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오픈데이, 슬슬 감을 잡고 적응하기

-독일 함부르크

by 셜리shirley


첫 오픈데이가 끝나자마자, 나는 두 번째 면접도시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끊어야 했다. 지금 묵고 있는 호텔에 1박을 더 하려고 했지만 주말이라 호텔이 풀이라고 했다. 비행기를 알아보니 브라티슬라바에서 가는 비행기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일단 상대적으로 큰 도시인 비엔나로 옮겨서 거기서 다음 목적지 함부르크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로 결정했다. 비행기가 해결되자 문제는 숙소였다. 에어비앤비는 3번이나 호스트에게 거절당하는 바람에 잘데가 없었다. 함부르크에서 제일 싸고 유명한 호스텔 1박을 일단 예약하고, 계속해서 면접 호텔과 가까운 에어비앤비를 쉴새없이 컨택했다.



비엔나 공항에서 신나게 아인슈페너를 마시고 기분좋게 체크인 하러갔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추가 수하물을 지정하지 않아 공항에서 60유로나 되나 수하물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겨우겨우 함부르크에 도착한건 거의 밤 9시즈음이었다. 20키로나 되는 내몸만한 짐을 끌고갈 힘이 도저히 없었지만 버텨내야했다. 이제 겨우 두번째 도시다, 이 정도의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야.

다행히 친절한 독일사람들 덕분에 무거운 짐을 들고도 공항에서 무사히 중앙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이나 가볍게 먹을까 하고 나왔는데 중앙역 분위기가.... 너무나 무서웠다. 약쟁이 노숙자들이 길바닥에 널부러져 있었고, 술에 취한 사람들이 역에서 무서운 얼굴로 서성거리고 있었다. 황급히 레스토랑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지만 무서운건 마찬가지였다. 황급히 핫도그를 하나 사서 허겁지겁 먹은 후 도망치듯 숙소로 돌아왔다. 안타깝게도 나의 첫 함부르크의 이미지는 공포 그 자체였다. 다행히 에어비앤비 호스트와 연결이 돼서 다음날 체크인을 할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호스텔 침대에 누워 어서 이 밤이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음날, 호스텔에서 조식을 먹고 체크아웃을 하려고 짐을 챙기고 있었다. 그때 한방을 쓰던 여자애가 혹시 괜찮으면 함께 조식먹지 않겠느냐고 말을 걸어왔다. 나는 흔쾌히 그러자고 하며 함께 식당으로 내려갔다. 그녀는 싱가폴에서 왔고, 영상편집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출장 차 함부르크로 와서 혼자 여행하고 있다고 했는데 내 눈에 그녀의 모습은 정말 멋져보였다. 나도 언젠가 내 커리어를 가지고 당당하게 내 직업을 말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그렇게 바랬던 것 같다. 우리는 페이스북 아이디를 주고받으며 작별하며 서로의 행운을 빌어주었다. 여행은 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어느샌가 그들에게서 영감을 받을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해 주었다.

그렇게 체크아웃을 한 후 에어비앤비 숙소를 찾아갔다. 숙소가 위치한 ‘리퍼반’ 이라는 동네는 알고보니 유흥가로 유명한 곳이었다. 곳곳에 성인용품샵이 즐비했고 나이트 클럽과 같은 유흥업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나는 이곳이 어쨌든 면접장과 가깝다는 사실하나로 예약했기 때문에 동네 분위기를 파악할 여유가 없었다. 얼른 면접장 견학을 갔다가 해가 지기전에 숙소로 돌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방은 깔끔했고, 공동욕실과 공동 부엌을 사용해야했지만 혼자 독방을 쓸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면접장 견학을 마치고, 드디어 나는 오랜만에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햄버거의 유래가 바로 이곳 함부르크라는 얘기를 들었기에 ‘짐블락’이라는 유명한 햄버거 체인점에서 고칼로리 식사를 하고, 평화로운 알스터 호수를 바라보며 산책하다가 벤치에 앉아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다.

비록 내일은 면접이지만, 잠시의 여행자의 모습으로 쉬면서 내일을 준비하고 싶었던 것 같다.




다음날 아침6시, 공동욕실에서 덜덜떨며 샤워를 해야했고, 너무나 추운나머지 따뜻한 물을 데워서 몸을 녹여야했다. 아직 겨울이라 해도 뜨지 않은 새벽이었지만 서둘러 준비해야 했고, 그날따라 머리모양이 잘 나와서 예감이 좋았다.

면접장 호텔에 도착하자 브라티슬라바보다도 적은 40명 남짓의 지원자들이 모여있었다. 충격적인 사실은 반 이상이 한국인 지원자라는 것, 면접관도, 얼마 안되는 현지 독일 지원자들도 놀란 눈치였다. 대체 한국인들에게 외항사 승무원이라는 직업은 뭐길래 이 먼 곳까지 왔을까 싶었을거다. 나 역시 이 먼 유럽까지 면접을 보러 올거라고 상상도 못했으니까.

인원이 적어서 그랬던 건지, 운좋게 CV는 모두 통과, 1차 디스커션, 즉 2-3명이 팀이되어 토론을 하는 순서가 시작되었다. 우리 팀은 독일인, 한국인인 남자지원자, 나 셋이었다.

면접관은 둥글게 앉은 우리들을 하나하나 관찰하고 있었다.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지, 상대방 팀원을 얼마나 배려하는지 그 작은 순간들을 캐치하는 그녀의 눈은 꽤 매서웠다. 스터디하며 무수히 준비했던 1차 디커를 실제로 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떨렸지만, 워낙 연습을 많이 했던 1차 디커라 스터디 한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편안하게 얘기하자, 내 자신에게 암시를 걸었다. 그리고 5분간의 토론시간이 끝나고 결론을 발표하는 시간에 3명중 지목당한건 나였다.

이상하게 프레젠테이션 할때는 내가 생각해도 차분하게 말을 하고 있었다. 어쩌면 나는 생각보다 실전에 강한 타입이었던 걸까, 내안에서 자신감이 차오르는 순간이었다.뭔가 나도 할수 있구나, 이렇게 하면 되는거구나, 감을 잡았던 거 같다.





그리고... 피말리는 대기시간을 지나.. 너무나 감격스런 1차 디커 통과!

믿기지가 않았다. 첫 1차 디커를 통과하다니, 생각지도 못한 결과였다.



20명 남짓 올라간 2차디커에서는 한국에서 하던 스터디와 별반 다를게 없었다. 그래서 긴장할 것도 없었지만, 1차 디커와는 달리 다수의 지원자들 사이에서 생각보다 너무 무난하게 했던 탓인지 면접관의 눈에 들지 못했다. 아쉽게도 다음스테이지인 영어테스트의 기회를 얻지는 못했지만 이제 겨우 두 번째 오픈데이에서 이만큼 올라올수 있는 내 자신이 뭔가 대견하기도 했고, 이 자신감이라면 다음번엔 더 잘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비록 나는 다음 면접지로 이동해야 했지만, 내안의 자신감을 일깨워준 함부르크에서의 오픈데이는 그렇게 한달간의 나의 오픈데이 투어에 원동력이 되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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