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27
한국에서 돌아온 이후로 몇 가지 좋은 습관을 가져왔다고 생각했다. 일찍 일어나기, 일어나자마자 스트레칭하기, 그리고나서 하루 일과 계획하기. 일단은 시차 때문에 초저녁부터 자게 되어서 어쩔 수 없이 일찍 일어났고, 일어나면 하도 다리가 저려서 스트레칭을 하게 되었다. 스트레칭까지 하고 나면 완전 잠이 달아나서 어쩔 수 없이 책상에 앉아서 하루 일과를 계획하게 되었다. 와이프가 일어날 때까지는 심심해서 "뭐하지?" 하다보면 책도 보고 글도 쓰고 짧게나마 외국어 공부도 하고 했다.
그러다가 토요일이 되었다...
금요일 저녁 때도 졸음을 못 이기고 일찍 잠든 바람에 매우 일찍 일어나기는 했다. 오전 5시쯤 눈이 떠지더니 다시 잠을 청해도 좀처럼 잠들 생각이 없어서 그냥 일어나자! 생각했다. 일어나서 책상에 앉긴 했는데 스트레칭 할 마음이 안 들었다. 저녁 때 먹다 남은 파스타를 아침으로 먹으면서 우영우를 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정말정말 뭔가 할 생각이 안 들었고...
어느샌가 나는 다시 침대 속으로 기어들어가서 우영우를 보고 있었다. 하하. 오전에 한국어를 배우는 와이프의 발음 연습 소리를 들으면서 못 본 우영우를 계속 봤다. 점심 경이 되니 배고파서 냉장고를 좀 뒤적이다가, 대충 막국수를 끓여먹고 다시 침대행. 군데군데 재방송으로 본 것은 건너뛰고, 본방송을 본 제주도 편 직전까지 전부 끝냈다.
정신차리니까 오후 4시... 저녁 약속이 있어서 샤워도 하고 잠옷 탈출도 했다. 약속 시간까지는 시간이 또 남아서 보니 어느새 또 침대를 찾는 나 자신을 발견... 침대에서 브런치만 괜히 스크롤하다가 누군가의 "해야하지만 하기 싫은 일이 있으면 5, 4, 3, 2, 1 이렇게 세고 일어나서 그냥 한다"는 이야기를 봤다. 그래서 나도 5, 4, 3, 2, 1 세고 침대에서 탈출해서 잠깐 스트레칭을 하고 이렇게 앉아서 글을 쓴다.
물론 주말이니까 쉬는 것도 좀 필요했던 것 같다. 오래간만에 머리가 맑다. 금요일 오후만 해도 정말 머리가 안 돌아갔었는데. 깔깔 웃기도 하고 눈물도 찔끔 흘리고 나니까 기분도 좋다. 개운하다.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고 하루가 지나간 것이 좀 아쉽기도 하고, 하루하루가 소중한 대학원생이기에 죄책감도 느낀다. 오늘 시험 공부도 했어야 하고! 리서치도 했어야 하고! 외국어 공부도 했어야 하고! 과제도 했어야하고! 강의 준비도 했어야 하는데! 머릿속으로는 쉬는 날도 엄청 중요하다는 걸 아는데 마음은 그걸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우영우에 나온 것처럼 12시간씩 공부하는 초등학생들도 있는데, 공부가 업이라는 이 사람은 하루종일 늘어져있기만 한 게 말이 되나! 싶기도 하고.
하지만 평소와는 조금 다른 모양새더라도, 오늘도 나는 일어나서 짧게 스트레칭도 하고, 앉아서 글도 썼다. 그 사실에 좀 더 집중하고 싶다. 어제와 그제와는 다른 모양새더라도, 나는 오늘도 나의 아침 일과를 계속해나간다. 좋은 습관을 계속 키워간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하는 토요일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