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시 눈떠보니 가족들 모두가 아직은 꿈속에서 헤매고 있다.이때 율무는 조용히 다가가서 기습 키스, 혀로 얼굴 이곳저곳을 핥으며 가족들을 돌아가며 단잠을 깨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가방 메고, 정장 차림으로 나서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문 앞까지 나와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한다.
아마도 저를 데리고 산책하러 가지 못할 상황임을 간파한 눈치가 구단이다. 가족들 모두를 작별하고 나니 빈집을 지키는 하루가 여간 지루한 것이 아니다. 뛰어놀 마당이나 있으면 혼자라도 공 굴리며 놀기라도 해야 할 텐데 오늘도 하루를 어떻게 보내나 시간이 길게만 느껴진다.
에라 모르겠다. 방바닥에 얼굴을 묻고 낮잠이나 자야겠다.저녁 무렵 내가 문을 열고 들어오면 정신이 나갈 정도로 반긴다. 꼬리 치며 공중을 점프하고 모습이 아마도 수십 년간 생이별하다 다시 만난 이산가족의 재회처럼 어찌할 바를 모른다.잠시 후 한바탕의 열기가 지나고 나면 율무가 이제야 제정신이 드는 모양이다. 매일 보는 가족들인데 어쩜 그리 반가울까? 신기하기만 하다.
저녁 무렵,이제 율무의 시간이 왔다. 얼마 뒤 간식을 줄 때면 그동안 갈고닦은 내공으로 온갖 재롱을 떤다.
손하고 소리를 하면 작은 앞발을 내밀고,앉으라 하면 앉았다. 이내 원래의 모습으로 고개를 갸우뚱하며 간식만 물끄러미 바라본다. 어디 이뿐인가? 엎드려 하면 얼른 엎드렸다. 간식을 쥔 손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이런 모습을 본 난, 말 못 하는 짐승이라 한편으로 안쓰럽기도 하고,대견하기도 하다. 각기 다른 가족의 말을 알아듣고 재롱을 떠는 모습이 기특하기만 하다.
저녁을 먹고 난 후,산책을 나서기 위해 나들이옷을 갈아입으면 산책하러 나갈 옷차림을 분간하며 신이 나서 분주하다.목줄을 한 채 길을 나서면 모든 것이 새롭기만 하나보다 풀냄새며, 바닥의 작은 곤충들의 움직임도 호기심 가득 그리고 전봇대는 나의 것 다리를 들고 쉬하고, 코를 땅에 대고 끙끙거리며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이 여간 즐거운 게 아니다. 이제 동네를 몇 바퀴 돌고 나니 온몸이 나른하다. 뒷다리와 얼굴, 앞발을 바닥에 대니 세상 이보다 편한 자세가 없구나.
오늘도 이렇게 우리 율무의 하루가 간다. 우리 곁에 언제나 건강하게 오랫동안 함께하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가족 모두의 행복과 기쁨을 위해 율무는 오늘도 온 힘을 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