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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시아 Aug 26. 2022

2022.08.26

"Warum nicht?"

어제 있었던 일.

이번 학기 듣는 수업 중에는 미루고 또 미뤘던 독일어 교육학 수업이 있다. 전공 필수 수업이라 원래는 2년차 학생들이 처음 독일어 강의할 때 옹기종기 모여서 듣는 수업. 근데 나는 편입학생이라 독일어 강의 자리가 없었다. 원래 전공인 비교문학과에서 강의를 하니까. 그때 용기를 내서 "저한테도 수업 한 자리 주시죠!" 하고 교육학 수업을 들었으면 좋았을텐데... 그러지 못 하고 차일피일 4년차까지 미뤘다. 하하.


독일어 교육학을 가르치시는 분은 나이가 지긋하신 독일 할머니인데, 정말 복도에서 몇 번 마주치는 것 말고는 접점이 없었다. 교육학 수업 신청하면서 한 번 이메일을 보냈는데 그것도 씹혔고.. 하지만 정말 과 학생들 모두 정말 정말 너무 좋은 분이시라면서 칭찬일색이었다. 그래도 뭔가 용기가 안 났다. 내년이면 조금 더 독일어를 잘해질테니, 내년에 나도 독일어 강의를 할 수 있는지 여쭤보자.


아무래도 지금 당장 독일어를 가르치는 학생들 옆에 껴서 수업을 듣다보니, 나만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을 때가 많다. "이번 주 첫 강의를 해본 소감이 어때요~" 하셨을 때 할 말이 없는 거... 다른 애들은 이게 어떻고 저게 어떻고 이 활동은 아이들이 좋아하고 저 활동은 잘 안 먹히고 하는 데, 나만 그냥 멍... 그러니까 또또 나만 겉도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와 독문학의 관계. 나는 독일어도 너무 재미있고, 독문학, 독일 영화 진짜 더더 많이 배우고 싶은데, 독문학은 (그리고 독문학과는) 나를 싫어하는 것 같은... "넌 안돼! 왜냐면 넌 독일에서 살아본 적도 없는 외국인이니까^^"


물론 그런 점이 없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내 머릿속에서 걱정을 너무 키웠다는게 어제 밝혀졌다. 수업 끝나고 교재에 대한 질문을 하면서 교수님한테 "저도 언젠가 독일어를 가르칠 수 있을까요?" 라고 물었더니, 그분이 오히려 "Warum nicht?" (왜 안돼?) 라고 반문하셔서. 그러면서 역시 짬이 있으신 분이라 그런지, 우물쭈물 "몰라요.." 하고 있으니, 내 머릿속에서 무한재생되던 회의감을 꼬집어 말씀해주셨다.


"넌 원어민이 아니고, 원어민 같이 독일어를 잘하지도 않고, 또 설령 독일어를 그렇게 잘해진다고 하더라도, 원어민같이 생기지 않아서 학생들이 널 교사로 받아주지 않을거라, 그런 생각을 하는 거니?"


순간 깜짝 놀랐다. 내 마음 속을 읽혀버린 것 같아서... 그 다음에 나랑 같은 고민을 하던 인도 출신 대학원생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 선배도 나랑 똑같은 고민을 했지만 결국에는 학생들이 좋아하고 따르는 교사가 되었다고. 


"왜냐면 걔는 자기 학생들을 care 할 줄 알았거든."


그러면서 원어민은 설명하기 어려운 독일어 문법의 규칙도 많고, 또 외국어를 배우는 자의 고통은 원어민이 아니라 나 같은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러니 나중에 독일어 강의가 하고 싶으면 꼭 해보라는 말도 하시면서. 


뭔가 내 마음 속에 괜히 꽁하게 얽혀있던 컴플렉스와 회의감이 조금은 풀어진 날이었다. 그래, 앞으로도 열심히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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