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패닉이 처음 찾아온 순간에 대하여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 일이었다. 어느 가을, 나는 여느 떄처럼 학과 수업 사이에 화장실에 잠깐 갔었다. 누군가가 담배를 피고 있었다. 지극히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하지만, 충격은 그 순간 찾아왔다. 순식간에 머리 속이 '담배'로 뒤덮였다. 흡연에 대한 호기심이나 충동 같은 것이 아니었다. 알 수 없는 무언가였다. 머리 속에 담배에 대한 이미지가 가득해진다. 머리를 비울 수 없다.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담배'라는 단어가 계속 머리를 점거한다.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는 사람들이, TV 속 흡연자들이 계속 신경이 쓰인다. 버틸 수 없어서 부모님께 이야기를 했다. 부모님께서는 갑작스럽게 흡연 충동을 느낀 것으로 이해하셨는지 "그렇게 머리가 어지러우면 한번 피워 봐라."라고 하셨다. 하지만, 담배가 무엇인가. 고 이주일 씨의 말에 따르면 독약이다. 나는 필사적으로 담배라는 단어를, 이미지를 억누르려 애썼다. 담배는 피면 안돼. 피울 수 없어. 기껏 좋아진 몸 다시 망치고 싶어? 원래대로 돌아오기까지 대략 2주 정도 걸렸나?
시간이 흘러, 그 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니 그것은 충동이 아닌 '공황'이었다. 그때 나는 담배를 피고 싶어하는 호기심이 아니라 '담배를 피워버릴 것 같아 무섭다.'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 이미지도 상당히 흐릿했다. 동영상이 재생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흐릿한 공포심을 내가 '담배'와 멋대로 연결시킨 것 뿐이다. 인과관계도 없다. 나의 공황은 이런 식이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서운 이미지. 그 이미지가 주는 공포, 몸과 마음이 분리된듯한 느낌, 특정한 사물이나 사람을 보는 것에 대한 이상할 정도의 껄끄러움. 공포 영화를 보았을 때 느끼는, 순간적인 섬뜩함과는 다르다. 하여튼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