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순이"

아내가 사과를 마음껏 먹을 때가 오면 좋겠다.

by 자연처럼

아내는 사과를 좋아한다. 앉은자리에서 사과를 보통 2~3개를 거뜬하게 해치울 정도이다. 물론 대부분의 제철에 나는 감, 배, 포도, 수박, 바나나와 같은 과일들을 좋아하지만 대해 좋아함은 특히 유별나다. 학창 시절의 별명이 "사과 순이"로 불릴 정도이니 아내가 사과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는다.


지금도 아내는 "고양이가 생선가게를 그냥 지나가지 못하듯"이 과일 가게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 집 냉장고에는 언제나 사과가 거의 끊이질 않는다. 왜 그럴까?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몇 가지 짐작 가는 이유가 있다. 아마도 고향이 사과가 유달리 많이 나는 경북 영천이라 어릴 적부터 자주 먹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그리고 싱싱한 사과를 씹을 때의 아삭함과 코끝으로 전해지는 향긋한 맛에 자석처럼 이끌리지 않았나 생각된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도 지금도 여전히 사과에 대한 사랑은 변함없다. 그러나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사과의 먹는 양을 많이 줄여야만 하고,많은 양의 사과는 이제는 아내에겐 간편식처럼 불량식품이 되어 버렸다. 남편의 몇 번의 사업 실패로 말미암은 경제적인 고통과 스트레스로 모두가 무서워하는 당뇨병으로 어느 날 찾아왔기 때문이다.


식탐이 유달리 많은 아내에겐 당뇨는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음식을 이것저것 가려서 먹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좋아하는 것들까지 마음대로 먹지 못하는 고통이 여간 힘들어 보이는 게 아니다. 이제 아내는 이전의 건강을 되찾기 위해 자전거도 타고, 매일 계단을 오르내리며 당뇨 수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부단히 도 애를 쓴다.


그리고 눈 뜨자마자 제일 먼저 하는 일이 호랑이도 무서워할 한 주삿바늘을 매일 같이 손가락 끝에 꽂는다.아내의 이 같은 끈질긴 노력을 보는 나는 죄책감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내가 대신 아파 줄 수도 없고... 이제 내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때때로 운동 도우미 요원으로 함께 운동하는 것과 어쩌다 아내가 사과에 대한 식탐을 부리면 이내 잔소리해서 다시는 먹지 못하게 막는 악역을 해야만 하기에 더욱 마음이 아프다.


당뇨가 까다로운 불청객이기는 하지만 아내가 하루속히 예전의 건강을 되찾는 날이 오길 간절히 고대한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는데 아내의 이러한 절실한 노력이 조만간 좋은 결과로 나타나길 바란다. 그래서 예전 학창 시절의 "사과 순이"란 별명처럼 마음껏 사과를 먹을 때가 하루속히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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