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투른 농부

작은 행복

by 자연처럼

얼마 전 아파트 내 텃밭을 추첨한다는 공문을 보고 신청하였다.두근두근 기대하던 텃밭이 드디어 당첨되었다. 한 평 남짓 자그만 땅이지만 마치 대지주가 된 것인 양 기쁘기 그지없다. 이제껏 한 번도 농사를 지어본 적이 없는 나는 무엇을 어떻게 심어야 하는지 도무지 감이 오질 않는다.


도시인인 나는 보리인지 잡초인지 구분이 잘 안된다. 여러 초록색 잎이 비슷하기만 하고 쉽게 알아채기가 쉽질 않다. 하지만 나와는 다르게 시골에서 자란 아내는 식물들 이름도 척척 곧잘 맞추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약간은 설레는 마음으로 아내와 함께 당첨된 텃밭으로 답사를 가보니 조그만 땅이 귀엽기만 하다. 이제 여기다 이것저것 심을 생각하니 벌써 기분이 좋아진다.


몇 달 뒤면 우리 앞에 나타날 딸기며 고추가 주렁주렁 달린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며 설레기까지 한다.

아내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가까운 농장으로 나들이를 갔다. 상추 씨앗이며 고추와 딸기 모종을 사서 돌아왔다. 당장 씨앗을 심으려고 땅을 파보니 아마추어인 내가 봐도 돌이 너무 많아 골라내기를 몇 시간을 한 것 같은데 도무지 끝이 보이질 않는다. 아마도 모르긴 해도 이런데 씨앗과 모종을 심어봐야 금방 질식해서 죽을 것 같았다.기어이 아내와의 협동으로 돌 고르기를 겨우 끝냈다.


드디어 상추 씨앗과 고추 모종을 심고 물 조 하기로 물을 듬뿍 주었다. 과연 싹이 언제쯤 날까 기대하며 며칠을 꼬박 기다렸다. 며칠의 기다림이 왜 이렇게 길게만 느껴지는지... 하지만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푸른 잎들은 시들시들 곧 죽을 것만 같았다. 상추와 고추들이 주인을 잘못 만나 원망하듯 힘겨운 표정으로 우릴 보는 것 같았다. 공구 보관함에서 큰물 조리개를 찾아 물을 가득 담고 물을 흠뻑 주었다. 근처 다른 집 텃밭들을 둘러보니


키가 쑥쑥 자란 상추며 끝없이 높이 자란 고추들과 싱싱한 채소들이 여간 부러운 게 아니다. 우린 뭐가 잘못된 걸까 한참을 봐도 잘 모르겠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퇴비며 굵은 모래흙을 섞어서 해준 후 거기다 씨와 모종을 심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첫 단추는 잘못 끼워졌고 달리 방법이 없어 위에 있는 흙을 조금 걷어내고 거기다 구해온 퇴비와 굵은 모래를 섞어서 정성스럽게 얹어줄 수밖에 달리 없었다.


며칠 뒤 또다시 텃밭을 가보니 우리의 노력에도 무심하게 아직은 영 시원찮아 보인다. 또다시 퇴비를 사다가 뿌려 주기도 하고 쌀 씻은 영양 가득한 물을 큰 페트병에 모았다가 주기도 하고 아침저녁으로 문안 인사 겸 지극정성으로 물을 주며 돌보았다.


이러한 우리의 관심에 감동했는지, 상추와 고추, 치커리가 쑥 자란 모습으로 우리를 반긴다. 심마니가 산삼을 발견한 기쁨처럼 신기하고 기쁘기 그지없다. 그날 저녁 처음으로 직접 기른 상추와 치커리를 따다 아내와 함께 비빔밥에 넣어서 먹어보니 정말 맛있다. 더더욱 무농약은 물론 아내와 나의 귀한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 채소들이라 더욱 맛있게 느껴진다.


그동안 필요한 과일과 채소들을 사 먹기만 해 봐서 농부들의 고충을 잘 이해하기 힘들었던 나로서는 얼마나 좋은 경험이었는지 모른다. 이런 채소들이 우리들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농부의 땀과 노력이 들어갔는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언제부턴가 저녁 식사 후엔 작은 텃밭을 둘러보는 습관이 생겼다. 오늘은 과연 초록 잎들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반길까? 기다려진다. 이만 아니다. 작은 씨앗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우리의 식탁을 즐겁게 하기까지 하니 더없이 감사하다.


오늘도 서투른 농부이지만 작은 텃밭이 주는 행복을 느끼며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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