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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처럼 Jul 20. 2023

오늘 나는 또 다른 나를 살아간다.

"우리가 날아가 버립니다."

철이 들 무렵, 언제나 배운 대로 사람답게, 사람의 향기를 간직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이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사람들은 저 다마 진화론에 영향을 받았을까?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의 동물적인 행동을 서슴없이 행하고, 약간의 술수와 상대의 것을 뺏으려는 시도를 일삼아 자기 것으로 만들고자 한다. 결과가 우선시 되고 과정은 무시되는 어떻게 해서든 돈만 많이 벌면 된다는 사고가 사람들의 정신을 지배한다. (디모데전서 6:9 "부유해지기로 하는 사람들은 유혹과 올무와 여러 가지 무분별하고 해로운 욕망에 빠집니다. 그것들은 사람을 멸망과 파멸에 빠뜨립니다.")


어쩌다 모진 풍파 속에 던져진 나는, 마치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사람처럼, 좌충우돌, 허공에 주먹을 휘두른 꼴이다. 늘 배운 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이로움만 주고자 마음먹었건만 본의 아니게 가까운 사람들에게 도움은커녕 피해를 주게 된다. 때로는 내 직접적인 잘못으로 그러기도 했고, 어떤 때는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한 선의가 부메랑처럼 돌아와 여러 사람에게 고통을 주기도 했다. 돌이켜 보면 바보 같은 생각과 결정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전도서 2:3 "사람이 하늘 아래서 사는 짧은 인생 동안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이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어리석음에 빠져 보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마음이 시리고, 아픈 건 사랑하는 가족들과 내가 만나게 된 사람들 모두에게 기쁨보다는 고통을 주고 있다는 점이 마음 아프다. 좀 더 넓고 깊은 지혜를 가지고 접근해야 했지만 그러질 못했다는 자책감이 들 때가 많다. 나에게 주어진 생명의 기회는 단 한 번뿐이고, 이제 남은 시간도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서산마루에 걸쳐진 해는 지고,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울 때 길가를 걷는 나그네가 되어 잠잘 곳을 걱정하는 느낌이다.

(시편 90:10 "우리의 수명은 70년 특별히 강건하면 80년이지만 괴로움과 슬픔만 가득하고 신속히 지나가니 우리가 날아가 버립니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자신의 발걸음을 되돌아보게 되고, 젊은 날의 패기는 어디 가고 요즘은 마치 봄날 강물의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조심하게 된다. 앞으로 다가올 시간과 새로운 결정들을 생각해 본다. 좀 더 후회 없는 결정들을 위해 신중함을 더하고 싶다. 세상의 수많은 사람이 나 자신을 알아줄 리가 없고, 스쳐 지나간 일부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자신의 미약한 존재에 대해 안타까움과 그리움만 남는다. 더욱 하루하루 마음을 다잡게 하와 의미 깊은 시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나를 이 땅에 존재케 해 주고,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 준 여호와 하느님의 기억 속에 남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오늘도 마치 하루살이처럼 하루를 보낸다. 시간은 이렇게 일주일, 한 달, 일 년이 화살처럼 지나갈 것이다.

내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도 지구는 여전히 돌아갈 것이고 태양은 찬란히 빛을 발할 것이다. 그리고 계절은 다시 오고 내일도 비는 오겠지. 나는 인간이 되고 싶다. 사람의 향기를 지닌 인간이 되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아픔을 나누고, 고통의 짐을 함께 지고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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