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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처럼 Jun 02. 2022

본래의 모습으로

석양을 보며

올해도 어김없이 낙엽이 진다. 사람들은 이것을 못내 아쉬워하며 울긋불긋 단풍 구경을 위해 산행을 나선다. 붉고, 노란 단풍색과 어우러진 형형색색의 옷들이 조화를 이루며 산을 오른다. 안타까운 이 순간을 놓칠세라 연거푸 사진을 찍고 두 눈에 가득 담는다.


하지만 세월의 시계를 누가 멈출 것인가? 이제 떨어진 낙엽을 빗질하는 청소부의 손길은 더욱 바빠질 것이고 잎사귀를 떨친 나뭇가지들은 앙상한 빼 마디만 남긴다. 이처럼 때가 되면 여지없이 가을은 가고 차가운 겨울이 다가온다. 또다시 계절은 순환하고, 초목들이 제 모습을 찾아간다.


어느 날 고속도로 지나다. 창밖을 보니 긴 삼각 편대를 이룬 철새들 무리 지어 어디론가 날아간다. 저 새들을 보며 생각되는 것은 저 많은 새의 매끼 식사는 누가 챙겨주며 누구를 따라가는 걸까? 저 철새들은 해마다 이맘때면 여기가 제집인 양 어김없이 이 땅을 찾아온다. 그 머나먼 길을 어떻게 찾아온 걸까? 지도며 나침판이라도 가진 걸까? 무리 중에 행여라도 한 마리의 낙오자라도 생길까 염려되어 줄지어 나는 걸까?


잠시 후 하늘을 보니 각기 다른 모양의 구름이 정처 없는 나그네처럼 떠다닌다. 그리고 얼마 뒤 자신이 머문 곳에서 흔적을 남기며 비를 뿌린다. 이 비는 가뭄에 목타하던 농부에겐 기쁨의 단비가 되고, 우울한 영혼들엔 감미로운 멜로디가 되고 진한 추억을 남긴다. 그리고 푸른 초장에 살포시 내려진 비는 흙 속의 긴 터널을 지나 강물이 되어 긴 여행을 떠난다. 때론 폭포가 되고, 협곡이 되어 이윽고 바다에 이른다. 온 세상의 물을 가득 담은 드넓은 대양은 이글거리는 태양의 열기를 더는 이기지 못하고 수증기가 되고 구름이 된다.


시간이 지나서 밤이 되면 둥근 보름달이 온 지면을 비춘다. 바닷물 위에 비친 제 모습을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마치 새색시 얼굴처럼 예쁘게 느껴진다. 뽀얀 살을 드러내며 환하게 웃는 모습은 깊은 시름에 잠긴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며 내일을 기약한다.부자나 가난한 자, 많이 배운 자 못 배운 자를 가리지 않고 골고루 비춤으로 만연한 편견을 떨친다. 달빛은 어둠에 찌든 우리의 검은 마음을 드러내며 깨끗한 마음으로 살 아기 길 바라며 오늘도 변함없이 우리를 비춘다. 깊은 숙면을 한 태양은 동해를 헤집고 나와 바다를 보석처럼 빛나게 한다.


철광석을 녹이는 용광로처럼 이글거리는 모습은 차마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다. 태양의 그 장엄함에 압도되어 절로 숙연해진다. 그리고 태양은 높고 낮은 산들과 푸른 초원을 지나 대지를 불태운다. 어디 이뿐인가? 눈 부신 태양은 거대한 에너지가 되고 세상의 모든 동, 식물을 살찌운다. 이윽고 서산을 넘어가는 붉은 석양은 못내 아쉬운 듯 내일을 기약하며 제 모습을 감춘다.


이처럼 세상의 모든 것은 때가 되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우리는 빼 마디만 태어나서 온 가족의 축복 속에 세상에 태어난다. 엄마와 아빠의 무한한 사랑을 받으며 유아기를 지난다. 그리고 한 해 두 해 배움이란 명목하에 유치원과 학교에 다니며 머릿속을 지식으로 가득 채운다. 하지만 세상의 배움에 대해 논하자면 배웠으되 아니 배움만 하지 못하다. 왜냐하면, 많이 배울수록 더욱 남을 배려하지 못하고 자신만을 위하는 태도가 가득하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것들을 나누지 못하고 욕심이 넘쳐난다.


하지만 자신이 찰나의 순간을 지나 제가 소유한 부와 학문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이내 시들어 버림을 뒤늦게 깨닫는다. 사람은 모름지기 자신의 몫을 다하기 위해선 나이가 들고, 배움이 늘어갈수록 더욱 겸손해져야 하고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혀야 하는데 사람들은 자마다 어린아이의 처음 순수함을 간직하지 못하고 변해버린다.과연 사람들 모두가 태어날 때의 순수함을 되찾고, 자연의 모습을 찾을 때는 언제일까?


현재의 우리 모습은 모든 것이 본래의 위치로 찾아가는 자연의 이치와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 모두가 더 나은 삶을 위해 부단한 애를 써보지만 저마다의 한계에 부딪힌다. 하루속히 모든 사람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돌아가길 고대한다. 모든 이들이 지식과 물질과 욕심은 한낮 허망한 것임을 깨닫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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