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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셜리shirley Feb 15. 2021

나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에게 베풀 호의란 없다

-무례한 동료에게 시원하게 한마디 날리기

 본격적으로  나는 멜버른 한인 레스토랑에서  홀서버로 평일 오전과 토요일 디너, 그리고 일주일에 두 번은 디너까지 풀타임 근무를 하게 되었다.


오전타임은 런치시간만 빼면 그다지 바쁘지 않았지만 오후 디너타임은 확실히 손님이 많았기 때문에 풀타임 근무를 할 때면 브레이크 타임을 제외한 꼬박 10시간을 서있어야 했다. 그동안 꽤나 서비스직을 오래하면서 서있는 일에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서있는 것만으로도 다리가 퉁퉁부어서 밤에 잠을 설치기도 했다. 역시 어떤 일이건 쉬운 일은 없다지만 적응하는데 꽤나 시간이 걸렸다.      


다행히 일하는 곳은 좋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유독 나에게 쌀쌀맞은 사람이 있었으니 베트남출신의 홀서버 동료였다. 첫인상부터 쎈 인상에 트라이얼부터 그리 친절하지는 않았지만, 일을 시작하고 나자 더더욱 상사마냥 사사건건 나에게 잔소리를 해댔고 나에게 굉장히 무례하게 툭툭 내뱉는 말들이 굉장히 불편했다. 심지어는 바쁜 상황에 내게는 거의 소리를 지르다시피 하는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 내가 얼마나 만만했으면 나를 대하는 태도가 이다지도 무례할 수가 있단 말인가.


이제 일을 시작한지 2주, 아직 일도 영어도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늘 긴장상태였고, 하루종일 서서 일하는 것만으로도 육체적으로 충분히 피곤한데 함께 일하는 동료 때문에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정말이지 힘든일이었다. 하지만 괜히 얘기를 꺼냈다가 껄끄러워질 분위기가 신경쓰였고, 내가 조금만 더 일이 익숙해지고 나면 괜찮아지겠지, 그렇게 여기고 조금만 참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녀의 말투는 여전히 공격적이었고, 내가 더더욱 참을 수 없었던 건, 내 욕을 키친 사람들에게 하는 걸 엿듣고 나서부터였다.  그 후로 그녀와 같이 일하는 그 시간을 버텨내는게 점점 더 힘들어졌다. 손발이 맞는게 중요한 홀에서 능률이 떨어지는건 말할 필요도 없었다.


나는 결국 또다시 내 성격과 맞지 않는 일을 해야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마감이 끝난 어느날, 나는 그녀에게 잠시 나랑 얘기좀 할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아니나다를까 귀찮다는 듯이 바쁜척을 하길래 나는 오늘 너랑 꼭 얘기를 해야겠다고. 강한어조로 얘기하자 그제서야 할말이 뭐냐고 물었다.


나는  요즘 너 되게 예민해 보이는데 무슨일이냐고, 내가 뭔가 너에게 실수한게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너는 일하는게 너무 느려. 너는 일 배울때도 메모만 맨날 하지 정작 일할 때는 너무 느려서 도무지 도움이 안돼.’ 라고 말하면서  나를 무시하는 태도가 역력했다.


감정이 울컥 올라왔지만, 나는 얘랑 싸우고 싶어서 얘기를 꺼낸게 아니었다. 감정으로 해결될게 아니었다. 나는 최대한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할말을 전달해야 했다.


그래서 나는 ‘메모하는건 미스를 줄이려는 나만의 배울때의 방식이야. 그건 서로 배우는 방식의 차이인거니 존중해줬으면 좋겠어. 게다가 나는 아직 배우는 단계이고 너도 처음부터 그렇게 일을 빨리 잘할수 있었던거 아니잖아. 앞으로 일은 더 빨리 익히도록 나도 노력해볼게. 근데 네가 나한테 항상 하는 말들이 다 공격적으로 느껴져서 굉장히 불편해. 나한테 조금 더  젠틀하게 말해줬으면 좋겠어’.


그러자 그녀는 더 할말을 잊지 못하고 표정만 잔뜩 굳어 있었다. 나는 결국 너랑 나랑은 같이 홀에서 일하는 동료인데, 서로 손발을 잘 맞춰야 일할 때 편하지 않겠냐고, 서로 좀더 배려해서 팀워크 좋게 일하자고. 그렇게 이야기의 마무리를 지었다.      






그 후, 내 말을 알아들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얘기하는 태도가 조금은 덜 공격적으로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나는 항상 내 의견을 얘기하는게 늘 조심스러웠고, 나에게 무례하게 대하는 사람에게 제대로 반문하지 못하기 일쑤였다. 관계를 껄끄럽게 하고 싶지 않아 내가 참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틀렸다. 나는 그때마다 더더욱 내 목소리를 내고 무례한 태도에 대해 불편하다는 입장표명을 했었어야 했다.

모두가 나에게 호의적일 수 없다는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 무례하게 대하는걸 계속 참고 넘긴다면 나는 그냥 만만한 사람으로 낙인찍힌채 더더욱 나에게 무례한 행동과 언행을 서슴치 않을거라 생각했다.


그녀가 나보다 여섯살이나 어린것과 베트남이라는 국적은 아무 상관없었다. 나이와 국적을 떠나서 사람대 사람으로 서로를 존중해야 하는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 성격과는 맞지않지만 용기를 냈고, 결과적으로는 나에게는 훨씬 덜 스트레스를 받는 쪽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만약 내가 껄끄러운 상황을 만들기 싫어서 또다시 입을 다물고 참는 쪽을 선택했다면, 나는 아마 그곳에서 오래 일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결국은 내가 바뀌지 않으면,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곳 호주땅에서 나는 확실히 배울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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