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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원철 Nov 10. 2018

담배

내게 패닉이 처음 찾아온 순간에 대하여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 일이었다. 어느 가을, 나는 여느 떄처럼 학과 수업 사이에 화장실에 잠깐 갔었다. 누군가가 담배를 피고 있었다. 지극히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하지만, 충격은 그 순간 찾아왔다. 순식간에 머리 속이 '담배'로 뒤덮였다. 흡연에 대한 호기심이나 충동 같은 것이 아니었다. 알 수 없는 무언가였다. 머리 속에 담배에 대한 이미지가 가득해진다. 머리를 비울 수 없다.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담배'라는 단어가 계속 머리를 점거한다.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는 사람들이, TV 속 흡연자들이 계속 신경이 쓰인다. 버틸 수 없어서 부모님께 이야기를 했다. 부모님께서는 갑작스럽게 흡연 충동을 느낀 것으로 이해하셨는지 "그렇게 머리가 어지러우면 한번 피워 봐라."라고 하셨다. 하지만, 담배가 무엇인가. 고 이주일 씨의 말에 따르면 독약이다. 나는 필사적으로 담배라는 단어를, 이미지를 억누르려 애썼다. 담배는 피면 안돼. 피울 수 없어. 기껏 좋아진 몸 다시 망치고 싶어? 원래대로 돌아오기까지 대략 2주 정도 걸렸나? 

 

시간이 흘러, 그 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니 그것은 충동이 아닌 '공황'이었다. 그때 나는 담배를 피고 싶어하는 호기심이 아니라 '담배를 피워버릴 것 같아 무섭다.'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 이미지도 상당히 흐릿했다. 동영상이 재생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흐릿한 공포심을 내가 '담배'와 멋대로 연결시킨 것 뿐이다. 인과관계도 없다. 나의 공황은 이런 식이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서운 이미지. 그 이미지가 주는 공포, 몸과 마음이 분리된듯한 느낌, 특정한 사물이나 사람을 보는 것에 대한 이상할 정도의 껄끄러움. 공포 영화를 보았을 때 느끼는, 순간적인 섬뜩함과는 다르다. 하여튼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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