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과 8 사이의 이야기 두 번째
2013년 1월 8일, 그 영상을 본 날 이후, 저는 닌텐도 3DS를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닌텐도 3DS에서 할 수 있는 게임을 본격적으로 파기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처음으로 플레이한 3DS 전용 게임은 「포켓몬 AR 서처」라는 게임입니다. 닌텐도 3DS의 카메라 기능을 이용하여 증강현실을 구현하고, 현실세계에서 나타나는 포켓몬을 잡을 수 있는 게임입니다. 그렇습니다. 「포켓몬 GO」의 계보에 있는 게임입니다. 포켓몬 GO라는 게임의 아이디어는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닙니다. 과거 닌텐도가 만들었던 게임 가운데에서 그 편린을 찾아볼 수 있는 게임이 분명히 있습니다. 포켓몬스터 하트골드에 대해 썼을 때 이야기했던 포켓 워커도 그 계보의 편린입니다. 한국의 기업들은 무작정 포켓몬 GO 따라 하기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그것의 계보에 대해 연구하고 작은 아이디어를 계속 실체화시키면서 그 편린들을 모으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AR 서처 이후에는 「튀어나와요 동물의 숲」을 즐기긴 했습니다만, 1달 정도 가서 접었습니다. 확실히 편안하게 할 수 있기는 한데 게임을 하면 할수록 게임 내에서 하는 행동이 정해지게 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무의미한 반복 플레이가 되는 것 같아서 접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가 이 글을 쓴 목적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딴소리를 한 이유는 일종의 연막입니다. 백스페이스를 누를 수 있게 글 공간을 벌어두기 위한 목적이기도 하지요. 지금부터는 조금 등급이 올라가는, 약간은 선정적인 이야기를 할 겁니다. 만일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분들은 그냥 뒤로 가기 버튼을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2013년 2월 당시「튀어나와요 동물의 숲」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밤에 남몰래하던 게임이 있었죠. 제가 지금까지 플레이한 게임 중 가장 등급이 높은 게임. 가슴이 이상하게 큰 미소녀 닌자들의 활약(여러 가지 의미)을 즐길 수 있는, '폭유 하이퍼 배틀' 액션 게임「섬란 카구라 버스트」입니다.
그전에 이 게임이 한국에 출시되기까지의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죠.「섬란 카구라」는 닌텐도 3DS가 일본에서 판매를 시작한 2011년 9월에 첫 작품을 일본에 출시하였습니다. 당시 3DS는 닌텐도 DS의 정통 후속 기기라는 포지션에도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일본에서의 판매가 상당히 부진하였습니다. 일본에서 최초로 출시하고 대략 5개월 후, 가격을 2만 5천 엔에서 1만 5천 엔으로 1만 엔 인하하는 강수를 둔 것도 이 때문이지요. 그런 빈틈이 많은 상황에서 출시하여 대략 10만 장 정도를 팔아 낸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여러 요소(첫 작품에서 적으로 등장한 캐릭터들을 플레이할 수 있고, 그들이 주인공이 되는 스토리를 추가했습니다.)를 추가한 완전판을 만들었고, 그것이 바로「섬란 카구라 버스트」입니다. 그리고 2012년 10월 31일, 한국 지역에서 방송한 닌텐도 다이렉트에서 「섬란 카구라 버스트」의 한국 다운로드 서비스 계획을 발표합니다. 많은 한국의 닌텐도 팬을 충격으로 몰고 간 일대 사건이죠. 당시에는 속칭 아청법이라는 이슈가 덕후들을 뒤덮고 있던 시기라서 그것을 거스르는 발표와 그 파장은 엄청났습니다.
처음 이 게임을 유료 다운로드(「섬란 카구라 버스트」는 한국에서는 다운로드로만 구매가 가능하였습니다.) 받은 것은 단순한 호기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대체 이게 뭐라고 사람들이 열광을 하면서 사나 하는 그런 호기심 말입니다.
반 정도의 호기심과 이 게임 특유의 선정성 때문에 오는 반 정도의 선입관이 뒤섞인 채로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선입관이 사라지고 제가「섬란 카구라」 시리즈의 팬이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게임이 재미있고, 게임 캐릭터도 선정적이라는 생각 이전에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 정도로 잘 만들어졌으며, 스토리도 뻔하지만 흡입력이 있습니다. 재미있지 않고서야 제가 후속작 해보자고 플레이스테이션 비타라는, 닌텐도 3DS와 경쟁 구도를 만든 소니의 휴대용 게임기를 고생 고생해가면서 구입하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놀라운 것은 이 게임 시리즈가 5년을 갔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에서 한정적으로나마 판매해 본 것이 자신감으로 이어졌는지 제작사 측은 북미와 유럽 시장에도 게임을 내놓았으며, 해외 팬들로부터도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북미와 유럽 시장이 한국보다 선정성에 더욱 민감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이런 반응을 얻은 데에는 무엇보다도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낸 것이 더욱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앞에서 말했듯 게임 자체의 재미와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조합이 북미와 유럽에서도 팬을 만들었고, 「섬란 카구라」라는 IP를 5년 동안 견인해낸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번에는 이 글과 이 전 글에서 여러 번 언급되고 있는 '닌텐도 다이렉트'에 대해 설명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