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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LT Jun 19. 2022

이촌동 연가 (17)

■ 공무원 시장 - 1/2

1967 34개 동 1,313 가구로 구성된 대규모 아파트 단지인 공무원 아파트가 처음 들어섰고, 이어서 1970년 660 가구의 한강 맨션, 1971년 748 가구의 민영 아파트 등 또 다른 대형 아파트들이 연이어 들어서게 되면서 한강변 허허벌판 모래사장이었던 이촌동은 대단위 아파트 단지로 그 모습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사진) 1967년 완공된 공무원 아파트. 이 건물은 공무원 아파트 34개 동 중 이촌동 입구에 있던 3동의 모습이다. 공무원 아파트는 1990년대 중반 재건축으로 허물어져 이촌동의 과거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이 자리에는 현재 우성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사진) 1970년 완공된 한강 맨션 단지의 70년대 중반 모습. 한강 맨션도 이미 재건축이 확정되어 조만간 사라지겠지만 어쨌든 2022년 현재까지는 1970년 완공된 이 건물이 그대로 남아있다.


이촌동 인구가 이처럼 급증하다 보니, 상가들도 자연히 이촌동에 들어서게 되었는데, 아파트 단지 내부에 자체 상가를 보유하고 있던 한강 맨션과 달리, 공무원과 민영 아파트는 단지 내부에 상가가 없었고 따라서 상가는 근처에 조성된 별개의 시장 안에 따로 형성되었다. 그 시장이 바로 과거에는 '공무원 시장'이라 불렸던 '이촌 종합 시장'이다.


요즘은 이 시장 안에 식당도 꽤 많고 또 그중에 몇몇은 유명 맛집으로 소문이 나서 타 지역에서도 굳이 찾아오시는 손님들이  있다. 하지만 과거 70년대 이 시장은 그저 너무도 평범한 시장이었으며 더욱이 내 기억이 맞다면 시장 안에는 식당 자체가 그다지 많지 않았것으로 기억한다.


70년대 그 시절 모습을 확인해 보려고 꽤 열심히 찾아봤는데 안타깝지만 그 당시 모습을 찍은 사진이 내게는 단 한 장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지만 오랜 시간 검색을 해보니 70년대 이촌 시장 외관을 찍은 사진 한 장을 인터넷에서 어렵게 찾을 수 있었다.  


아래 블로그에 있는 사진이 바로 그 사진인데 금년 20226월에 같은 장소를 찍은 사진과 비교해 보면 50여 년의 큰 시차가 있기는 하지만 두 사진 속 건물 외관이 상당 부분 서로 일치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70년대 찍은 이촌 시장 외관)

https://m.blog.naver.com/s5we/221311516916

(20226월에 찍은 동일 장소 모습)

(70년대 사진과 2022년 사진을 비교한 모습)


두 사진 속에 보이는 상점들도 거의 전부 바뀌었고 또 뒷 배경에 보이는 아파트도 과거 저층 공무원 아파트가 아니라 90년대 중반 재건축된 고층 한가람 아파트로 바뀌어 있.


그리고 이런 여러 차이 때문에 70년대  이촌 시장 사진을 소개한 위 블로그 내용에도  사진을 찍은 곳이 이촌동이 아니고 혹 마포 어느 곳이라고 추정하는 내용있다. 하지만 사진 중앙에 보이는 '세나 미용실' 간판을 보면 전화 국번이 '42'번으로 70년대 이촌동에서 사용되었국번이.  


즉, 1976년 '792'번으로 바뀌기 이전 이촌동 전화 국번 중 하나가 '42'번이었으니 이 사진을 찍은 곳이 용산 이촌동이라는 것이 분명한 것이다.  


과거 우리 집 전화 국번도 43번이었는데 1976년 역시 793번으로 바뀌었다. 또 요즘은 보기 어렵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촌동 거리에 붙어있는 매우 오래된 광고물들을 보면 42나 43 국번이 그대로 적혀 있는 것을  수 있기도 했었다.


(용산구 전화번호 변경 관련 1976년 기사)

https://www.joongang.co.kr/article/1447776


게다가 70년대 찍은 사진 중앙을 자세히 보면 세나 미용실 간판 아래 '삼칠 열쇠'라는 간판이 보이는데 이 점포는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2022년 현재도 여전히 그 자리에 같은 상호로 남아있다. 따라서 이 사진은 이촌 시장을 찍은 사진이 틀림없는 것이다.


사진) 이촌 시장 점포 '삼칠 보수' (2022. 6월)


결국 다른 장소로 착각할 만큼 시장 주변과, 시장 안 상점 모두가  사라졌거나 변해버렸지만 어쨌든 그럼에도 1967년 공무원 아파트 완공과 함께 문을 연 이촌 시장만은 과거 건물 모습을 상당 부분 유지한 채 2022년 현재까지도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사진) 이촌 시장과 함께 완공된 공무원 아파트 그리고 그 보다 4년 뒤 완공된 민영 아파트는 모두 90년대 초반 재건축으로 허물어졌는데 이 사진은 그 아파트들이 허물어지던 바로 그 당시의 모습이다.


한편 정확한 위치는 이제 기억이 나지 않지만 위 사진에 보이는 시장 건물 2층에는 과거 한때 당구장도 하나 있었다. 그 당구장을 유독 기억하는 이유는 돌아가신 아버님과 그곳에서 함께 당구를 쳤던 기억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아버님 살아계실 때 효도를 했던 자식이 결코 아니라서 항상 마음 아프고 안타까운 심정이지만 2001년 76세로 돌아가신 아버님 생전에 딱 한번 함께 당구를 친 적이 있다. 그 장소가 바로 이 이촌 시장 안에 있던 당구장이었던 것이다.


내가 대학시절이었던 80년대였는데 아버님께서 어느 날 갑자기 당구 한판 치자는 무척 생소한 제안을 하셔서 함께 그 2층 당구장으로 갔다. 그런데 그때 처음 알게 된 아버님의 당구 실력이 의외로 보통이 아니었고 당시 대학 신입생으로 이제 막 당구를 배우기 시작했던 나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여서 좀 놀라기도 했다.  


내게는 항상 좀 거리가 있던 분이 아버님이었는데 어쨌든 그때 아버님도 나처럼 당구를 열심히 치시기도 했던 똑같은 젊은 학창 시절이 있었던 분이라는 사실 새삼 깨우치기도 했었다.


사진) 1940년대 대학 시절 아버님 모습과 1980년대 대학 시절 내 모습. 40여 년이라는 큰 시차가 있지만 아버님도 결국 나처럼 '당구 열심히 치던 학생'이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과거 이촌 시장은 그저 말 그대로 밋밋하고 평범한 시장이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이촌 시장은 이촌동만의 독특한 브랜드 일부 같은 그런 정취와 느낌전달해 주는 공간으로 자리를 잡게 된 것 같다. 아파트만이 가득한 동네에서 그렇게 오래되고 또 결코 작다고 할 수도 없는 전통 시장을 서울에서 볼 수 있는 경우가 이제는 그다지 많지 않고, 또 이촌 시장에서는 오래된 이촌동의 희미한 냄새 같은 과거 역사가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독특함이 70년대 이촌동 모습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 같아 이촌 시장을 오갈 때는 늦게나마 시장 안 구석구석을 다시 사진으로 찍어 놓기도 했는데 아래 사진들이 그 사진들이다.


이촌동 다른 지역의 모습들은 이미 너무도 많이 바뀌어 버렸지만 그래도 이 이촌 시장만은 과거 60년대 말 시장이 개장할 당시의 모습을 나름 많이 유지한 채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사진) 2015~2021 사이에 찍은 이촌 시장 골목 구석구석의 모습


이촌동의 모습은 90년대 중반 대대적인 재건축으로 한번 크게 바뀌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약 30여 년이 지난 2022년 현재 이촌동의 아파트들 거의 전부가 또다시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추진으로 꽤나 분주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이촌 시장이 언제까지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은 이런 정겨운 모습으로 변치 않고 남아있을 수 있을지 때로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70~80년대 아련한 기억들이 짙게 새겨져 있는 이촌 시장, 아니 그리운 이름의 공무원 시장에 대한 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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