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여행
6월 6일 현충일 연휴를 맞이하면서 예정에 없던 휴가를 내어 아내와 함께 우여곡절 끝에 영천에 가기 위해 겨우 두 장의 표를 구해 동대구행 KTX 열차를 탔다. 오랜만의 여행이라 아내는 마치 초등학생 소풍 가는 것처럼 기분이 들떠있어 나도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창가로 스치는 저 멀리 초록색의 산들과 들이 마음을 더욱 푸근하게 한다.
그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몇 년 만의 처가행으로 조카는 오랜만의 이모와 이모부를 위해 주특기인 스쿠버 다이빙으로 직접 포항의 바닷속으로 들어가싱싱한 멍게며 해삼과 전복을 가득 따서 준비해 뒀다. 서울에서는 도저히 맛보기 힘든 특별한 바다의 향을 물씬 느낄 수 있어 혀가 무척 행복해한다. 다음날 우리는 아내의 어릴 적 추억이 가득한 고향 집 영천으로 향했다. 하늘에서는 우리를 부슬부슬 이슬비가 내려서 깡마른 대지와 풀잎을 촉촉이 적시며 우리의 여행을 반겨 주는 듯하다.
드디어 정겨운 시골집에 도착했다. 예전의 서까래 기둥은 그대로 둔 채 말끔히 수리한 지붕과 처마, 그리고 화장실은 우리의 기대 이상 너무 멋진 현대식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또한, 추억 속에 남아있는 가마솥이며 장독들과 새로이 들어선 넓은 평상은 예전의 추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조카가 우리를 위해 가마솥 아궁이에 장작불을 지피니 나무의 뜨거운 화기가 방바닥으로 전해지고 이내 따끈하게 느껴진다. 이제 아내와 나는 방바닥을 업은 채 누워서 보는 하늘 풍경과 보슬비 내리는 마당의 넓은 전경은 서울의 여느 특급 호텔이 주는 감동과는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로 벅찬 감동을 전해준다.
보너스로 아궁이에 은박지로 싸서 구운 노릇노릇한 고구마의 색깔과 맛이 천하일품이다. 잠시 허기를 채운 우리는 바깥 처마 밑에서 큰 화로에서 갖은 약초와 함께 달여진 오리백숙을 함께 맛보니 수라상을 받은 임금이 부럽지 않다. 포만감 가득한 채 우리는 영천에서의 1박을 뒤로한 채 일정을 변경해 포항으로 향했다.
저녁 무렵 처형 집 근처의 "해도 도시 숲"으로 산책을 나섰다. 복잡한 서울과는 달리 인적이 드문 공원은 아름다운 조경과 함께 깨끗하게 잘 꾸며져 있었고 우리의 마음을 상쾌하게 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잠시 후"해도 도시 숲"과 붙어있는 POSCO 건너편의 바닷가에는 젊은이들이 캠핑카와 함께 신나는 노래가 귓가를 울린다. 점점 코로나가 끝나가고 일상을 회복해 가는 느낌이다. 우리의 이웃 모두가 예전의 기쁨과 활기를 되찾기를 소망해 본다.
멋진 추억을 남겨준 처형과 형님과 조카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