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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LT Dec 04. 2019

좀 특별했던 한국인

■ 그 주재원의 서글픈 기억들 (2편 Toronto-17)

해외 주재 근무 14년간의 기억을 적은 이야기

Paris, Toronto, Beijing, Guangzhou, Taipei,

Hong Kong, Macau

그리고 다른 도시들에서의 기억......



Toronto



17.  특별했던 한국인


캐나다에 근무하면서 노골적으로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는 대단한 캐나다인들도 경험했었지만, 잊을 수 없는 선명한 기억을 남겨준  남다른 한국인을 경험하기도 했다.  


캐나다법인 현지인 사이에 회자되는 한국 본사 출장자의 꽤 유명한 술주정 일화가 있다. 내가 부임하기 1년 전쯤 왔던 출장자였는데 나도 아는 본사 수출부서 직원이었다. 그의 술주정 이야기 당시 그 자리에 없었던 직원들에게까지도 입소문을 통해 전해져서 법인 내 현지인 직원거의 모두 알고 있을 만큼 유명한 일화였다.


출장 와서 업무 협의를 마치고 현지인 직원들과 함께 한국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는데, 캐나다인들은 모두 운전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술을 마시지 않았고 그 출장자 혼자 술을 마셨는데 어느 순간 만취하더니 큰 사발 하나 달라고 한 후 거기에 술을 가득 쏟아붓고 콩나물, 김치, 고추장 등등 먹던 반찬 다 털어 넣은 다음, 매출 확대와 단결을 위해 한 모금씩 돌아가면서 먹자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 시절 한국에서 회식 때 간혹 관행적으로 하던 사발주 마시기를 캐나다에 와서 현지인을 대상으로 그대로 제안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술에 만취하는 것을 정신질환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만큼 문화가 다른 곳이 캐나다인데 술에 완전히 취한 출장자가 온갖 반찬까지 쏟아부은 이상한 술을 나누어 마시자고 하니 당연히 캐나다 직원 아무도 그 술을 마시지 않았다. 아울러 만취한 그와는 이상의 정상적인 대화가 안된다고 판단한 직원들은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한.


그런데 그때 술 취한 출장자가 식당 밖까지 쫓아 나와서 출발하려는 현지인 차 앞을 가로막고 못 가게 했고 심지어 신발은 말할 것도 없고 양말까지 다 벗은 맨발로 보닛 위에 올라타기까지 했다는 것이었다.


물론 본사에서 온 모든 출장자가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니 캐나다인 직원들도 유별난 출장자의 예외적인 행동으로 받아들이고는 있었다. 그렇지만 한국 출장 경험을 통해 한국의 술 문화가 때로는 유별나다는 것을 익히 잘 알고 있었던 그들에게조차도 이 출장자의 그날 만행(?)은 너무나도 강한 기억으로 각인될 수밖에 없었던 다.




직접 목격했던 민망한 사건도 있었는데, 역시 본사에서  출장자와 관련된 일이다. 업무협의를 마치고 통상 왔던 대로 그 출장자와 함께 한국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출장자 말이 여동생이 캐나다에 이민 와서 근처에서 살고 있는데 별도로 그 동생과 식사를 할 시간이 없으니, 그 동생도 함께 식사하면 어떻겠냐고 다. 직원들  회식에 가족이 참석하는 경우가 매우 드문 일이기는 했지만 어쨌든 결국 그 여동생도 초대해 저녁 식사를 같이 다.


그렇게 한참 같이 식사하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그 출장자가 벌떡 일어서더니 얼굴이 하얗게 될 정도로 흥분해서 식당의 종업원에게 막무가내로 고성을 지르며 화를 내고 있었다. 그것도 워낙 흥분해서 그랬는지 한국인이 아닌 그 종업원이 알아들을 수도 없는 한국말까지 중간중간 섞어 가면서 화를 냈다. 그의  그 종업원이 자신의 여동생을 무시했다는 것이었다.


동생분은 식사 도중 캐나다 초기 정착 과정에서 때론 차별도 당하고 여러 가지로 힘들었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그런 말을 듣고 오빠의 입장에서 마음이 매우 좋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은 이해가 된다. 오랜만에 만난 동생이 눈물을 보이며 그런 얘기를 하니 누구라도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 울적한 마음을 식당의 종업원을 대상으로 풀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20살이 이제야 넘어 보이던 그 젊은 종업원은 왜 그렇게 화를 내는지 도대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반박조차 못하고 우리 테이블 옆에 그저 멍하니 서 있기만 했는데, 그 종업원은 백인도 아니었고, 동남아시아 어느 국가에서 온 사람처럼 보였다.


그 또한 백인들이 주류로 인식되는 캐나다에서 그 출장자의 여동생만큼 아니 어쩌면 그녀 이상 차별과 서러움을 받으며 살아왔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조차 같은 동양인 손님이 자신에게 소리치고 삿대질을 하는 그런 경우를 당하니, 화나고 놀라는 것을 떠나 우선 자신의 그런 처지가 너무 슬프고 아프지 않았을까 하생각도 들었다.


요즘도 가끔 언론을 통해서 접하는 소식이지만 한국에서도 백화점이나 주차장 같은 곳에서 고객들이 직원을 대상으로 욕을 하거나 횡포를 부리는 소위 '갑질'로 알려진 행동들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그들이 그러한 행동을 하는 이유의 근거는 공교롭게도 대부분 무시당했기 때문이라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설령 실제로 무시당했다 하더라도, 그러면 그렇게 소동과 난리를 치고 막무가내식으로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러도 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캐나다 오기 전 한국의 식당에서 그런 경우를 간혹 본 적이 있었지만, 캐나다에서 손님이 그렇게 종업원을 윽박지르는 경우를 본 것은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는데 만일에 그 종업원이 동남아인이 아니고 캐나다 백인 종업원이었다면 과연 그 백인이 동양인의 그러한 모욕적인 행동을 가만히 참고만 있었을지 의문이다.


한편 만일 그 종업원이 백인이었다면 동생에게 무례했다고 그렇게 소리를 지르며 불 같이 화를 내던 그 출장자가 과연 백인 종업원에게도 똑같은 행동을 했었을지도 의문이었다. 혹시 한국보다 경제적으로 못 사는 동남아인이라서 그처럼 무모한 행동을 할 자신감이 생겼던 것은 아니었는지....




상점이나 현장에서 결해야 할 사안을 법인으로 전화해서 한국 사람을 바꿔 달라 하고는 자신에 대해서만은 예외적인 대우를 요구하는 한국인있었다.


물론 그런 들 중 대다수는 특별 가격이나 예외적 처리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정중히 거절하면 수긍했지만, 그렇지 않고 한국 본사에까지 연락해서 엉뚱한 보복을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보복하려분들은 공통점이 있는데 모두 본사의 고위직 인물을 안다고 언급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중 한 이었는데, 법인의 안내 데스크로 전화해서 한국인 주재원 바꿔 달라 하고는 내가 전화를 받자 한국에 있는 본사의 고위 임원 이름을 대면서 자신이 그의 친한 친구라고 언급하며 우리 회사의 제품 1대를 자신에게 직접 팔아 달라요구했다.


우리 법인은 수입상으로 수입한 제품을 소매업체에게 팔고 소매업체가 다시 소비자에게 판매를 하니 그곳에서 구매를 하셔야 한다 설명을 드리고 요청을 거절했는데, 며칠 뒤 한국 본사에서 연락이 왔다. 그분이 캐나다법인의 주재원이 한국인무시한다고 본사에 연락해서 본사 관련부서에서 상황을 파악하고자 문의를 해온 것이었다.


법인 시스템 구조상 제품을 건건이 1대씩 소매 판매하기도 어렵고, 또 직접 소매로 판매 시 소매업체의 반발 등 다양한 문제로 법인에서는 개인에게 제품을 판매할 수 없는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건만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본사에 연락해서 보복을 하려 한 경우인데, 본사 담당자에게 전후 사정을  설명하고 이해를 받았다. 




극소수지만 이런 남다른 일부 한국인들의 행태는  이후에 주재했던 다른 지역에서도 경험할 수 있었다. 나중에 고객 대응 콜센터에 녹음된 내용을 들어서 알게 된 내용이었는데 심지어 한국인이 하나도 없는 홍콩의 콜센터에 전화를 해서 제품 서비스 관련 초지일관 한국말로 하거나 한국사람 바꿔 달라고 주장하는 한국인도 있었다. 우리 법인이 한국 기업 해외법인이니 한국말로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홍콩의 유명 대학에 몇 년간 교환교수 방식으로 파견을 나와서 강의를 하고 있던 분으로 영어를 못하는 분도 아니었다. 그가 한국인 바꾸어 달라고 했던 이유는 규정대로 대응하는 현지인을 대상으로는 결코 자신의 과다요구를 수용시킬 수 없으니 한국인을 바꾸어 달라고 했던 것이었다.


은 한국인으로 홍콩 현지인 직원에게 보이기는 참 민망한 현상이었는데, 더 민망한 것은 기준상 안 되는 것을 결국에 얻어 낸 후에는 그것이 마치 무용담인 것처럼 어떻게 하면 원하는 것을 모두 얻어낼 수 있다고 자랑하듯 여기저기 얘기하고 다니는 것이었다.


한국인에 대한 특혜와 예외처리의 결과는 결국 홍콩 현지인 직원들에게도 모두 알려지게 되는데, 한국인에게만 그렇게 기준을 어겨가며 특혜를 허용하는 것에 대해 과연 홍콩인은 어떻게 생각했을지....


그런 문제를 면전에서 내게 노골적으로 제기하는 현지인은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인이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준을 적용하고 철저하게 지키는 사람들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렇게 억지를 추구하는 한국인의 현실이 유독 창피했던 경우가 있었는데, 외국인인 중국인 선생으로부터 관련되는 얘기를 들었을 때다.


베이징주재를 나가기 전에 회사에서 중국어 교육을 받을 때였는데, 중국인 선생으로부터 한국에서는 떼쓰고, 소리를 지르고 문제를 확대시키겠다고 하면 과다한 요구라도 쉽게 수용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다.


도대체 누구에게서 그런 얘기를 들었냐고 물으니, 자신보다 먼저 와서 살던 중국인들이 떠나면서 알려줘서 알게 되었다 했고 또 들은 대로 자신도 백화점 매장에서 실제 해봤더니 처음에는 안 된다고 것이 결국 수용되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다는 것이었다.


일부 소수 한국인 사이에서 통하는 '갑질' 또는 '떼쓰기'가 그것이 통하는 한국외국인들 사이에서 조차도 대대로 전수되고 있었던 셈이다.




물론 한국도 많이 변해 요즘은 과거와 같이 이렇게 무리한 행동을 하는 사람거의 없것이고 여기서 언급한 해외 사례들도 과거 기억 속의 오래전 사례들 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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