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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 처음 본 고양이
너도 세상에 나가고 싶을까
by
cypress
Feb 17. 2020
어제는 올 겨울 처음으로
함박눈이 내렸고
너는 태어나 처음으로
그 눈을 보았다.
네 턱 밑 솜털처럼 하얗고 보드라운,
어쩐지 이 겨울 첫눈 같던
반가운 눈송이.
실컷 구경했니?
어디에서 오는 걸까, 궁금한 듯
아주 오랫동안
너는 하늘을 바라보았지.
마음 같아선 저 내리는 눈을
니가 지겨워질 때까지
눈 앞에 뿌려주고 싶었던
애미 마음은 모르겠지?
그리고 어쩌면 당연하게도
나도 니 마음을 모르는구나.
곧 날이 풀리고
너의 친구들은 때로는 위험하게
때로는 자유롭게
또 세상을 탐험하겠지.
하늘을 나는 새나 눈송이,
바람에 날아가는 나뭇잎까지
신기한 눈으로 오래
창밖을 바라보는 그때의 너는
어떤 마음일까.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고
매일 너와 눈을 맞추며 마음을 나누지만
태어나 한 번도
누군가를 제대로 사랑할 줄 몰랐던
이 어리석은 나는 아직도 가끔씩
내 자신을 믿지 못하겠다.
사랑하지만 피곤하고 귀찮아서
좀 더 놀고 싶은 너를 방치하기도 하고
사랑하지만
체념한 듯 바라보는 너를
혼자 남겨두고 집을 나서기도 하고...
어떤 의미를 담은 건지
니가 떠날 때까지 결코 알 수 없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두 눈.
그 눈빛을 헤아려보려 하는
조금 자신 없는 나는
곧 녹아 사라져 버릴 저 눈처럼
부질 없는 한 때의 것이겠지.
'걱정 말아요 엄마.
사랑하니까.'
그 억측에 모든 걸 걸어보는
부끄러운 집사가 돼보려 한다.
내일도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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