 계신 분은 190cm가 넘어 키가 가장 크셨던 5번째 외삼촌이시다. 어머님도 키가 당시로서는 꽤 크셨던 편으로 160cm가 넘는데, 어머님과는 머리 하나가 차이가 난다.사진 뒤에는 시멘트로 된 전봇대가 보이는데 시멘트 전에는 나무로 된 전봇대가 있던 시절도 있었다.
집에는 마당을 마주한 쪽에 유리로 된 미닫이문이 있었다.아래 사진들은 그 유리문 앞에서 찍은 누님 사진들인데 이 사진들을 보니 어렴풋하게나마 60년대 돈암동 집 거실과 마당이 기억나는 것 같기도 하다.
사진) 거실 유리문 앞에서 찍은 누님 사진들. 61~62년경 찍은 것으로 보인다.
사진) 거실의 유리문 앞에서 3남매가 함께 찍은 사진. 꽤나 오랜만에 보는 사진 속 고무신이 너무도 반갑다. 기억에도 없지만 나도 어린 시절 고무신을 신던 세대의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삼 형제가 환하게 웃으며 사진 찍던 이런 시절도 있었는데,이 삼 형제가 성장한후에사진 속 수줍게 웃고 있는 누님은 이미40년 가까이 조현병 환자로 질곡의 삶을 살고 있으며,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동생은 10년이란 긴 일본 유학 후 모 대학 교수로 재직 중에 교수 사회의 사람 간 스트레스가 너무도 심하다는 하소연을 반복하다가, 46살 아직 한참 더 살아야 할 나이에 뇌출혈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60년대저 사진을 찍을 때만 해도 그 누구도 이 아이들의 그러한 미래 운명은 알 수 없었다....
사진) 거실 유리문 앞에서 찍은 누님 사진. 한국인 대다수가 경제적으로 어렵던 시절인 60년대 초반의 모습이라 그런지 입고 있는 옷이 꽤 낡아 보인다.
사진) 돈암동 집 안방 창문이 보이는 사진.
몹시도 희미한 기억이지만, 한밤중에 어쩌다 소변이 마려워 잠에서 깨면 화장실 가기가 무서워 사진 속 저 창문에 서서 창밖으로 소변보던 기억이 있다. 또 저 창문을 통해보이는 시커멓고 끝없는 밤하늘이 너무 공허하고 무섭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망망한 밤하늘이 얼마나 무서웠으면 학교도 다니지 않던 그 어린 나이의 아이가 밤하늘 보고 그런 생각까지 했을지 참 신기하기도 한데, 사실 그로부터 50여 년이 지난 요즘도 그 망망한 우주에는 무엇이 있고 그러한 망망함의 끝은 있는지 여전히 궁금하기도 하다. 또 60년대 어린 시절 돈암동에서한 어린아이가 보던 그 우주와 그 아이가 다 늙은 이후 요즘 보는 이 우주가 정말 같은 것인지도 좀 의문이다.
사진) 돈암동 집 방 내부 모습. 당시 너무 어려 내 기억에는 전혀 없는 모습이지만, 방 안의 물건들을 보면 확실히 꽤나 오래된 시절이라는 것이 짐작이 된다.
장롱 위에 있는 한복 입은 저 인형은 그 당시에는 집집마다 거의 있었을 만큼 흔했던 기억이 있다. 큰 아이가 누님인데 작은 아이는 누군지 모르겠다.
사진) 60년대 돈암동 집 방에서 어머님과 외가 친척분들이 모여서 앉아있는 모습. 당시는 겨울에는 마루보다는 이렇게 좁은 방 온돌에 앉아 대화를 나누던 시절이었다. 한 살도 안 돼 보이는 아이가 난데, 흰머리가 가득한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이 왠지 좀처럼 믿기지가 않는다.
사진) 거실에서 찍은 누님 사진인데, 누님 뒤 벽에 책이 꽤 많다. 아버님께서 '문화재관리국'이라는 기관 공무원으로 한때 근무하셨는데 아마 문화재와 관련된 서적들로 보인다.아버님께서 관여하여 편찬하셨던 당시의 서적들 중 일부는 2021년 현재도 남아있다.
사진) 아버님께서 문화재 관련 업무를 하시던 시절 문화재 앞에서 찍은 사진. 30대 중반이시던 1960~1년 경찍은 사진으로 보인다.
사진) 돈암동 집 거실에서 3남매가 나란히 앉아 찍은 사진. 입고 있는 옷으로 봐서 초겨울이나 이른 봄에 찍은 것으로 보이는데 햇살이 참 따사롭게 느껴진다. 1964~5년에 찍은 사진 아닌가 싶다.
가능성 전혀 없는 망상이지만 그럼에도 만일 신이 허용해서 사진 속 저 시절로 되돌아가 이 인생을 처음부터 다시 살 수 있게 된다면 단 한 번 뿐이었던 이 인생을 이번에는 정말로 전혀 아무런 후회와 미련 없이 제대로 살 수 있을지....
조현병으로 평생 시달리시는 누님에게, 46세에이 세상을 떠나버린 동생에게, 76세에 돌아가신 아버님께, 새해에는 92세가 되시는 어머님께 또한별생각 없이 그저 미친 듯이 살아온 30여 년의 직장 생활을 허망하게 마감하고 은퇴한 나 자신에게까지, 60년대 돈암동 살던 우리 가족 모두에게 한 번은 꼭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